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금 여기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현주소 '영기획 3주년 공연'

[후기] 지금 여기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현주소 ‘영기획 3주년 공연’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을 대표하는 독립 음반사 영기획(YOUNG,GIFTED&WACK)이 3주년을 맞았다.  2012년 6월 18일에 설립된 영기획은 젊고(YOUNG) 축복받은(GIFTED) 끝내주는(WACK) 음악과 음악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더그라운드 미디어이자 레이블로서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지난 20일 토요일 서울 홍대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벨로주에서 영기획의 3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본래 WACK은 매우 이상하다는 의미지만 영기획에서는 이를 “끝내준다”는 의미로 사용한다고 한다. WACK이란 테크놀로지, 새로운 흐름, 전복, 언더그라운드를 표현하는 영기획의 아이덴티티라고. 영기획은 3주년을 기념하며 무탈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기념 공연의 이름을  “3 Little Wacks”라고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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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을 통해 개시된 영기획 3주년 프로젝트 “3 Little Wacks”는 목표액 400만원을 가뿐히 넘기고 100여 명의 음악팬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20일 홍대 벨로주에서의 공연과 21일 중구 수표동 문화공간 신도시에서의 옥상 파티를 열렸고, 더불어 영기획의 대표 아티스트 10팀의 새로운 싱글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 <3 Little Wacks>가 함께 제작되었다.

20일 벨로주에서 열린 영기획 3주년 공연에서는 현재 영기획에서 활동 중인 포워드(F.W.D.), 룸306(Room306), 플래쉬플러드달링스(Flash Flood Darlings), 사람12사람 등 총 4개 팀이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쳤다.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댄스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곡 ‘Kotin’으로 포문을 연 포워드는 익숙한 멜로디 속에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이들은 퍼스트에이드(FIRST AID)로 활동 중인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인 허민과 영국에서 오랜 시간 역량을 쌓은 권승근(WAUKN)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어서 공연한 룸306은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포크, 재즈 등의 팝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팀이다. 애절한 보컬이 매력적인 ‘Enlighten Me’, 재즈와 보사노바 두가지 버전의 ‘Tomorrow’ 등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룸306은 퍼스트에이드의 허민과 보컬리스트 홍효진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이날 공연에서는 키보드와 기타, 드럼이 추가된 풀밴드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플래시플러드달링스는 뉴질랜드로 이민 후 대부분의 시절을 지낸 송재만의 1인 프로젝트 팀이다. 이날 영기획 3주년 공연과 함께 자신의 생일이라는 고백을 한 그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곡 시작 전마다 곡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슬펐지만 아름다웠던 본인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별’, 친구들과 함께 떠난 자동차 여행의 기록 ‘Saturday Night Road Trip’, 절친한 친구와 함께 갔던 술집에서의 경험에 대한 ‘At Neo’s’ 등 섬세하면서도 로맨틱한 신스팝을 들려주었다.

마지막 순서인 사람12사람은 모호하면서도 매혹적인 음색의 지음과 묵직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당하는 은천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팝 듀오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음악 공유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Sound Cloud) 공개 후 1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 ‘빗물구름태풍태양’과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한 신곡 ‘fish wish kiss’을 포함해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면서 무대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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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중인 플래시플러드달링스 (사진출처= 영기획 페이스북)

이날 메르스의 여파와 변덕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가득 찼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지금 한국에서 활동 중인 젊은 전자 음악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영기획은 로보토미(LOBOTOMY), 그레이(GRAYE), 퍼스트에이드 등 10여 팀의 아티스트와 약 20여 종의 음반을 CD, 카세트 테이프, LP, 디지털로 발매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3월 디지털 음악 방송국 “라디오 KISS”에 음반 유통사 <미러볼뮤직>, 힙합 전문 매체 <리드머>, 음악 웹진 <웨이브>와 함께 “KISS 인디 뮤직 스페셜”을 개국한 바 있다.

2013년 11월부터는 한국 최초의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 “암페어(Amfair)”를 주최하고 있으며, 잊혀진 한국 1세대 일렉트로닉 음악을 조망한 프로젝트 “리본(RE:BORN)”,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사운드 아트 전시 “소음인가요”, 로컬 언더그라운드 음악 페스티벌 “51+ 페스티벌” 등의 기획에 참여했다. 이번 3주년 행사를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음반사 영기획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