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으로 도전하다 ‘디 인터넷(The Internet)’
지루한 플레이리스트를 보고 있자면 하품부터 나온다. 격을 갖춘 개성이 존중받는 세상에서 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음악씬의 최전선에서 개성이라는 명분으로 도전하는 전위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디 인터넷(The Internet)이다.
ⓒ The Internet Official SNS
디 인터넷은 유일한 여성 멤버이자 보컬과 랩, 디제잉을 담당하는 시드 다 키드(Syd tha Kyd), 프로듀싱의 매트 마션스(Matt Martians)을 중심으로 투어 멤버들로 이뤄진 네오소울밴드다. 2011년 데뷔해 초창기에는 “Fastlane”이나 “Dontcha” 등 도전적이라기보다는 네오 소울의 얌전한 음악을 했는데, 장르적으로 특별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위적 음악 행보를 이어나가는 힙합 크루 오드 퓨처(Odd Future) 크루와 계약한 그룹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개성이 뚜렷한 겉모습과는 달리 시끄럽거나 난잡한 음악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정되고 세련된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음악의 전형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네오 소울(Neo Soul)이나, PBR&B, 트립합(Trip Hop) 등의 궤도 속에서 전통적 장르와 새로운 시도를 섞어 자신들의 음악으로 녹여내고 있다.
The Internet – Girl
얼마 전 3집 <Ego Death>를 내면서 디 인터넷은 오드 퓨쳐의 악명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디 인터넷과 연이 있는 오드 퓨처나 빅 멘사(Vic Mensa)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디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집 <Purple Naked Ladies>가 어중간한 사운드에 그쳤다는 평에서 벗어나, 이번 앨범에서는 더 과감하게 다양한 악기와 장르를 다룸으로써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디 인터넷의 주특기와 같은 네오 소울의 “Girl”이나, 펑키한 사운드를 강조한 “Under Control”, 그리고 “Palace / Curse”, “Go With It” 등에서는 지난 앨범의 트랙들보다 드럼이나 베이스 라인이 강조되면서 시드 다 키드의 보컬, 매트 마션스의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밴드로서의 면모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시도의 흔적도 보인다.
ⓒ Photo By Roger Kisby, The Internet
The Internet – Under Control
디 인터넷이 오드 퓨쳐의 인기에 가릴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인기와 더불어 사랑을 받을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는 확실히 안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PBR&B 장르, 그리고 계속해서 이 씬에 들어오는 예술가들이 있는 이상 디 인터넷도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