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5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남긴 것들

[후기] 2015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남긴 것들

올해로 아홉돌을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 2015’가 지난 25일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5월 23일부터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은 개최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으로 국내 재즈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 재즈 피아노의 거장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을 비롯해 보사노바의 제왕이라 불리는 ‘세르지오 멘데스’, 그래미상 10회 수상에 빛나는 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 등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재즈 대부들의 특별한 무대가 눈에 띄었다. 또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미카(MIKA)’와 퓨전 재즈 밴드 ‘베이스먼트 잭스’ 등이 내한해 “역대 최강의 라인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M에서는 보다 다채로워질 내년의 서울재즈페스티벌을 고대하며 올해 페스티벌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페스티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4일 밤 M의 필진 큐, 네이버 음악 커뮤니티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 회원 M양(가명), 미치광이(회원명)와 함께 재즈의 열기로 뜨거웠던 3일 간의 축제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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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페스티벌 2015

최고의 라인업 … 아쉬운 타임 테이블

희진킴 : 먼저 각자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미치광이 :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처음이다. 메인 라인업에 산도발, 배드 플러스 등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이 있어서 가게 됐다. 3일중 2일 생각했는데 토요일은 쉬면서 충전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일월로 갔다.

큐 : 나도 서재페는 처음이다. 결국 라인업 때문 아니겠나. 원래는 칙코리아와 허비행콕을 보려고 토요일에 가려고 했지만 일 때문에 일요일과 월요일에 다녀왔다.

M양 : 2012년도 조지 벤슨, 알 디 메올라, 지풍화(Earth Wind&Fire) 라인업 이후로 올해 4년째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미리 블라인드 티켓을 구매해 3일 모두 참가했다.

희진킴 : 그렇다면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올해 페스티벌은 어떻게 평가하나?

M양 : 솔직히 작년 라인업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사실 서재페는 연륜이 있으면서 네임 밸류 있는 분들이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서는 게 전통에 가까운데 작년 제이미 컬럼은 솔직히 좀 약했다. 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공연을 보고 서재페에 다시 오고 싶어 했는데 작년엔 그들을 매료 시킬만한 아티스트가 딱히 없었다.

큐 : 동감한다. 작년에 찰리 헤이든이 온다고 했다가 취소되서… 급 가기 싫어졌던 기억이 난다.

M양 : 올해는 확실히 작년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이 나오고.

미치광이 : 라인업으로만 보면 나무랄 데 없었다. 올해만 하고 말 것 같은 빽빽하고 알찬 라인업…(웃음) 그런데 많이 부르는 것도 좋지만 공연시간이 다 붙어 있어서 조금씩 맛보기로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희진킴 : 공연이 겹치는 건 정말 문제였다. 특히 토요일에 칙코리아, 허비행콕과 베이스먼트 잭스 공연 시간이 겹쳐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더라. 일요일 세르지오 멘데스와 미카 공연도 마찬가지.

큐 : 너무 꽉찬 라인업

M양 : 특히 올해는 더 겹쳤던 것 같다. 좀 적게 부르고 가격을 낮춰도 좋을 것 같다. 자라섬에 비하면 정말 너무 비싸지 않나? 솔직히 서재페를 정말 좋아하는 나도 3일권 정가 289000원이면 안 갈 것 같다.

희진킴 :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즐기기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거장들 공연의 경우 많이 데려오는 것도 좋지만 겹치지 않게 편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미비한 사인회, 일부 공연장 운용 아쉬워

희진킴 : 시간표가 겹치는 것 이외에 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미치광이 : 각 스테이지를 이동할 때마다 팔찌랑 소지품을 체크하는 게 상당히 번거로웠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또 아티스트 사인회는 준비를 많이 못했는지 너무 초라하더라.

큐 : 진짜 무슨 구석탱이 어두운 곳에 배치해놓고… 인원 제한도 황당했다. 나는 일요일 12시쯤 공연장에 도착해서 부스를 둘러보는데 사인회는 따로 티켓을 받아야 한다고 처음 들었다. 깜짝 놀라서 겨우 한 장 남은 표를 받았는데 공지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 늦게 온 사람은 사인도 못 받는거다.

희진킴 : 사인회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었나? 인원 제한은 몇 명이었나?

큐 : 20명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너무 적다. 자라섬 60명 제한하는 것도 빡빡하다고 생각하는데.. 또 사인회 공지만 봤지 티켓이 있다는 건 현장에서 알았다.

M양 : 페이스북에서 공지가 있긴 했다. 근데 인원이 너무 적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웃음)

희진킴 : 음향이나 무대 연출은 어떻게 평가했나?

M양 : 체조경기장은 좋았는데 핸드볼경기장은 좀 별로였다. 화면 싱크도 안 맞고 사운드가 따로 노는 느낌이더라.

미치광이 : 체조경기장은 아무래도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다 보니 괜찮은 편이었다. 메인 스테이지는 음향이 퍼지는 것 같았다.

베스트 ‘배드 플러스’,  워스트 ‘호세 제임스’

희진킴 : 그렇다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아티스트는 누구였나?

큐 : 대다수가 미카를 꼽을 것 같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도 미카는 최고였다는 멘션이 쏟아지더라. 단공이었다(웃음)

미치광이 : 미카는 무대 자체보다 관객들이 살렸다고 봐도 되지 않은가

희진킴 : 그렇다. 팬들의 습격

큐 : 나는 개인적으로 폴 매카트니 때만큼의 팬심을 봤다(웃음)

M양 : 미카는 가지 않았지만 화장실에 가려다 공연장에 잘못 들어갔다는 지인 한 분이 연신 미카가 대단했다고 하더라. 왠지 내년에 또 올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배드플러스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큐 : 나 역시 배드플러스. 팬심이긴 하지만(웃음)

미치광이 : 나도 공연만으로 판단하자면 배드플러스가 인상적이었다. 대낮에 너무 뜨겁긴 했지만.

큐 : 정말 익는 줄 알았다 (웃음) 과연 명성대로 트리오의 합이 너무도 잘 맞더라. 기계처럼 딱딱.

미치광이 : 세 멤버가 정말 한몸처럼 연주하더라.

M양 : 합이 대박. 지인 중 한 명은 배드플러스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햇볕을 가리려고 무대를 등진 채 우산 쓰고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거 누가 연주하는 거냐면서(웃음)

큐 : 멤버들이 모두 인사하는데 피아니스트 이안이 그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씨익 웃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M양 : 베이스 아저씨의 미성은 여심을 흔들었다(웃음) 난 사실 앨범을 많이 듣지는 못했는데 파워풀한 전개 때문인지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the Bad Plus – Prehensite Dream

미치광이 : 변박이나 변조가 많은데도 물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산도발도 무척 좋았다. 사실 산도발을 보려고 일요일을 예매한 거였다.

M양: 사실 산도발을 버리고 카디건스에 올인하려고 짐도 정리했는데 ‘Sick and Tired’를 듣고 tired해져서 메인으로 왔더니 산도발 할아버지가 묘기 대행진을…(웃음)

미치광이 : 산도발은 서정적인 곡이 많고 리드미컬한 곡도 많긴 하지만 공연에서는 전자를 기대했다. 헌데 그렇게 흥과 재주가 많으실 줄은…

M양 : 리드미컬한 곡은 세르지오 멘데스 저리 가라 할 정도

희진킴 : 그렇다면 카디건스 언급이 나온 김에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무대가 있다면?

미치광이, M양 : (동시에) 호세 제임스

큐 : 호세 제임스… 너무 구렸다 정말

희진킴 : 그래도 많이 주목 받는 아티스트인데 어떤 점에서 별로였나?

미치광이 : 혼자 무대를 다 채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큐 : 팝 쪽에서도 호평을 받고 여기저기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기에 기대했건만 너무 겉멋만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션에 너무 의지하는 모습도 별로였고.

미치광이 : 그레고리 포터가 목소리만으로 스테이지를 채운 것과 정말 비교되더라. 올해 서재페의 발견은 그레고리 포터였다. 그냥 노래 잘하는 스탠다드 재즈 뮤지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저음부의 풍부함이.. 괜히 인정 받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큐 : 진짜 그레고리 포터 덕에 귀호강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흑인 남자 보컬. 재즈는 최근 몇 십 년을 여자 보컬들이 해먹지 않았나. 남자는 있어도 보통 백인이고. 흑인 보컬이 오랜만에 등장했고 그 와중에 생각보다 일찍 한국에 와 줘서 감사했다. 물론 라이브도 끝내주게 잘하더라.

Gregory Porter – Liquid Spirit

페스티벌의 소소한 추억

희진킴 : 페스티벌의 묘미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본 적 없는 페이스북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 않던가?

M양 : 지인들과 지인들의 지인들. 그런 재미도 사실 쏠쏠하다.

미치광이 : 만남의 광장이다

희진킴 : 이번에 어떤 인상적인 만남이 있었나? 유명한 사람을 봤다든지. 나는 평소에 좋아하던 권석정 기자와 마이클 부블레 콘서트에서 화제가 됐던 댄싱가이 김지광씨를 봤지만 차마 인사는 건네지 못했다.

M양 : 그러고 보니 아울시티 보러 스탠딩에 내려가는 계단에서 페퍼톤스의 이장원씨와 마주쳤다. 거의 둘이 긴 계단을 내려가는데 바보같이 “어, 맞죠?!” 만 하다가 사진도 못찍고 내려왔다

큐 : 나는 딱히 인상적인 만남까지는 없었고 페북 지인들이 각자 서재페에 있었지만 딱히 연락은 안 하고 페북에서 댓글로만 대화했다. “정말 좋았죠?” “짱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만나진 않았다 (웃음)

M양 : 사실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너무 정신 없어서 지인들을 찾아 다닐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미치광이 : 하긴 일행으로 온 사람들도 헤쳐 모여 식으로 다 따로 다니고 하니까.

희진킴 : 그런 측면에서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나는 사정상 하루만 참가했지만 하루 다녀온 것도 정말 피곤하더라.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있으려니.. 땡볕은 가릴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미치광이 : 나도 일요일에 집에 가서 타이레놀을 먹고 월요일에 다시 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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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재즈페스티벌 2015 페이스북 페이지

서재페에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

희진킴 : 그렇다면 유경험자로서 서울재즈페스티벌 초입자를 위해 꼭 필요한 준비사항을 꼽는다면?

M양 : 우산. 그리고 콜맨 그라운드체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있고 없고가 완전 큰 차이다.

큐 : 나는 교통을 꼽겠다. 집에 갈 시간은 꼭 체크(웃음)

미치광이 : 좋은 자리를 선점할 것. 휴식용 아지트!

희진킴 : 이번에 돌얼음 3kg을 준비해갔는데 큰 도움이 됐다. 술에 타 먹어도 시원해서 효과 만점.

미치광이 : 맞다. 계속 목이 타서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수분이 떨어지니 처지더라.

M양 : 오이를 준비해라. 포도, 파프리카, 오이(웃음). 과자는 사 먹으면 되는데 오이는 안 팔지 않나

희진킴 : 음식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서재페의 음식물 반입 규칙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꼭 도시락통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정말 불편했다. 와인 같은 것도 다 통에 다시 담아야 하고.

M양 : 아는 언니는 일부러 플라스틱 통을 사서 치킨을 싸왔더라.

큐 : 서울에 있는 큰 공원, 게다가 공공재이다 보니 더 철저했던 것 같다.

희진킴 : 그렇지만 내부에 있는 상가들의 장사를 위한 꼼수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미치광이 : 돈 때문 아니겠나. 다 장사다.

희진킴 : 안에 줄이 너무 길어서 사 먹을 엄두도 안 나더라. 차라리 반입은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쓰레기 처리를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

아홉돌 서재페를 위한 제언

희진킴 : 마지막으로 올해로 9회를 맞은 서재페가 서재페만의 색깔로 롱런하기 위해 제언을 한다면?

M양 : 아주 어렵고 난해하기보다는 연륜 있고 대중적인 재즈 뮤지션이 필요한 것 같다.

큐: 서재페는 처음부터 재즈라는 이름을 걸기보다는 팝쪽으로 컨셉을 잡았으면 한다. 이번에야 그나마 서재페다운 이름값을 하긴 했지만 뭔가 중간 지점을 찾지 못하는 기분.

미치광이 : 지금의 서재페는 재즈 입문을 위한 통로와 같다. 올해 좋은 예가 세르지오 멘데스와 산도발인데 월드뮤직이나 M양이 말한 것처럼 대중적인 면모를 가진 뮤지션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펑크도 좋고.

M양 : 맞다. 다들 놀고 싶어한다. 칙코리아, 허비행콕도 사실 호불호가 갈렸다.

큐 : 사실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 아직 국내에서 재즈 페스티벌은 바캉스 코스 같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나 이런 문화 생활 해” 하고 보여주려 가는 측면도 있고.

미치광이: 그렇게해서라도 저변이 넓어지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

희진킴 : 동감한다. 좀 더 유쾌하고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재즈 페스티벌이 되길 기대하며 내년에도 새롭고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한다.

M양 : 외모 말고 실력으로 데려와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