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잊지 못할 최고의 감동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

 

“Let It Be”, “Hey Jude”, “Yesterday”… 라디오에서 수없이 나왔던 명곡들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3시간에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50년이 넘은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한국 관객들에게 다정하게 들려주었다. 4만 5천명의 국내 비틀스(Beatles) 팬들은 저마다의 감흥에 젖어 눈물을 흘렸고 춤을 췄으며 폴 매카트니를 따라서 노래를 불렀다. 공연 중간에 내린 비마저도 무대 연출처럼 느껴졌다.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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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국 록 밴드 비틀스(Beatles)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지난 2일 토요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원래 작년 5월로 계획되었으나 당시 폴 매카트니의 건강상 문제로 무산된 후  1년 만에 성사된 공연이었다.

이날 주경기장에는 젊은 층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볼 수 있었다. 가족 단위 관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1층 그라운드석에는 비틀스 한국 팬클럽이 준비한 (앞면에는 하트 그림이, 뒷면에는 ‘나’ 또는 ‘NA’라고 적힌) 피켓이 하나 하나 놓여 있었다. 당일 자원봉사자들이 무대에서 보여지는 그림까지 일일이 신경 써서  배치했다고 한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공연 행동 안내 지침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다니면서 안내하고 있었다. 비틀스의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관객과의 진한 교감 선사한 폴 매카트니

8시 즈음 무대 양 옆으로 배치된 스크린에서 폴 매카트니의 과거 사진과 히트곡들이 주마등처럼 흘러 나오는 가운데 폴 매카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큰 함성을 질렀다.

가볍게 목례를 하자마자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 시절의 곡인 “Eight Days a Week”로 첫 문을 열었다. 이어서 솔로 곡인 “Save Us”를 부르고는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 장내의 관객들은 크게 화답하며 폴 매카트니의 한국 공연을 축하했다. 폴 매카트니 또한 처음으로 찾은 한국 관객들의 열성적인 반응에 크게 감격하는 듯했다.

이어서 비틀스의 “Can’t Buy Me Love”와 비틀스 해체 뒤에 활동했던 그룹 윙스(Wings)의 곡 “Jet”, “Let Me Roll It”가 연주됐다.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부를 때 1층 그라운드석의 관객들은 준비한 깜짝 하트 피켓 이벤트를 벌였다. 하트 물결이 펼쳐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노래를 마친 폴 매카트니는 기쁨에 겨운 얼굴로 한참이나 그 광경을 내려다 보다가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현했다.

곡과 곡 사이 악기를 바꾸는 동안 폴 매카트니는 관객들에게 밝고 유머러스하게 말을 걸기도 했다. 익숙치 않은 한국말로 “한국 관객 최고에요”, “함께해요”, “사랑해요”, “대박” 등을 외치며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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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5천명의 관객이 폴 매카트니의 공연을 찾았다 (사진 출처=현대카드 페이스북)

 

매카트니의 과거, 현재, 미래와 함께 떠난 여정

이번 내한 공연에서 폴 매카트니는 처음으로 만난 한국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곱씹어보고자 했다. 예컨대, 비틀스 시절의 곡 “Paperback Writer”를 부르기 전에는 “자신이 1960년대 녹음 시 사용했던 기타”라며 들고 있던 기타를 관객들에게 직접 들어올려 보여주었다.  또 사진작가인 전 부인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를 생각하며 쓴 노래인 “Maybe I’m Amazed”를 부를 때는 스크린에서 린다 매카트니가 찍은 그와 가족 사진들이 흘러나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폴 매카트니는 “자신과 함께 비틀스에서 리드싱어를 했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존 레논(John Lennon)을 위한 곡”이라고 소개하며 “Here Today”를 불렀다. “Something”에서는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써줘서 고맙다”며 비틀스의 멤버인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을 기렸다.

신곡을 부르기도 했는데  2014년 발매된 게임 <데스티니(Destiny)>의 수록곡인 “Hope for the Future”는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처음 라이브로 선보이는 곡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그는 관객들에게 “여러분, 미래에 희망을 잃지 마세요”라고 위트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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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폴 매카트니 (사진 출처=현대카드 페이스북)

 

 

“한번 놀아볼까요?”

이어 폴 매카트니는 관객들에게 “함께 하자”며 한마디 던진 후 “Ob-La-Di, Ob-La-Da”를 연주했다. 순식간에 주경기장은 파티장이 되버렸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남녀노소 따로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큰소리로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를 떼창했다.

두 번째 이벤트 곡인 “Let It Be”가 나오자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1층부터 3층에 있던 전 관객이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 플래시를 켜고 흔들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조명들의 물결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노래를 끝낸 폴 매카트니도 감동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듯했다. 이어진 곡은 린다와의 합작인 “Live and Let Die”. 폴 매카트니와 밴드의 불꽃 튀는 합주와 함께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불꽃과 폭죽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미 두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부를 곡은 더 남아 있었다. 모두가 기다려온 곡 “Hey Jude”가 나오자 관객들은 큰 함성과 함께 곡의 도입부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곡은 점점 절정을 향해 갔고 모든 관객들이 “나”또는 “NA”가 적힌 피켓을 들고 후렴부의 “Na~ na~ na~ nananana~ nanana~ hey Jude”를 가슴 터지도록 따라 불렀다. 그 광경을 보면서 폴 매카트니는 관객들에게 한국어로 “남자들만”, “여자들만”, “다 같이” 라고 지휘하며 함께 노래했다.

“Hey Jude”의 여운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폴은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당연히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다. 폴이 다시 무대에 오르자 관객은 아직도 쉽사리 떠나지 않은 ‘Hey Jude’를 다시 불렀고, 이에 화답하듯 폴은 한번 더 이어서 불렀다. 앙코르는 두 번이나 있었다. 또 한 번의 앙코르 때 폴 매카트니는 함께 공연을 즐긴 한국 팬들을 위한 선물로 직접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올라 함께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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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때 태극기를 흔드는 폴 매카트니 (사진 출처= 폴 매카트니의 페이스북)

 

36번 째 곡으로 비틀스의 히트곡 “Yesterday”를  부른 후  폴 매카트니는 한국 팬들을 향해 “나, 가야해요”라며 유머러스하게 달랜 뒤 공연을 준비한 스텝들과 밴드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비틀스의 앨범 <Abbey Road>의 메들리인 “Golden Slumbers”, “Carry That Weight”, “The End”가 물 흐르듯 연주됐다. 폴 매카트니는 피아노와 기타를 옮겨 다니며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연출했다. 장장 3시간에 다달았던 폴 매카트니의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폴 매카트니는 한국 팬들에게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이별을 고했다.

올해로 73세인 폴 매카트니는 2시간 40분 동안 비틀스의 초기부터 전성기, 윙스, 솔로, 그리고 현재까지 전부 40곡을 노래하면서 물 한 모금 안 마신 채 쉬지 않고 노래했다. 그의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 열정은 실로 경외로웠다. 공연 진행은 수십 년의 내공답게 굉장히 매끄러웠고 가창력과 연주는 전성기 못지 않았다.  밴드 멤버에는 폴 매카트니와 10년 넘게 함께 한 키보디스트 폴 위킨스(Paul Wickens), 베이스의 브라이언 레이(Brian Ray), 리드 기타의 러스티 앤더슨(Rusty Anderson), 드럼 연주자 에이브 라보리엘 주니어(Abe Laboriel Jr.)가 함께 해 환상적인 호흡을 들려 줬다.

주경기장에서의 음향은 전층의 관객들에게 잘 들릴 정도로 좋았다. 그 동안 주경기장에서 했던 그 어떤 아티스트 보다도 사운드가 탁월했다. 게다가 무대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은 무척 밝고 선명해서 멀리 있는 관객들까지도 폴 매카트니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했다. 영상과 레이저, 폭죽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폴 매카트니는 앙코르의 마지막으로 비틀스의 ‘Golden Slumbers’, ‘Carry That Weight’, ‘The End’를 불렀다. 영상은 2013년의 도쿄돔에서 있었던 라이브 (유튜브 Leticia Sanchez님의 채널)

 

좋았던 공연에 비해 아쉬운 점도 많아

이날 공연은 역사적인 음악가 폴 매카트니의 내한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깊다. 더군다나 폴 매카트니가 보여준 열과 성의는 앞으로 한국 공연사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될 것이다. 주최사인 현대카드 측은 “4만6천석 가운데 4만5천석 이상이 판매되어 98%의 티켓 판매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유명인들의 소감과 SNS 상의 반응을 보면 이번 공연은 가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반면 운영상에서의 미숙을 지적하는 시선도 꽤 있었다. 우선 공연 1시간 전부터 ‘비틀스의 히트곡 리믹스 공연과 일대기를 담은 화려한 미공개 영상 상영이 있다’고 사전 공지가 있었으나 정작 제 시간에는 아무 것도 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본 공연 때는 자막처리가 너무 느려서 폴 매카트니가 했던 말이 상당 분량 축소되고 희화화된 점도 팬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연 스텝들의 진행능력이 프로답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스텝들이 무대 앞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거나 공연에 정신이 팔려서 되려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 일, 자기 구역을 이탈하는 관객들을 눈 앞에서 보고 있음에도 제대로 통제를 하지 않은 점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무대 근처에는 경호원들이 별로 보이질 않아서 차라리 1층 그라운드석을 좌석이 아닌 전석 스탠딩으로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 제기는 당일 무대 양 옆으로 배치된 대형 스크린에 있었다. 사전에 스크린 설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데다 이는 좌석배치도에 비해 실제 무대 환경을 훨씬 좁아지게 했다. 특히 스크린과 인접했던 구역인 G107과 G103를 포함해 무대 양옆의 관객들은 무대가 반이나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가로 막혀서, 제 값보다 손해를 봤다는 호소와 비판이 있었다. 문제는 피해를 본 관객들이 SNS와 전화 연결을 통해 여러 차례 항의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최사인 현대카드와 9 Ent, 라이브네이션 측에서 적절한 사과와 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십 명의 집단 소송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폴 매카트니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공연은 이번 아시아 투어의 환상적인 클라이막스였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은 아티스트와 대다수의 관객들이 만족할 만큼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문제점도 남았다. 매카트니의 공연을 계기로 국내 공연시장의 크기에 비례하는 체계적인 현장 관리 능력과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가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내에도 많은 수의 관객을 수용하고 제대로 된 음향 설비를 갖춘 대형 공연 전용관이 필요한 셈이다. 앞으로 한국 공연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숙제들은 꼭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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