[공연 후기] 사람이 제일 아름다웠던 순간 ‘벨 앤 세바스찬’ 내한 공연

Belle & Sebastian 내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모던록 밴드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이 지난 12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단독 내한공연을 가졌다.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내한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임에도 유난히 추운날이었다. 오후 7시 30분경, 관객들이 입김을 불어가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임에도 스탠딩석의 공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한달 전 공연 티켓을 예매할 당시 1층 스탠딩 석이 980장 이상 남아 있던 것을 봤던 터라 조금 걱정이 됐다. 같이 간 지인 중 하나는 공연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도 티켓이 600장 정도나 남았다며 관객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연은 정시가 되어 바로 시작했다. 팬들은 벨 앤 세바스찬이 등장하자마자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밴드는 5년 만에 나온 새 앨범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의 수록곡인 “The Everlasting Muse”로 무대를 활짝 열였다. 밴드는 상기된 얼굴로 팬들과 호흡하며 특유의 따뜻한 매력으로 무대를 달구기 시작했다.

“자, 이제 댄스타임!” 프론트맨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의 멘트 후 공연의 세 번째 곡이자 이번 앨범의 대표곡인 “The Party Line”이 신나는 비트와 함께 흘러 나왔다. 현란한 영상으로 가득찬 스크린을 배경으로 무대는 순식간에 90년대 디스코홀로 변신했다. 이어서 지난 앨범의 곡들이 연주되자 팬들은 밴드와 함께 떼창을 하며 춤을 췄다. 어느 새 1층 스탠딩석은 관객들의 물결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 목요일 저녁이라 직장인들이 퇴근 뒤 늦게나마 자리를 채운 것이리라. 관객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와 근심은 이미 저멀리 날아가버리고 없었다.

 

Belle and Sebastian – The Party Line

벨 앤 세바스찬은 동명의 프랑스 동화에서 이름을 따온 7인조 밴드다. 듣기 편한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냉소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해학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음악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을 평할 때 흔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고 말한다. 1996년 졸업 프로젝트로 결성된 밴드는 1999년 브릿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고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년에는 영국의 저명한 음악매체 NME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적 입지에 정점을 찍었다.

벨 앤 세바스찬은 공연 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연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넘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확실히 공연은 새 앨범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에 맞게 흥겨운 곡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간중간에 이번 앨범의 커버모델인 영국 영화배우 탬진 머챈트(Tamzin Merchant)가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센스만점의 곡 소개를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투어 최초로 LP박스판에만 수록된 곡 “Piggy in the Middle”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벨 앤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은 흔히 말하는 ‘록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남성적인 매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보다는 세심하고 따뜻한 태도로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

“오늘 한국 날씨가 추워서 너무 좋다. 최근 공연 투어 중에 호주나 홍콩 같은 더운 나라라서 힘들었다(웃음). 알다시피 스코틀랜드는 지금 겨울이거든. 어딜가도 겨울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머독의 농담은 밴드와 관객 모두를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공연 중반에 그는 당일이 밴드멤버인 사라 마틴(Sarah Martin)의 생일이라며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해피 버스 데이 투 유”를 부르며 사라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Belle and Sebastian_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

올해 1월에 발매된 벨 앤 세바스찬의 새 앨범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

 

공연 막바지에 스튜어트 머독은 “The Boy with the Arab Strap”을 노래하며 즉석에서 관객들에게 무대로 올라오라고 제안했다. 여댓명의 용기있는 관객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벨 앤 세바스찬과 함께 10분 넘게 수줍게 춤을 췄다. 무대에서 함께 강강술래를 하고 기차놀이까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앵콜까지 총 18곡을 연주한 이번 공연은 벨 앤 세바스찬의 인간적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들이 가진 뜨거운 열의는 물론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까지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벨 앤 세바스찬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7명의 매력덩어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인 2010년작 <Write About Love>에서 단 한 곡도 부르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한창 때 들었던 지난 곡들과 신작으로 어우러진 셋리스트는 만족스러웠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바이올린과 트럼펫 세션까지 준비한 점도 플러스다. 하지만 그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악 사운드가 거의 들리지 않은 공연장 악스코리아의 환경은 마이너스였다. 스튜어트 머독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한국을 또 찾겠다고 했으니 정말 그때가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스튜어트 머독이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 <갓 헬프 더 걸>이 절찬 상영중이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벨 앤 세바스찬의 결성 스토리를 영화화한 것으로 OST까지 관심 집중을 받고 있다. 또 이번에 벨 앤 세바스찬의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가 라이선스 발매되면서 국내에서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벨 앤 세바스찬은 전세계 투어 중에 있다.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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