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하우스에 취하는 축축한 여름밤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전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웠고 후배는 여자친구와 깨졌다. 우리들의 상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불꺼진 자취방과 비가 곧 내릴 것 같은 바깥은 우중충했다. 두서없이 기타줄을 좡좡 갈기던 후배가 뜬금없이 말했다.

형. 와인하우스 죽었대요. 와인하우스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는 전날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 마약은 완전히 끊었다고 하니, 술만 조금 참으면 되겠다 싶었던 생각을 무색케 한 마지막이었다.

심각한 음악 편식쟁이였던 내게, ‘느리고 흐느적거려서 싫다’고 생각해왔던 소울(또는 R&B)의 맛을 일깨워준 앨범이 와인하우스 정규앨범 2집 <Back to Black>이다. 습기 가득하지만 전기세가 무서워서 에어콘 틀지 못하고 선풍기에 의지해야 했던 그 시절 여름밤을 버티게 해 준 일등공신 중 하나가 와인하우스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믿었던 뮤지션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amy

4년이 지났다. 그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에이미>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개봉한다는 소식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와인하우스가 다시 생각났다. “누구도 내가 (사랑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말할 수 없어요(No one can tell me That I’m too young to know)”라고 명랑하면서도 단호하게 노래하던 그녀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본다.

새롬

날 때는 절대음감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노래 좋아하는 직장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지금은 피아노처럼 키보드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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