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현대 알앤비의 새로운 진화 ‘하우 투 드레스 웰’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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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매체인 올뮤직, 피치포크 등에서 크게 호평받고 있는 마국의 싱어송라이터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이 설 연휴인 2월 2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첫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톰 크렐(Tom Krell)의 1인 프로젝트 그룹 하우 투 드레스 웰은 2011년 데뷔 앨범 <Love Remains>으로 평단과 대중에 알려졌다. 그는 알앤비를 기반으로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기존의 음악을 살짝 비틀어 표현한다. 우울하지만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 위에 잔향처럼 퍼져나가는 신스 사운드에 곁들인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간 가사가 특징이다. 2014년에 나온 그의 세 번째 앨범인 <What Is This Heart?>은 유명 음악매체 피치포크, 스테레오검 등에서 ‘2014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하우 투 드레스 웰은 현재 음악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장르인 ‘피비알앤비(PBR&B)’를 이끌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피비알앤비는 미국의 젊은 층, 특히 힙스터(Hipster)들에게 인기 있는 맥주브랜드인 ‘팹스트 블루 리본(Pabst Blue Ribbon)’과 ‘알앤비(R&B)’의 합성어다. 기본적으로는 컨템포러리 알앤비와 전자음악이 혼합된 형태이지만 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 음악은 자신만의 쿨한 개성을 추구하는 힙스터들의 음악으로 전면에 떠올랐다. 그래서 ‘힙스터 알앤비’라고도 불린다. 현재 하우 투 드레스 웰을 포함해 에프케이에이 트윅스(FKA Twigs),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겔(Miguel), 위켄드(The Weekend)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 씬을 섭렵했으며, 이들이 현대 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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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 투 드레스 웰의 세 번째 음반 <What Is This Heart?>

하우 투 드레스 웰의 내한 공연은 설 연휴 기간에 끼어 있어서 항간에서는 관객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년 같으면 설 연휴 기간 콘서트는 휴업에 가까울 정도로 찾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연 시작 전부터 길게 늘어 선 관객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다른 내한 공연 때와는 달리 외국인 관객보다 내국인 관객들이 더 많이 보였다.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보다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요즘 젊은 관객층들의 문화 현상으로 보인다.

입장은 7시가 되자마자 진행됐다.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리뉴얼한 롤링홀은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외관과 깨끗해진 화장실에 잘 정돈된 물품보관함까지 새로 갖춰 완전히 새로운 클럽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오프닝에는 게스트로 한국 인디밴드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인인 ‘혁오’가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였다. 짧고 굵게 무대를 꾸민 혁오의 무대는 왜 그들이 지금 대세 밴드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어 감미롭고 스타일리시한 팝 음악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마이큐’가 무대에 올랐다. 마이큐는 사랑과 이별의 아픔 같은 친근한 음악 소재를 노래하며 무대를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20분 정도 지연된 사운드체킹이 끝나고 드디어 하우 투 드레스 웰이 무대에 섰다. 옷을 잘 입는 법(How To Dress Well)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그는 아직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면소재의 하얀 러닝셔츠와 하얀 반바지를 입고 자신 있게 무대에 올랐다. 하우 투 드레스 웰은 지난 인터뷰에서 “편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는게 좋다. 공연 때는 흰색 옷을 즐겨입는다. 옷에 비치는 조명과 비쥬얼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땀에 젖기 때문에 수트 같은 옷을 즐겨 입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멋보다는 공연에 충실하려는 그만의 열정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How To Dress Well – Words I Don’t Remember

하우 투 드레스 웰은 마이크 두개를 번갈아가면서 메인 보컬과 코러스를 동시에 했다. 특히 코러스가 나올 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공간감을 한층 극대화시켰는데 이때의 드라마틱한 표현이 실로 압권이었다. 그것은 보컬 본연의 능력을 넘어서 음악 기술적인 효과로 밖에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사운드였다. 게다가 에너지 넘치는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힘이 넘쳤다. 하우 투 드레스 웰은 어떻게 하면 음악을 잘하는지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음악 특성상 샘플러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바이올린, 기타, 키보드, 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풀밴드 구성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공연 중간중간에 그는 가볍게 던지는 농담과 세션들과의 Q&A 시간을 가지면서 관객들과 즐겁게 소통하고자 했다. 발라드곡인 “Suicide Dream 1″을 부르기 전 그는 “이 곡은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독일로 이민 간 어릴적 친구를 사고로 잃었을 때의 경험을 가지고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배경 설명에 이어진 여백과 애틋함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앵콜곡으로 부른 “Words I Don’t Remember”는 감성적인 멜로디에 마치 먼 곳에서부터 후욱 치고 들어오는 듯한 애절한 보이스가 가슴을 흔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났음에도 짙은 여운 때문에 쉽사리 돌아가지 않았다. 1시간 가량의 짧은 공연이긴 했지만 공연장의 모든 스탭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준비한 라이브가 탁월했던 터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레코딩과 라이브의 차이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하우 투 드레스 웰은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싱가폴을 시작으로 방콕, 마닐라, 서울, 도쿄를 거치는 5개국 5개 도시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 20일 한국에 도착한 그는 공연하자마자 바쁜 스케쥴로 인해 바로 새벽 5시에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하우 투 드레스 웰이 조만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다시 내한 공연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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