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사랑안해도 괜찮아. 그것이 네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면

사랑해도, 사랑안해도 괜찮아. 그것이 네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면

미국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정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이곳저곳을 수놓은 무지개 깃발을 보며 그녀와 이 노래, 정확히는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전역 후, 해외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만난 그녀는 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겠노라고 자신의 꿈을 설명하다가도,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면 눈을 반짝이며 누가 부르는 어떤 노래인지 신나게 이야기했다. 일일히 쓰자니 너무 글이 길어질만큼 다재다능하면서도 모두와 두루두루 친할만큼 성격도 좋은, 그야말로 ‘엄친딸’ 같은 친구였다.

술은 땡기는데 혼자 마시기는 싫은 그런 날, 용기 내어 보낸 메세지에 득달같이 맥주병을 들고 나타나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함께 밤을 지새웠다. 그 날, 정체가 궁금했던 그녀의 애인도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내게 동성애자로서의 자기의 과거를 조근조근 이야기해줬다. 내 기억에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되는 시간 중 하나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넓어졌던 시간이었다.

한동안 지속했던 연락이 어느 순간 끊어진 뒤, 건너건너 그녀의 소식을 전해듣곤 한다. 그녀는 다른 대륙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대부분 그녀의 절친이라고 알고 있는 애인은 또다른 대륙에서 일하고 있다. ‘Just friend’라는 그녀의 짧지만 단호한 두 단어를 통해, 그들의 연인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 것이 자신들의 의지 때문인지, 주변의 시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지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처지를 설명하며 글썽거리던 그녀가 이번 소식을 들으며 기뻐할 수 있기를 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성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나 놀림거리가 아닌 날이 더 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만약 “사랑안해”를 외친다 해도, 그것이 타인의 매서운 시선이나 질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당연히 여기는 시대가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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