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비뉴 먹튀 사건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레이저비뉴 먹튀 사건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세월호 사태 이후 안산 벨리 록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 이름 있는 공연들의 취소·연기 소식을 줄줄이 접할 때였다. “한 공연기획사가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를 한 것 같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얼마 뒤인 5월 7일, 공연기획사 레이저비뉴(Lasrevinu)는 10일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예정된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의 내한공연을 돌연 취소했다.

레이저비뉴는 뮤직브랜딩 컴퍼니 ㈜뉴문온먼데이(New Moon On Monday Inc.)의 자회사로 지난해 등장한 신생 공연기획사다.  이들은 한국의 서울을 기반으로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스웨덴의 고텐베르크와 연계하여 가장 트랜디한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음반제작과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표방했다. 올해 초에는 해외 음악매체와 음악팬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워시드 아웃(Washed Out)과 베스(Baths)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법인등록이 명확하지 않은 점, 공연 진행 미숙, 그리고 직원에 대한 임금체불 문제 등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내한 공연 포스터 ⓒlasrevinu

공연취소 일주일 전부터 먹튀 조짐 보여

레이저비뉴는 홈페이지에 적힌 계좌번호(일반 예매 때는 계좌명이 ‘뉴문온먼데이’, 조기 예매 때는 ‘신희원’이었다)로 예매자가 먼저 티켓 금액을 입금한 후, 관람을 원하는 공연의 이름과 입금자 명을 레이저비뉴의 이메일로 적어 보내면 입금 확인 회신을 보내는 식으로 예매를 진행한다. 이 방식은 예스24나 티켓파크 같은 전자상 거래를 거치지 않아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홍대 공연에서는 보편화된 방법이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공연 10일 전, 레이저비뉴가 메일수신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음악커뮤니티 사이에 흘러 나오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음악커뮤니티 사케르(www.sacer.co.kr)의 운영자인 영준비(아이디명)는 유니클로 악스홀 관계자에게 레이저비뉴로부터 대관료를 받지 못했고 일주일 전부터 연락이 안되어 결국 취소될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측에 메일을 보내자 밴드의 매니저는 레이저비뉴와 연락이 두절되었다며 공연이 취소될 것이라는 답장을 받았다고. 공연은 사실상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레이저비뉴의 홈페이지(www.lasrevinu.org)에는 여전히 예매가 가능한 상태였다.(지금도 공연 예매 메뉴로 들어가면 그대로 있다). 공식 페이스북에서도 그대로 공연 홍보 중이었다. 공연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연 며칠 앞두고 레이저비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많은 항의와 비난 댓글이 달리자 하루만에 삭제 되었다.

명분 없는 공연 취소 … 환불 요청에 묵묵부답

피해자들은 레이저비뉴의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항의글을 올렸다. 마침내 공연 3일 전 레이저비뉴는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취소 공지를 띄웠다. 공연이 취소된 이유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과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100% 환불해주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환불절차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레이저비뉴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레이저비뉴측은 공연 취소 공지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피해자들에게서 “자신들은 너무 순진했다”며 “이래서야 믿을만한 기업이 하는 공연을 가야 된다” 는 불만과 안타까움이 터져 나왔다.

레이저비뉴의 공연 취소 공지

레이저비뉴의 환불 공지

취소 공지가 뜬 직후 소수의 몇몇만이 이번 사건의 총책임자인 레이저비뉴의 신희원 대표에게 직접 환불을 받았다는 소문이 SNS와 음악커뮤니티 사이로 퍼지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했다. 하지만 온라인상 떠도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탓에 누가, 어떻게 환불을 받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황당한 것은 이 난리가 있기 바로 전에 신희원 대표가 결혼을 했고 타워펠리스로 이사를 갔다는 등의 전황이 그의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신희원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 그는 피해자들의 호소와 비난에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 이벤트에 공연이나 행선지 등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피해자들 고소로 맞대응 … 관계자들은 나 몰라라

피해자 17명은 레이저비뉴 신희원 대표를 상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전체 피해자의 수를 짐작할 수 없고 개인의 피해액이 너무 적다(조기 예매가 60,000원, 일반 예매가 70,000원)는 이유로 늑장 대응을 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신희원 대표를 상대로 지급 명령을 신청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진행 중에 있다. 공연 예매시 사용된 계좌가 두 개이며 자본금을 빼돌릴 가능성을 염두해 피해자들은 ㈜뉴문온먼데이와 신희원 대표를 각각 채무자로 지정했다고 한다.

환불 공지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와중에 레이저비뉴의 전 관계자이자 공연기획사 SCS(SuperColorSuper)의 션 패트릭 메일론 대표가 여러 명의 외국인 지인들에게서 페이팔(PayPal, 미국의 인터넷 결제 서비스)로 본인의 계좌에 예매금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본인은 이미 레이저비뉴에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션 메일론 대표에게 페이팔로 공연비를 지급한 외국인들은 신희원 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할만한 명분을 갖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들은 션 메일론 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하거나 환불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션 메일론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판에  “돈은 레이저비뉴측이 전부 가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레이저비뉴와는 무관하다. 나 역시 당신들과 같은 피해자다” 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제보자에 의하면 그는 페이팔 내역을 본인 계좌로 입금한 외국인들에게 메일로 공개했으며  신희원 대표를 고소했다고 한다.

션 페트릭 메일론의 주장

제보자와 션 페트릭 메일론의 대화 내용

최초로 환불 받은 제보자가 공개한 메시지. 인천공항세관 등 여러 곳에 이 메시지를 뿌리자, 얼마 후 레이저비뉴의 직원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희원 대표는 환불해주겠다는 약속과는 다르게 계속 시간을 끌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단체 고소인 17명 중 한 명인 영준비 사케르 운영자에 따르면 신희원 대표를 고소하고 경찰로부터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연락을 취한 사람들만이 돈을 환불 받을 수 있다고 한다(지금은 영준비도 환불 받았고 고소를 취하했다). 먼저 제시한 기한이 지나도 환불해주지 않은 탓에 수차례 연결 시도를 한 끝에 겨우 환불 받을 수 있었다고. 그럼에도 신희원 대표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으며 매번 귀찮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현재 시점이 되어서야 사케르를 중심으로 한 음악커뮤니티에서 환불 받았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신희원 대표는 누구에게 환불을 해줬는지, 몇 명이나 환불 해줬는지는 명확하게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애당초 그는 100% 환불을 보장했었다.

고소 중이었던 영준비가 공개한 신희원 대표와의 문자 내용. 영준비는 결국 환불 받았다.

 

영준비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피해자가 총 300명 이상이며 피해액은 적어도 2000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무척 안타까워했다. 지금의 홍대인디씬은 지난 몇 년간 외국인들이 홍대에 뛰어 들면서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인들과 뒤섞이고 참여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번복된다면 이 흐름은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일로 인해서 정식 온라인 결제 절차를 하지 않는 인디음악 공연에 대해 관객들은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는 이 일을 무대 밖으로 끌어올려 공적인 문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체로 고소를 진행함으로써 홍대인디씬에서도 자생적으로 이런 문제를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공연이 엎어지고 피해자들은 돈을 잃었는데도 음악계와 그 어떤 매체도 이 일에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있더군요. 저는 환불 받더라도 나머지 환불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신희원 씨를 고소하라고 말하고 다닐 겁니다

비공식 온라인 결제 시스템 개선해야… 관객들의 불안감 커져

공연이 취소된 지는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피해자 약 300명, 그리고 총 2000만원 이상의 피해금액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100% 환불을 보장한 레이저비뉴는 환불처리가 왜 이렇게 더딘지에 대한 이유를 아직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제대로 된 공식 사과 또한 하지 않았다. 필자를 포함해 여러 피해자들이 신희원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취해보는 등 노력했으나 그는 응답이 없었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공연은 이름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wallpoper

홍대 공연에서는 예매보다는 현매로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 예매 결제도 계좌이체 후 확인메일이 전부다. 홍대공연이 예스24나 인터파크 같은 전자상 거래를 거치지 않는 것은 애초 큰 규모도 아닐뿐더러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문제, 그리고 복잡한 절차와 진행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난 뒤 바로 수익금을 나눠서 공연장과 아티스트는 관계를 돈독히 했고 그렇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홍대의 관객들 역시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으리라. 서로에 대한 신뢰, 그것이 바로 홍대 문화였다.

 내한 공연은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다. 허나 허술한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기획사가 예매금을 움켜쥐고 잠적해버리면서 순수한 열망과 기대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사건을 우리는 목격했다. 이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꺼리게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홍대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도는 땅 끝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공연에 맞는 결제시스템을 보완하고 문제 발생시를 대비해 철저한 법적 보장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