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 빠빠빠에 열광했던 날들

TV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신기하게 오랫동안 회자되는 무대를 라이브로 본 적이 많다.당장 생각나는 게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무대(“그 날 평가는 별로였으나 다음 날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류의 증언이 나오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카우치가 난리친 럭스의 음악캠프 무대(뭘 잘못 본 줄 알았다), Ori의 데뷔무대(…) 등이다.

잠이 안와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알았다. 2013년 6월 22일 토요일 오후, 인턴 출근을 앞두고 긴장반 두근반 상황에서 틀었던 TV를 통해 음악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무대를 봤다.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MBC 음악중심을 통해 처음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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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팝’이란 이름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연초에 ‘신촌에서 아이돌이 거리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호기심에 노래를 들어보고, ‘엄청나게 뜨진 못하겠지만 소소하게 이어가겠네’ 정도로 생각했다. 음악중심 무대를 보고 나서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 이 글은 내가 ‘용감하게 음악웹진에 참여하는 음알못’임을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변명을 하자면, 가왕의 신보(Hello)와 월드스타의 후속곡(GENTLEMAN)이 차트를 휩쓸었고, SM 아이돌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곡(으르렁)을 내놓는 와중에, 조그마한 기획사의 데뷔한 지 1년 됐지만 아무도 몰라주던 아이돌이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리란 예상을 하긴 쉽지 않았다.

‘빠빠빠’의 인기를 보면서 모두가 ‘섹시’를 내세울 때, ‘병맛’으로 승부한 참신함에 감탄했다. 한 편으로는 넘쳐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이름을 알려보고자 고군분투하는 기획사와 아이돌들이 생각나며 씁쓸했다. 그 당시에 줄기차게 들은 주제에 이런 말 하자니 우습지만, 별다른 내용도 없고 딱히 뛰어나지도 않은 이 노래의 인기를 독특한 안무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년이 지난 지금, 크레용팝은 ‘빠빠빠’만큼의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사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가 일베 논란에 휩싸이면서(나무위키 해당 항목을 참조. 일베를 넘어 기획사-언론-팬덤-커뮤니티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다)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레이디 가가 월드투어 오프닝 무대에 참여해서 ‘강제 해외 진출’을 당하기도 했다. 소리없이 데뷔했다가 해체하는 아이돌그룹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크레용팝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 지 궁금하다.

P.S.이 글을 쓰다가 알았다. 올해 초에 크레용팝의 새 미니앨범이 나왔다. 나름 인기를 끌었다지만 전혀 몰랐다. 왠지 미안해서 뮤직비디오를 가져왔다. 병맛 전대물(?) 컨셉의 뮤직비디오는 호불호가 갈릴테지만, 노래는 나쁘지 않으니 한 번 쯤 들어보시길.

새롬

날 때는 절대음감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노래 좋아하는 직장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지금은 피아노처럼 키보드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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