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is Beautiful 니나 시몬을 기억하다

Black is Beautiful 니나 시몬을 기억하다

전설은 잊히지 않는다. 전무후무한 재즈 보컬리스트 니나 시몬(Nina Simone)을 추모하는 새로운 헌정앨범이 발매됐다. 대체 불가한 독특한 음색과 탁월한 피아노 연주로 재즈는 물론 블루스, 소울, 가스펠, 클래식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 그녀는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부조리에 저항하고 자신의 신념을 노래할 줄 아는 용자였다. 슬픔과 분노, 행복과 기쁨에 이르기까지 모든 빛을 흡수하며 시대를 초월한 그녀는 20세기 음악사의 검정(black)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떠난 지 13년이 흘렀지만 니나 시몬의 블랙을 찬미하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작년에는 나윤선을 비롯해 그레고리 포터, 멜로디 가르도트, 올리비아 루이즈 등 국내외 최정상급 재즈 보컬리스트가 참여한 추모 헌정앨범 <라운드 니나(‘Round Nina)>가 발매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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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isa Simone – “Nobody’s Fault but Mine (Intro)”
2. Ms. Lauryn Hill – “Feeling Good”
3. Ms. Lauryn Hill – “I’ve Got Life” – Ms. Lauryn Hill
4. Ms. Lauryn Hill – “Ne Me Quitte Pas” – Ms. Lauryn Hill
5. Jazmine Sullivan “Baltimore”
6. Grace – “Love Me or Leave Me”
7. Usher – “My Baby Just Cares For Me”
8. Mary J. Blige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9. Gregory Porter – “Sinnerman”
10. Common & Lalah Hathaway – “YG&B”
11. Alice Smith – “I Put A Spell On You”
12. Lisa Simone – “I Want A Little Sugar In My Bowl”
13. Ms. Lauryn Hill – “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
14. Ms. Lauryn Hill – “Wild Is The Wind”
15. Ms. Lauryn Hill – “African Mailman”
16. Nina Simone – “I Wish I Knew How It Would Feel To Be Free”

올해 새롭게 발매된 헌정앨범 <니나 리비지티드: 어 트리뷰트 투 니나 시몬(NINA REVISITED: A Tribute To Nina Simone)> 역시 로린 힐, 어셔, 메리 제이 블라이즈, 재즈민 설리반, 그레고리 포터 등 각양 각색의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니나 시몬의 딸 리사 시몬 또한 추모 행렬에 함께 하며 재즈 대모의 후예임을 입증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차치하고라도 이번 앨범이 특별한 까닭은 다소 재즈의 색이 강했던 기존 커버곡들과는 달리 다채로운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니나 시몬을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다. 특히 팝스타 로린 힐은 “’필링 굿'(Feeling Good)”, “블랙 이즈 더 칼라 오브 마이 트루 러브스 헤어(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 등 무려 6곡을 자신만의 사운드로 담아내며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어셔만의 따뜻한 앨앤비 색으로 새롭게 탄생한 ‘마이 베이비 저스트 케어즈 포 미'(My Baby Just Cares For Me) 역시 앨범에서 돋보이는 곡 중 하나다.

어셔가 부르는 “My Baby Just Cares For Me”

그 가운데 평단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유독 마음을 사로 잡았던 노래는 다름 아닌 앨리스 스미스의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I Put A Spell On You)”였다. 워낙 명곡인지라 그동안 내로라 하는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으나 이토록 슬프고도 매혹적인 커버는 없었다. 니나 시몬의 오리지널 버전과 굳이 비교하자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마녀 ‘말레피센트’의 스토리를 대입할 수 있겠다. 니나 시몬이 부르는 “I Put A Spell On You”가 쟁취적이고 재기발랄한 마녀의 주문이라면, 앨리스 스미스의 버전은 날개를 잃은 채 떠나간 사랑에 시름하는 여인의 울부짖음에 가깝다 해야 할까.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는 스미스의 노래와 곡 전반에 깊게 깔린 기타 사운드는 가슴 깊은 곳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슬픔의 심연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마치 그녀의 주문에 걸려든 것 마냥.

앨리스 스미스가 재해석한  “I Put A Spell On You”

니나 시몬의 라이브 버전

이번 헌정 앨범은 시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이자 올해 선댄스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왓 해픈드, 미스 시몬(What Happened, Miss Simone)>의 개봉과 맞물려 더 큰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음악과 영화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니나 시몬을 향한 그리움은 ‘영감’을 잃은 우리 시대의 갈증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발견은 앨리스 스미스의 재발견,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숨결과 빛깔로 다시 태어나는 명곡의 위대함이 아닐까. 나아가 후대의 아티스트에게도, 우리의 가슴 속 어딘가에서도 생의 영감이 되어 살아 숨쉴 니나 시몬의 검은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