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메탈 갓'의 마지막 한국 강림 '주다스 프리스트' 내한 공연

[공연 후기] ‘메탈 갓’의 마지막 한국 강림 ‘주다스 프리스트’ 내한 공연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영국 출신의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 시작 전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공연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마다 기대와 흥분에 찬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이번이 진짜 ‘파이널 월드투어’라고 선언한 ‘메탈 갓’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1969년 영국 버밍엄에서 결성되어 데뷔 41주년을 맞은 주다스 프리스트는 80년대에 ‘뉴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메탈(NWOBHM, 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운동을 주도하면서 헤비메탈계의 대표 밴드로 군림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2008년의 첫 내한 공연과 2012년 ‘고별 공연’ 이후 3년 만에 성사됐다. 작년에 발매한 신보 <Redeemer Of Sours>의 발매 기념 전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그들이 앞으로 새앨범을 더 이상 내지 않기로 발표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날 한국에서 주다스 프리스트를 보는 것은 마지막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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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가 되자 주다스 프리스트와 함께 헤비메탈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War Pigs’가 인트로로 흘러 나왔다. 1층 스탠딩석과 2층 좌석을 가득 채운 메탈팬들은 기쁨으로 환호했다. 폭발처럼 터져나오는 메탈 사운드와 조명이 공연장을 뒤흔들면서 주다스 프리스트가 무대에 등장했다.

노장 투혼이 선사한 뜨거운 헤비메탈의 밤

“WELCOME TO MY WORLD OF STEEL!” 그야말로 본인들의 공연을 말 그대로 표현한 가사가 돋보이는 신곡 ‘Dragonaut’가 이어졌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카리스마와 압도되는 강렬한 사운드, 무대연출에 관객들은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스크린 위 용암이 흘러 넘치는 영상과 맹렬히 번쩍이는 붉은 빛의 조명 또한 이  뜨거운 무대의 열기를 더욱 활활 태웠다.

  

기타리스트 리치 포크너가 직접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서울 공연 현장 ⓒRichie Faulkner

이어서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영광의 수식어가 된 ‘Metal Gods’가 연주되었다. 연이어 주다스 프리스트는 ‘Devil’s Gods’, ‘Victim of Changes’, ‘Halls of Valhalla’, ‘Love Bites’ 등 지난 40여년 동안 전세계에서 사랑 받았던 ‘헤비메탈의 고전들’을 푹풍처럼 연주했다. 관객들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주다스 프리스트가 인도하는 음악의 세계에 몸을 맡겼다. 여기저기서 제자리에서 뛰거나 헤드뱅잉과 슬램을 하는 무리도 보였다. 헤비메탈의 황금기인 70, 80년대로 회귀한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보컬리스트인 롭 헬포드(Rob Halford)는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댔다. 악마적인 고음과 중저음을 손쉽게 넘나드는 그의 보컬은 여전히 주다스 프리스트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헤비메탈 밴드로 만들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건재한 그의 목청은 무대를 쩌렁쩌렁 울리게 할 만큼 힘이 넘쳤다.

이날 주다스 프리스트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 이상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지치지 않은 강렬한 드럼 연주가 인상적인 스콧 트라비스(Scott Travis), 선배들을 뒷받침해주는 최연소 멤버이자 화려한 기타 테크니션인 리치 포크너(Richie Faulkner), 트윈 기타의 한쪽을 지배하는 기타리스트 글렌 팁톤(Glenn Tipton), 안정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베이시스트인 이안 힐(Ian Hill). 주다스 프리스트는 이렇게 세월을 잊은 듯한 맹연주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들을 뒤흔들었다.

특기할만한 점은 그들의 곡이 연주될 때마다 후방 스크린에서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 커버 이미지가 출력되었다는 것이다. 40년이 넘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장대한 서사시가 하나 하나 펼쳐질 때마다 팬들은 열광했다. 그 절정은 80년도에 발표된 히트곡 ‘Breaking the Law’에서 드러났다. 이미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떼창이 연출되곤 하던 이곡이 연주되자 1층과 2층의 모든 관객들은 일어나서 후렴구인 “Breaking the Law, Breaking the Law”를 무대가 떠나갈 듯이 합창했다. 셋리스트 상의 마지막곡인 ‘Hell Bent For Leather’에서는 갑자기 롭 헬포드가 무대에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본공연보다 화끈했던 2차 앵콜

거의 쉴 틈 없이 1시간 반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앵콜 무대가 이어졌지만 관객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프리스트, 프리스트!” 더 이상 주다스 프리스트를 보지 못할지도 모르다는 절박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앵콜 요청이었다.

“당신들을 위해서 준비한 곡이 있다!.” 화답하 듯 스콧 트라비스가 무대에 홀로 서서 엄청난 기세로 드럼 솔로를 시작했다. 이어 ‘Painkiller’가 연주되자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떼창을 하며 열광했다. 롭 헬포드는 이곡에서도 자신 있게 본인의 목 관리 상태를 증명해냈다. ‘Living After Midnight’를 끝으로 주다스 프리스트는 정말로 무대를 내려갔다. 팬들은 긴 여운에 빠진 채 한참 동안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외치며 무대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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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 프리스트의 핵심 멤버인 보컬리스트 롭 헬포드 (사진 출처= 엑세스 이엔티의 페이스북)

뜨거운 헤비메탈의 밤이었다. 롭 헬포드가 공연 전 영상메시지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강렬하고 다이나믹한 볼거리,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를 망라한 최고의 셋리스트로 관객 여러분을 날려 버릴 겁니다. 뜨거운 함성이 들끓는 헤비메탈의 밤을 즐겨봅시다! 우린 함께 살아있는 메탈에 대한 신념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한국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유럽의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작년부터 진행된 이번 투어는 전 세계 21개국, 69회 이상의 공연으로 이뤄져 주다스 프리스트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작년에 낸 앨범 <Redeemer Of Sours>이 대중과 평단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이번 투어 기간 내내 팬들에게 견고한 지지를 받으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조심스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롭 헬포드는 국내 언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은퇴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게다가 현대의 발달된 의학과 멤버들의 자발적인 건강 관리만으로도 밴드의 지속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012년 고별공연을 끝으로 다시 한국땅을 밟은 선례가 있는 만큼 그들이 은퇴를 번복하기를 가슴 깊이 바란다. 어쩌면 스스로 잠에 빠질 이 메탈의 신을 깨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음악팬들에게 달렸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