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을 거닐다 'The Breeze/My Baby Cries'

폭풍의 언덕을 거닐다 ‘The Breeze/My Baby Cries’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먼 길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케쓰 블룸(Kath Bloom)의 음악을 만난 적이 있다.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 선율 사이로 비처럼 젖어드는 케쓰 블룸의 상기된 목소리. 울음을 삼키듯 마음 깊은 곳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토해내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창밖 비 내리는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의 여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앨범은 바로 <Loving Takes This Course: A Tribute to the Songs of Kath Bloom>. ‘선길문’의 마크 코즐렉을 비롯해 ‘도도스’, ‘조세핀 포스터’ 등 그녀를 사랑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반이다. 여타 헌정음반과는 달리 케쓰 블룸의 오리지널 트랙이 함께 실려 있어 원곡과 색다른 버전을 넘나들며 감상할 수 있다.

01 Marble Sounds: “Come Here”
02 Bill Callahan: “The Breeze/My Baby Cries”
03 Laura Jean: “When I See You”
04 Mark Kozelek: “Finally”
05 Mick Turner and Peggy Frew: “Window”
06 Devendra Banhart: “Forget About Him”
07 Scout Niblett: “I Wanna Love”
08 The Dodos: “Biggest Light of All”
09 Josephine Foster: “Look at Me”
10 Mia Doi Todd: “Ready or Not”
11 Corrina Repp: “Fall Again”
12 Marianne Dissard and Joey Burns of Calexico: “It’s So Hard to Come Home”
13 Amy Rude: “In Your School”
14 Tom Hanford: “If This Journey”
15 Meg Baird of Espers: “There Was a Boy”
16 The Concretes: “Come Here”

 

미국 출신의 포크 뮤지션 케쓰 블룸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노래 “Come Here”가 실리면서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이 앨범에서는 벨기에 포스트록 밴드 ‘마블 사운즈’와 스웨덴 인디팝 밴드 ‘더 콘크리트’가 각색해 불렀다.

개인의 취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게는 “The Breeze/My Baby Cries”가 특히 애정이 가는 곡이다. 그녀의 1982년 앨범 <Sing the Children Over>에 실린 곡으로 기타리스트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Loren MazzaCane Connors)와의 음울하고도 깊이 있는 하모니가 돋보인다.

헌정 앨범에서는 ‘Smog’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 칼라한이 편곡해 불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원곡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잔잔한 기타 사운드와 퍼커션, 칼라한의 담담한 음색이 오묘하고도 조화롭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