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칠레의 열정을 담아, Ciclo Vital - Der Golem

붉은 칠레의 열정을 담아, Ciclo Vital – Der Golem

‘세계화’는 비단 경제나 사회 방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축구 역시 세계화라고 볼 수 있는 흐름에 편승했다. 당연히 긍정적인 면모와 함께 부정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그 중 하나가 전술의 ‘표준화’ 혹은 ‘획일화’다. ‘조직력의 유럽’, ‘화려함의 남미’, ‘개인기의 아프리카’ 같은 지역별 특징이 예전처럼 도드라지지 않게 되었다.

물론 모든 축구팀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표준화된 축구에서 벗어나 고유의 색깔을 선보이려 노력하는 지도자와 팀이 있기 마련이다.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칠레를 지휘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도 그 중 하나다. ‘미치광이(El loco)’이라는 별명을 지닌 비엘사가 이끌었던 칠레 대표팀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전술과 엄청난 투지는 나 같은 축덕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4년 뒤 다시 만난 칠레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4년 전 다소 설익었던 선수들이 폭풍성장하면서 오히려 그 때보다 좋은 팀으로 거듭났다. 남미 국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이번 월드컵이지만, 가장 ‘남미스러운’, 즉 정열적으로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는 축구를 구사한 팀은 칠레라고 나는 생각한다.

칠레의 여정이 4년 전과 마찬가지로 16강에서 끝났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칠레와 마찬가지로 트랜드를 뒤집은 전술로 돌풍을 일으킨 네덜란드를 만났고, 연이어 16강에서 하필 홈팀 브라질을 만난 게 불운이라면 불운이겠다.

4년 뒤, 다시 한 번 칠레가 월드컵 무대에 등장할 수 있을 지, 등장한다해도 지금의 축구를 재현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긴 그게 뭐 중요한가. 파워메탈처럼 어찌보면 촌스럽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아도 로망을 자극하는 멋진 90분을 네 번 보여준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브라질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선보인 붉은(La roja) 칠레대표팀에 메탈밴드 Der Golem(그러고보니 칠레 밴드다)의 Ciclo Vital(life vital;생명주기)을 헌정한다. 부디 4년 뒤에도 이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