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박준흠] <탑밴드2>를 통해 본 ‘인디씬’의 미래

2011년 감동과 환희를 안겨 준 TV 음악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1년 뒤, 다시 돌아온 두 프로그램을 보고 실망한 사람은 나뿐일까? 나름 성과를 거두었을테고, 변함없이 지지한 이들도 있겠지만, 내겐 아쉬움을 남긴 두 프로그램 <슈퍼스타K4>와 <TOP밴드2>다.

<슈스케4>가 표면적으로 거둔 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 <슈스케2>나 <슈스케3>에는 못미치지만, 케이블 프로그램을 놓고 보면 높다고 할 수 있는 시청률 6~10%(결승은 AGB닐슨 기준 8.4%)를 유지했다. 반면 <탑밴드2>의 성과는 재앙 수준이다. <탑밴드1>의 시청률 5.0%는 시간대(토요일 밤)나 프로그램 성격(인디음악 그것도 락)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인데, 1년 뒤에는 1.5%로 곤두박질 쳤다. 게이트 플라워즈, 브로큰 발렌타인, 톡식, 아이씨사이다 등등 다양한 팀들이 주목받은 <탑밴드1>에 비해 <탑밴드2>에서는 장미여관을 제외하면 주목받은 신인을 찾기 힘들다. 편집, 심사위원 문제도 내내 논란이었다.

장미여관 공연 장면.

장미여관 공연 장면.

<탑밴드2>가 <슈스케4>와 다른 또 하나는 이런 성적표가 사전에 예견되었다는 점이다. 핵심은 소위 ‘네임드 밴드’의 참여다.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 커뮤니티에서 이에 대해 우려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네임드 밴드의 참여가 오히려 <탑밴드2>와 인디씬 흥행에 도움을 주리란 견해도 있었다. 대중음악 무크지 <SOUND> 편집인이자 가슴네트워크 대표인 박준흠의 의견은 전자였다. 결과적으로 <탑밴드2>는 그의 생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이 인터뷰는 온라인예선전으로 <탑밴드2>가 이슈였던 3월에 진행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친 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단에서 굴러서 녹음기는 망가지고, 난 다친 발목을 또 다치는 바람에 제 때 기사화하지 못했다. <탑밴드2>는 이미 끝났으나 당시 박 대표와 나눈 대화는 2013년에 방영될 지도 모를 <탑밴드3>나 새로 시작할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하 인터뷰는 오로지 손으로 남긴 기록이어서 누락된 부분이 많음을 미리 밝힌다(인터뷰는 1시간 동안 진행했다).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 서울예술종합대학교

<탑밴드>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디션은 본래 아마추어 가수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무대다. <슈스케>처럼 말이다. 특별히 ‘밴드’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이 <탑밴드>다. 그런데 이미 데뷔한 밴드들까지 참가대상에 포함시키면, 당연히 이들이 더 유리한 조건에 설 수밖에 없다.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바람직한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탑밴드1>의 성공으로 방송사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 왜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우선이다. 오디션 외에 소위 인디씬 혹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존재했는가? KBS는 공영방송이다. 자기 역할을 방기한 점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

밴드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밴드의 음악성은 작품을 통해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음악보다 퍼포먼스가 훌륭하다? 이건 아니다.

<탑밴드2>는 참가신청을 낸 팀들이 모두 온라인 예선을 거쳐야 한다.

– 결과적으로 음반을 낸 경험이 있는 팀들은 뽑힐 수 밖에 없다. 시간만 낭비하는 격이다.

<탑밴드2>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 심사위원단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박 대표는 <탑밴드1>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다). 제대로 된 잣대, 시청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준을 토대로 평가해야 한다.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심사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음악전문채널인 엠넷에서 냈다가 이제서야 KBS가 하는 것이다. 프로들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형태는 부정적이다. 신인 발굴은 엠넷이 아닌 공영방송인 KBS가 해야 하지 않을까? 정상적인 음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KBS는 공영프로그램이다.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

신인들을 가져다 싸게 사용하는 구조는 9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됐다. SM을 예로 들어보자. SM엔터테인먼트는 사기업이다. 방송국은 엔터테인먼트 자원이 필요하다. 제작비는 낮추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방송국은 SM이 가진 자원을 사용한다. SM은 잘못한 게 없다.

케이블 채널이나 MBC나 SBS는 구조상 광고가 필요하다. 공익성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시청률을 유지해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공익적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게 현실성 있을까? 결국 공영방송이 자기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KBS가 더 큰 잘못을 했다. 공영방송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나아가 버렸다.

<탑밴드1>의 인기가 음악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 것 같진 않다.

– 지금 우리나라에는 대중음악을 공론화할 수 있는 매체가 없다. 음악 관련 잡지나 웹진이 몇 개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음반 소비자다. 평소 음악을 자주 듣는 음악 애호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음악 비평 매체가 살 수 없다. 30대 이상으로 가면 가수도, 음악 듣는 사람도 현저하게 적다.

시장 파이를 늘리려면 제품이 다양해야 하는데, 현 음악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돌만 소비하는 구조다. 공중파가 여기에 일조했다. KBS의 경우 팝은 아이돌 뒤쪽에 있고, 인디씬까지는 생각도 거의 안한다. 아이돌이 95%고 나머지가 5% 될까말까 한다. 외국 공영방송은 아이돌이 6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40%를 차지한다.

<탑밴드>를 통해 지금보다 인디씬을 소비할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게 있나.

– 인디씬도 자기홍보를 위한 채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문 FM채널이 있다. 북미나 유럽의 FM채널은 우리나라의 AM같은 음악전문 방송이다. 존재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인터넷 음악방송, 팟캐스트 등도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정부는 제대로 된 음악정책을 이어가기 힘들다. 순환보직의 문제점이다. 장기적인 대책 도입이 전무하다. 음악산업진흥5개년 계획이 있었으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정책으로 나온 적은 없다. 성장부문은 비현실적인 것 투성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음악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문광부 실무진은 관심이 있지만, 상층부에서 관심이 없다. 이 문제가 이슈파이팅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인프라 부문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관심이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게 인프라 구축인데.

문광부에 지시할 수 있는 차기 대통령 사업 중 하나로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중음악 진흥위원회 결성이 선결과제다. 대중음악진흥위가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같은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미 2003년 관련 대중음악 포럼을 10여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올 연말 대선까지 이런 부분을 이슈화 시킬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중음악인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조심스럽다. 난 현재로선 매체를 만들기만 할 뿐이다.

(※ 대중음악 진흥위원회는 지난 9월 12일 설립 추진위원회 발족실을 가졌다. 추진위원장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신상호 회장이다. 박 대표는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추진위원 15명에는 태진아, 김광진, 김민규 등도 있다.)

새롬

날 때는 절대음감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노래 좋아하는 직장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지금은 피아노처럼 키보드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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