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우유] 가장 순수한 노이즈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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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비둘기우유. 위에서부터 차상훈(베이스), 이용준(드럼), 이종석(기타/보컬), 한예솔(기타/보컬) ⓒYuki Kuroyanagi

2011년 5월 29일은 내가 처음으로 라이브 클럽 공연에 간 날이자 홍대 공연의 중심 역할을 해오던 라이브클럽 쌤이 문을 닫던 날이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밴드 ‘비둘기우유’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기타의 소음과 가느다란 여성보컬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멜로디가 꿈결처럼 달콤했고 아름다웠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5년 8월 30일 상수동 무대륙의 10주년 잔치 공연에서 다시 비둘기우유의 공연을 마주하게 됐다. 이날도 여전히 비둘기우유는 폭발적인 사운드와 열정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10이란 숫자의 영향 때문인지 밴드가 견딘 세월의 무게와 음악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와닿았다.

기타리스트 이종석이 주축이 되어 2003년 결성된 비둘기우유는 슈게이징(Shoegazing)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록 밴드다. 현재는 이종석과 드러머 이용준, 베이시스트 차상훈, 최근 합류한 기타리스트 한예솔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활동 초기부터 꾸준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 음악팬들로부터 크게 주목받는 밴드로 이름을 알렸다.

2008년에 발표한 밴드의 데뷔 음반 [Aero]는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록 앨범 부문과 신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어서 밴드는 2010년 미국의 슈게이징 밴드 ‘블리스 시티 이스트(bliss.city.east)’와 함께 작업한 스플릿 음반 [bliss.city.east 그리고 Vidulgi Ooyoo]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 영역을 한층 확장시켰다. 2013년 비둘기우유의 두 번째 정규 앨범 [Officially Pronounced Alive]는 오랜 활동 기간 동안의 음악적 성취를 명료하게 정립한 작품으로 연주의 비중을 늘리고 이전보다 훨씬 방대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비둘기우유는 내로라하는 국내 록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유명 해외 밴드 내한공연의 오프닝 및 여러 차례의 해외투어 등을 통해 국내 뮤지션으로서 큰 성과를 쌓았다.

이 인터뷰는 상수동 선샤인바에서 지난 8월 16일에 진행됐다. 비둘기우유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음악 이야기를 하나의 그림으로 담는 데 주력했다.

비둘기우유 – Cypress (유튜브 ready4d 님의 채널)

Q: 작년 12월 20일로 비둘기우유가 10주년을 맞았다.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근황을 이야기해달라.

이용준(이하 용준): 밴드가 10주년을 맞으면서 동시에 기타를 맡았던 함지혜 누나의 고별공연이 있었다.

이종석(이하 종석): 그때까지 지혜는 비둘기우유와 ‘적적해서 그런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바빴다. 어려운 결정이 있었지만 지혜는 적적해서 그런지 하나에 전념하기로 했다.

용준: 연초에 새 기타리스트를 구한 뒤 4월부터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공연에 대한 감과 합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이번 8월부터 신곡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Q: 새 기타리스트 한예솔 씨의 영입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한예솔(이하 예솔): 원래 아버지에게 기타 레슨을 받고 있었다.

용준: 아, 예솔이는 종석이 형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예솔: 딱 아버지 뻘 되신다.

종석: 띠동갑 두번이다. (웃음)

예솔: 아버지에게 기타를 계속 배우다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드려던 찰나였다. 아버지가 “너 혹시 밴드 섭외 들어오면 할 생각있냐” 하시길래 어떤 음악하냐고 물었더니 노이즈와 슈게이징쪽 음악을 한다고 하시더라. 한번은 멤버 소개 시켜준다면서 오라고 하시길래 갔더니 혼자 나와계셨다. (다들 웃음) 나는 아버지가 비둘기우유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겨울부터 비둘기우유의 멤버가 되었다.

Q: 한예솔 씨는 기타를 끝내주게 잘 친다고 들었다.

종석: 예솔이가 나보다 기타를 잘 치는 것 같다. (다들 웃음) 한 1년 반 정도 가르친 것 같다. 예솔이는 레슨을 하면 한번도 빠지는 적이 없었다. 어떤 것을 가르쳐도 매일 연습을 하고 결국 다 해냈다. 블루스든 록이든 장르에 구애 받지 않았고 실력도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했다. 내가 데리고 있는 레슨생 중에 제일 잘한다. (웃음) 어느날 레슨이 끝나고 예솔이가 이제 하산해야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날 처음으로 예솔이에게 술을 사주면서 계속 음악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 그즈음 지혜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은 예정에 있었고 새 기타리스트를 물색해야 했다. 그런데 예솔이가 비둘기우유라는 그림에 잘 어울릴 것 같더라. 무엇보다 기타를 잘 치면서 여자 보컬까지 가능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 한번은 지혜가 자기 후임을 구했냐고 묻다가 “나도 좀 생각했는데, 예솔이 어때?” 하더라.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던 참이었고. (다들 웃음)

새 멤버는 음악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보다 자기가 가진 것을 잘 표현하고 잠재된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 점에서는 예솔이가 갖추고 있는 부분이 많고 연주할 때의 기타의 질감도 좋았다. 일단 예솔이가 공연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해서 같이 연습해봤는데 굉장히 빨리 실력이 오르더라. 워낙 기초가 탄탄하니까. 예솔이가 비둘기우유에 합류하고 첫 공연을 가진 지 4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계속 합을 맞추고 공연을 해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합을 맞추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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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홍대 스트레인지프룻에서 ⓒJongkyu Kim

Q: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처음 악기를 잡게 된 시기를 이야기해보자. 또, 지금은 무슨 악기를 쓰는지도.

예솔: 대학 때 동아리에 들어가서 취미로 기타를 처음으로 잡았다. 주로 레스폴(Gibson Les Paul)을 쳤는데 당시 친구들이 “남자는 레스폴이지” 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지금은 텔레캐스터(Fender Telecaster)를 쓰고 있다.

용준: 고등학교 시절 다녔던 교회에서 악기를 처음 배우게 되었다. 원래는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밴드에서 드럼을 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는 바람에 드럼으로 가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드럼을 쭉 치고 있다. 스틱은 프로마크(Promark)다. 연습생부터 프로까지 다 쓴다.

차상훈(이하 상훈): 고등학교 스쿨 밴드로 베이스를 쳤다. 지금은 펜더 재즈베이스(Fender Jazz Bass)를 쓴다.

종석: 중학교 때 록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많이 듣기도 했고. 한번은 형 친구 네에 놀러 갔는데 형 친구가 일렉트릭 기타를 전축에 꽂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눈 앞에서 그 곡을 치는 사람을 처음 봤는데… 그때 나는 한국에서 이 곡을 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웃음) 바로 낙원 상가 가서 당시 가격으로 2만원 짜리 통기타를 샀다. 그러고 지금까지 기타를 치고 있다. 비둘기우유에서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 텔레캐스터를 쓰고 있다.

Q: 뻔한 질문인데 ‘비둘기우유(Vidulgi Ooyoo)’라는 밴드 이름은 어떤 의미로 지었나?

종석: 두 개의 의미가 있다. 언젠가 비둘기가 자기 새끼한테 젖샘에서 생성한 물질인 비둘기우유를 먹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그중에 하나다. 그 물질은 영문으로 피죤스 밀크(Pigeon’s Milk)라고 부르는데 어쩐지 환각적인 물질이 연상되었다. 우리 밴드의 영문명인 Vidulgi Ooyoo는 그런 환각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O가 두번 들어간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옛날 서양에서 만우절이 되면 아이들에게 비둘기우유를 찾아오라는 놀이가 있었다는 것에서 가져왔다. 그 아이들은 비둘기우유를 열심히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마치 파랑새처럼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비둘기우유라는 이름은 그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

Q: 비둘기우유를 결성하게 된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가?

종석: 비둘기우유를 하기 전에는 밴드 라비앙로즈를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라비앙로즈의 정식 멤버는 아니었고 기타 세션과 1집 앨범을 프로듀서 작업을 했다. 라비앙로즈는 슈게이징 음악을 하는 밴드로 출발했지만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나는 온전히 슈게이징 밴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라비앙로즈 탈퇴 후 곡을 쓰면서 구상을 했던 형태가 바로 비둘기우유다. 처음에는 2003년 가을 쯤에 라비앙로즈에서 드럼 치는 친구와 함께 비둘기우유의 모태를 만들었다. 이후 2004년 9월에 기타리스트 함지혜가 들어오고 한달 뒤 드러머인 용준이가 들어오면서부터 비둘기우유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상훈이는 나와 20년 친구인데 2012년에 들어왔고 비둘기우유에서 가장 오래 활동 중인 베이시스트다.

Q: 2008년에 발매된 1집 [Aero] 때 이야기를 해달라. 밴드 데이드림의 멤버 신계현 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종석: 비둘기우유에서는 내가 곡 작업을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곡을 쓰는 사람은 자기 음악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기 어렵다. 녹음에 대한 색깔과 방향, 믹싱, 컴퓨터 작업 등… 그런 것들을 계현이가 잘 보더라. 왜냐하면 계현이는 데이드림의 정규 앨범에만 5년 넘게 공 들이고 있어서 노하우를 많이 알고 있었다. 옆에서 우리를 많이 보아왔고 완벽주의자적인 면이 맘에 들어서 같이 작업하자고 했다. 덕분에 연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예상보다도 [Aero] 앨범이 잘 나와서 좋았다. (웃음) 1집 때는 여자 보컬과 슈게이징 특유의 거친 노이즈가 섞인 기타, 이런 대칭 구조를 좋아한 것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상반되는 두 요소가 부딪혀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고 계속 관심이 갔다.

Q: 2010년에 미국 시카고의 슈게이징 밴드인 블리스 시티 이스트와의 스플릿 앨범 [bliss.city.east 그리고 Vidulgi Ooyoo]를 냈다. 앨범 제작 과정이 듣고 싶다. 또,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지도.

종석: 당시 마이스페이스를 한창 하던 시절이었다. 마이스페이스는 밴드가 자기 계정에 음원을 올려놓으면 사용자가 들락날락 거리면서 음악이 좋다 나쁘다 같은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블리스 시티 이스트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우리 음원을 듣고 같이 스플릿(split)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승낙 후 서로 온라인에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재미있게 작업했다. [bliss.city.east 그리고 Vidulgi Ooyoo]는 분명 스플릿 앨범이지만 다음 앨범을 예측할만한 포석을 깔아 놓은 EP 앨범이라고 보면 되겠다. 블리스 시티 이스트와는 같이 공연을 할 뻔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공연 스케줄을 잡고 클럽 섭외까지 끝났는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하는 바람에 다 접어야 했다. 블리스 시티 이스트는 서울에 오지도 못하고 지인이 사는 충청도의 한 아파트에서 누워만 있다가 미국으로 귀국했다.

Q: 2013년 발매한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는 스플릿 앨범 이후의 결과물이라고 들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보컬의 비중이 줄고 훨씬 연주에 집중해서인지 사운드의 밀도가 단단해졌다. 어떻게 앨범 작업을 했는가? 특이하게도 이 앨범은 클라우드펀딩을 받아서 자체 제작을 했다. 

종석: 아무래도 앨범 기획과 제작 진행 과정에서 뮤지션과 제작사의 입장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다. 회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클라우드펀딩을 선택한 것이다. 앨범 얘기를 하자면, 그전까지 우리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라이드(Ride), 슬로우다이브(Slowdive) 같은 보컬이 들어간 90년대의 전형적인 슈게이징 음악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근데 2000년대에 부각된 포스트록(Post-Rock) 밴드인 모과이(Mogwai)를 보면 기존 작법을 비롯해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나. 우리도 이제는 그런 독자적인 스타일을 정의해야 할 것 같았다. 예전부터 기악곡이 중심이 된 앨범을 내고 싶었다. 1집의 유일한 기악곡인 ‘Murmur’s Room’도 그 흔적이고… 기악곡은 보컬이 없는 만큼 곡 전체를 연주로 채워서 감정 전달을 해야한다. 물론 연주는 길어지지만 그만큼 음을 쌓으면서 형성되는 커다란 하나의 음악의 흐름… 그 자체가 주는 충격과 감동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2010년의 스플릿 앨범 때는 그것을 고심하던 시기였고. 비둘기우유의 2집은 연주곡 위주로 채워져 있지만 우리만의 느낌이 잘 살려 있어서 굳이 보컬을 새로 넣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계속 연주에만 비중을 싣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해갈 것이다. 우리 안 마음의 흐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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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Q: 슈게이징과 포스트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런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가?

종석: 나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음악을 듣고 슈게이징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뒤에는 슬로우다이브, 라이드, 모과이,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 등을 접했고. 내 생각으로는 슈게이징과 포스트록 음악은 청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똑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연주자의 감정 굴곡이나 소리 질감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음악 이미지와 형태, 색깔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이 느껴진다. 산발적인 노이즈와 들릴듯 말듯한 보컬의 대비가 그런 음악적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마치 환각에 빠져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친절한 음악은 아니라서 이해하는데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그것만 견디면 금방 매력을 알게 될 것이다.

예솔: 자면서도 들을 수도 있다는게 제일 장점인 것 같다. (웃음)

종석: 그렇다. 예전부터 페스티벌 같은 데서 사람들이 돗자리 깔아놓고 누워서 우리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Q: 그러면 이제 비둘기우유의 곡 이야기를 해보자. 비둘기우유는 곡을 어떻게 쓰는가?

용준: 대개는 종석이 형이 모티브나 도입부를 짜온다. 처음부터 곡이 머릿속에 있을 때도 있다. 곡은 멤버들에게 최대한 의사가 전달된 뒤 합주와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어떤 때는 곡이 처음의 생각하고 달라질 때도 있지만 서로 맞춰가며 완성시킨다. 특이하게 ‘Infinity’라는 곡은 지혜 누나가 처음부터 아예 락킹하고 신나는 곡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곡이다.

Q: 멤버들이 생각하기에 비둘기우유의 곡 중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곡과 좋아하는 곡은?

예솔: 어려운 곡은 ‘Alleys’, 좋아하는 곡은 보컬이 없는 곡이다.

용준: ‘Infinity’는 너무 빨라서 힘들다. 한번만 했으면 좋겠는데 합주 때는 한번으로 안 끝나니까. (웃음) 애착이 가는 곡은 ‘Elephant’와 ‘Even Freedom’이다. 비둘기우유에 처음 들어왔을 때 연주한 곡인데, 슈게이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고…  배우면서 연주할 때라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다.

상훈: 연주하면서 어려운 곡은 없고 좋아하는 곡은 ‘Blow Me Off High’다.

종석: 플레이하기 싫은 곡은 특별히 없다. 연주 때마다 꼭 했으면 좋겠다 하는 곡은 ‘Murmur’s Room’이다.

비둘기우유 – Murmur’s Room (유튜브 hidediver1 님의 채널)

Q: 비둘기우유는 거의 대부분의 공연을 ‘Good Night Shining’으로 끝낸다.

종석: ‘Good Night Shining’을 마지막에 안 하면 다음 곡을 할 수가 없다. 기가 빨릴 정도로 힘이 든다. (웃음) 이 곡은 우리가 굉장히 좋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익숙한 슈게이징적인 흐름인데 시작은 정적으로 흐르지만 곡이 진행될 수록 하나의 큰 테마를 그린다. 사실 2집의 곡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웃음) 스플릿 앨범과 2집에는 각각 다른 버전으로 실렸는데 스플릿 앨범에는 우리 곡이 적기 때문에 한 곡 안에 최대한 많은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Q: 2집에 ‘Cypress’는 반 고흐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종석: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모티브를 얻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중 왼쪽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나무는 마치 불타오르는 검은 화염처럼 묘사 되어 있는데 굉장히 역동적이면서 인상적이다. 그 그림을 보고 기쁘다 슬프다 같은 1차원적인 감정 이상으로 훨씬 더 복합적인 감정을 느껴 경탄했던 적이 있다. 아, 참고로 1집의 ‘Murmur’s Room’도 반 고흐에게서 받은 단상 중 하나다. 반 고흐를 워낙 좋아해서 그의 작품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Q: 그 외에 곡을 만들었을 때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는가?

종석: ‘Elephant’라는 곡을 쓸 때 있었던 일 하나가 있는데… 오래 전 만원버스를 타고 집에 간 적이 있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만석이었는데 뒷 좌석 중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더라. 정거장을 계속 지나가는데도 아무도 앉지 않길래 가서 앉으려고 했더니, 빈 좌석 바로 옆에 안면장애를 가진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비집고 들어가서라도 앉으려고 했지만 알고나서는 앉지 않았다. 보통 때의 나였다면 그 여자를 피했던 사람들을 비난했을 것이다. 근데 정작 내가 상황에 처하자 그 옆에 가서 앉지를 못했다.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인지, 혹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를 의식하는 것인지… 도통 자신이 무슨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더라.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엘리펀트맨(The Elephant Man)이란 영화가 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안면장애를 가져서 비인간적인 대우와 학대를 받는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쩌다 주인공은 어떤 명망 높은 의사로부터 도움과 보살핌을 받는데 나중에는 사교모임에 나가고 지식인들과도 친구가 되면서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얻게 된다. 근데 사실 그 의사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 주인공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그저 선민의식 때문에 자신보다 약자인 주인공을 보호 받아야할 대상으로 여긴 것 뿐이다. 아무튼 그때 만원 버스 상황에서 그 영화가 생각이 났다. 나는 얼마나 깨끗한가? 도덕적인가? 양심적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Elephant’는 그렇게 쓰여진 곡이다. 근데 노래 하나 가지고 자기고백을 하다니 쑥쓰럽다. (다들 웃음)

Q: 일본에서 출시된 슈게이징의 선구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25주년을 기념하는 트리뷰트 음반 [Loveless Tribute]에 참여해서 ‘Only Shallow’를 수록했었다. 또, 비둘기우유 2집 일본반의 히든트랙으로 ‘Come In Alone’을 담았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하고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종석: 리스펙트하고 있다. 근데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활동 재개 후 내한을 두번이나 왔는데 두번 다 못 갔다. (웃음) 나는 음악과 관련된 작업이라면 대체로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거의 참여하는 편이다. [Loveless Tribute]의 ‘Only Shallow’는 우리 의도대로 커버가 되지 않은 감이 있다. 애초에 우리는 원곡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해서  한층 더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다. 근데 1번 트랙부터 그렇게 사이키델릭하면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본래의 의도를 많이 죽였다. 사실 [Loveless Tribute]에는 ‘Come In Alone’로 참여하려고 했지만 당시 어른의 사정으로 그러진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 2집 일본판에 넣은 ‘Come In Alone’은 우리만의 느낌을 잘 살려 실어서 만족한다.

상훈: ‘Come In Alone’은 원테이크로 한번에 녹음해서 담았다. 사운드가 잘 나왔다.

종석: 우리 곡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다들 웃음)

Q: 밴드를 하면서 직업과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도 그러고 있는가?

예솔: 용준 오빠는 직장에 다니시고 아버지는 합주실을 하신다. 나는 이번에 대학을 졸업해서 곧 취준생이 된다.

종석: 나는 레슨도 하고 있다. 1대 1로 저렴하게 하니까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 (다들 웃음) 상훈이는 지금은 밴드만 하고 있다.

Q: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어떻게 되는가?

예솔: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와 헨릭 프라이실래더(Henrik Freischlader),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같은 블루스 색깔의 뮤지션을 좋아한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좋아하는 앨범이 따로 있는데 [The Division Bell]하고 [Pulse], 2집 [A Saucerful of Secrets]을 좋아한다.

용준: 되게 많지만 레드제플린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음에도 좋다. 드러머다 보니까 레드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John Bonham)을 좋아한다.

상훈: 우리나라 가요의 포크 음악 중에 조동진, 임지훈 등을 듣는다. 베이시스트로서는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를 제일 좋아한다.

종석: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태까지 들었던 모든 음악들이 내게 영향을 준 것 같다. 그것이 밴드를 하면서도 색깔로 나오는데 그건 슈게이징이 워낙 정형화된 음악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밴드 멤버들이나 주변에서 좋아하는 뮤지션은 나도 좋아하는 편이다.

Q: 휴식할 때는 무엇을 하는가?

종석: 음악을 안 할 때는 잠자거나 술 마신다. 휴식을 취한다는 기분이 든 적이 별로 없다.

상훈: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소리를 줄인 뒤 베이스나 기타를 피킹하면서 뉴스를 본다.

용준: 신발 덕질을 한다. (웃음) 집에 신발장을 두고 농구화 같은 흔치 않은 신발을 종류별로 모은다. 신상품을 사려고 매장 앞에 줄서서 기다린 적도 많다. 여자친구도 이쪽 분야를 좋아한다. 근데 먼저 인터뷰한 데이드림은 쉴 때 뭐한다고 했나?

종석: 데이드림이 쉴 때 뭐하는지 내가 말해줄까? 나랑 술 먹는다. (다들 웃음)

예솔: 아버지가 출판사에 계셔서 집에 책이 엄청 많다. 심심하면 책장에서 안 읽은 책을 꺼내 읽는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관에도 간다. 영어 공부하고 자소서를 쓰고 미국드라마도 본다.

종석: 역시 예솔이는 너무 스마트하다.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뭐가 되냐? (다들 웃음)

Q: 최근 들었던 음악이나 봤던 공연 중 좋았던 작품이 있다면?

종석: 영화 디어헌터(The Deer Hunter)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Cavatina’를 계속 재반복해가며 듣고 있다. 클래식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라벨(Maurice Ravel)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술 한잔하면서 들으면 미치도록 좋다. 정밀아도 좋더라. 나는 누나가 없지만 누나가 위로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웃음)

상훈: 트로트와 댄스는 예전부터 많이 듣고 지금도 즐겨 듣고 있다. 남진, 나훈아부터 요즘 트로트까지 유튜브를 통해서 듣고 있다.

용준: 페이스북을 보다가 90년대 가요 목록을 찾아 듣는데 양수경이 진짜 좋더라. 그 당시의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엄청 좋다. 리메이크도 들어봤지만 원곡이 훨씬 낫다. 세이수미를 좋아하는데 같이 공연을 해보고 싶다. 나는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에서도 드러머로 활동하는데, 세이수미와 합동 공연을 하면서 비둘기우유랑 같이 공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솔: 어제 클럽 에프에프에서 밴드 아즈버스의 공연을 봤는데 좋았다. 얼마 전에는 아시안체어샷의 EP앨범 [소나기]를 들어봤는데 좋았고, 최근에는 테임 임팔라(Tame Impala)를 다시 들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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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클럽 빵에서 ⓒYoungnam Kim

Q: 비둘기우유는 유명 해외 밴드 내한 때 오프닝 공연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달라.

종석: 아무래도 모과이 내한 때가 기억에 남는다. 모과이 내한 일정이 잡히고 얼마 뒤에 프로모터인 슈퍼 칼라 슈퍼(Super Color Super)가 이벤트를 열었다. “당신도 모과이 내한공연의 오프닝 밴드가 될 수 있다” 면서 구인공고한 것이다. 원래는 모과이가 직접 팀을 고르겠다는 조건만 제시했는데 프로모터가 이벤트로 확대하면서 판이 더 커졌다. 모과이가 밴드를 간택하는 서바이벌 같다며 사람들이 욕을 엄청나게 했고. (웃음)

대개 큰 규모의 팀이 내한하면 보통은 그 팀만 공연을 한다. 하지만 굳이 오프닝 밴드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메인 팀이 직접 고르는 것이 공연기획계의 관례다. 많은 팀들이 지원해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원해놓고도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어차피 인터넷 투표로 진행해서 팬덤 규모가 큰 밴드가 유리했으니까. 비둘기우유는 최종적으로 모과이가 고르는 5팀 중에 들어갔지만 최저 득표였다. (웃음) 근데 얼마 후 최종적으로 모과이가 우리를 뽑았다는 연락이 왔다. 정신이 핑 하고 나가는 줄 알았다. (웃음)

용준: 공연 포스터에 모과이와 우리 이름이 같이 들어가서 좋았다. 워낙 유명한 밴드와 공연하다보니 직전까지 떨렸다. 한국 슈게이징은 구리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지기 싫은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공연장이 엄청 크고 넒어서 멤버들과도 눈짓을 주고 받기 힘들었던 일이 생각난다.

종석: 메인 밴드인 모과이와 우리의 사운드는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과이는 메인 무대인 만큼 스탭과 엔지니어, 장비들만 포함해도 규모가 엄청나게 컸으니까. 오프닝 밴드는 메인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핸디캡을 안고 공연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나중에 우리끼리 모과이처럼 되자고 다짐도 했다. (웃음) 그래도 그날 모과이는 우리 공연을 좋아했고 스튜어트는 무대 뒤에서 우리 공연을 끝까지 다 봤다. 기분 좋더라. (웃음)

무대에서 내려와 모과이의 공연을 직접 봤는데 악스홀이라는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엄청난 사운드를 내뿜는 것이 대단했다. ‘I’m Jim Morrison I’m Dead’를 할 때는 정말 엄청났는데 청력 손상 방지 이어링을 꼈음에도 귀에서 소리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 (웃음) 그때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운드를 연출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게 되었다.

Q: 일찍이 해외 투어 경험이 있다.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 공연을 한 것으로 아는데 이야기를 들려달라.

종석: 2010년에 갔던 중국 7개 도시 투어가 비둘기우유의 첫 투어다. 국내 투어도 안 해봤으면서 중국을 먼저 간 거다. (다들 웃음) 도시마다 관객 규모가 일관적이지는 않았지만 중국 관객의 반응이 남달랐던 점은 기억에 남는다. 스테이지의 앞부터 자리 잡고서 우리가 뭔가 할 때마다 사진을 찍더라. 그런 열정이 보기 좋았다. 2013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이스트 아시아 슈게이즈 페스티벌(East Asia Shoegaze Fastival)에 참가해 공연을 했는데 3년 전에 봤던 관객이 다시 왔더라. 기분 좋았다. 중국 관객들은 머천다이즈도 다 사고 인심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용준: 서울소닉 북미투어로 2011년에 미국을 갔다. 그때 기억나는 것은 미국의 클럽 공연장의 규모는 대체로 작고 허름하지만 엔지니어가 밴드의 편의를 너무 잘 봐준다는 점이었다. 드럼 상태가 별로라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엔지니어가 조작하자 금방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더라. 진짜 깜짝 놀랐다. 그동안 공연을 많이 다녔지만 한국의 공연장 엔지니어들과 소통이 너무 안되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한국 엔지니어들은 대개 자기 관점에서 사운드를 잡는다. 예를 들어 기타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면, 그럼 너네 노래가 안 들린다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소통이 잘 안된다. 애초에 우리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나 모르겠고. 근데 미국에서는 그런 적이 없어서 좋았다. 우리가 요구하면 요구하는대로 들어주고, 고민해보고, 시도한다. 심지어 말도 안통하는데 말이다. 미국이 확실히 음악 쪽으로는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훈: 나는 그때 없었는데 멤버들이 2012년 도쿄 투어의 반응은 괜찮았다고 하더라. 일본 관객은 중국과 한국의 중간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는데 처음부터 앞에 오기 보다 조금씩 관찰하면서 천천히 다가온다더라. 듣는듯 안듣는듯 하면서도 속을 잘 모르겠다고. 근데 그 사람이 다음에 또 왔다는데 (웃음) 아무래도 국민성 같다. 아무튼 중국은 대놓고 열성적이고 일본은 세심하게 멀리서 관찰한다. 한국은 그런 양쪽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Q: 국내 투어 때 이야기도 들려줬으면 한다.

종석: 국내 투어는 2014년에 광주, 부산, 대구에서 했다. 이때 서울 외 지역 공연장 시스템과 관객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대구는 서울 홍대 못지 않게 관객 반응이 좋았다. 광주와 부산은 관객 숫자는 적었지만 비둘기우유만 믿고 찾아온 관객이라 그런지 감정표현과 표정이 좋았다. 또, 올해 예솔이가 합류하고 나서 6월에 울산에서 공연을 했다. 울산은 작년에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이번이 두번째였다. 스틱키핑거스(Sticky Fingers)라는 클럽에서 했는데 관객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Q: 비둘기우유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용준: 2008년에 바다비에서 있던 1집 쇼케이스다. 앨범을 걸고 하는 공연이면서 우리를 좋아하는 관객들만 모였다는 점이 색달랐다.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을 한다고 해도 그때가 계속 기억에 날 것 같다.

상훈: 상하이 공연 갔을 때가 좋았다. 사실 공연보다도 자유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웃음) 관광 가이드처럼 여행 코스를 짰고 멤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주요 관광지를 거의 다 봤다. (웃음) 그 중에서 밤에 갔던 와이탄 광장이 너무 좋았다.

예솔: 올해 4월에 합정 채널 1969에서 한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비둘기우유로서 첫 공연이라서. 그때 함께한 모두가 알게 되어버린 게스트인 (웃음) 헬리비전과 같이 공연을 해서 분위기도 좋았다. 긴장 안 하려고 술도 많이 먹었고. (웃음) 관객 대부분이 다 우리를 보러 오신 분들이라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종석: 그동안 공연을 너무 많이 해서 잘 기억은 안 난다. 평소 가볍게 와인 한잔 정도 마시고 공연하는 편인데 소주 먹고 하면 매번 망친다. (웃음) 그외 대부분의 공연은 재미있다.

Q: 이전에 한 블로거와 했던 인터뷰 중 무대에서 음악하는 과정을 “섹스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어떤 의미인가?

종석: 그 말을 한 이유는 그만큼 음악하는 것이 좋고 여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이 있다거나 관객과 마주할 때 긴장감, 서로 교감할 때의 기쁨 등. (웃음) 약간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예전에 일본 공연하고 나서 한 평론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나는 “섹스와도 같다”고 대답했다. 그 평론가는 예전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케빈 실즈(Kevin Shields)하고도 인터뷰한 적 있다더라. 그러면서 케빈 실즈도 본인의 음악을 ‘섹스 뮤직’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웃음) 나는 케빈 실즈가 그런 대답을 한 줄 몰랐다. 어쩌면 같은 계통의 음악을 하니까 무언가 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 음악이 무슨 성적인 음악은 아니고. (웃음)

비둘기우유 – Goodnight Shining (유튜브 ready4d 님의 채널)

Q: 비둘기우유로서 언젠가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상훈: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Festival)가 아니겠는가.

용준: 예전에는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게 꿈이었는데 막상 서보니 별 거 없었다. 그때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글래스톤베리에 안 가도 되니까 좋은 시간대에 공연했으면 좋겠다. 대낮 12시에 야외에서 공연하고 싶어하는 밴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밴드 음악과 어울리는 저녁 시간대에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

예솔: 음악 페스티벌의 서브스테이지에 메인 헤드라이너로 서고 싶다.

종석: ATP 페스티벌(All Tomorrow’s Parties Festival)이다. 주로 영국이나 유럽의 도시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인데 모과이나 더스턴 무어(Thurston Moore) 같은 인디 아티스트가 큐레이터가 되어 다양성과 음악성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고 들었다. 세계적인 인디록 페스티벌인데 영화계로 치면 ‘선댄스 영화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세계에 있는 다양한 인디밴드들이 서는 무대니 만큼 우리하고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조만간 참가해보고 싶다.

Q: 밴드가 10년 동안 존속했는데 앞으로의 10년 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종석: 아무래도 10년이란 세월은 힘들다. 그 기간 동안 밴드가 난항을 한 번도 안 겪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음악하면서 여러 밴드들을 봐왔는데 밴드를 만드는 것보다 버티는 게 힘들더라. 아무래도 밴드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밴드의 음악인 것 같다.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밴드는 버틸 수 있다.

예솔: 밴드 다이얼라잇의 수정 언니가 10년 후에도 음악하고 싶으면 상훈 오빠하고 종석 오빠의 건강을 잘 챙기라더라. (다들 웃음) 음… 종종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사회적인 책무나 바람을 예술가에게만 떠넘기는 광경을 보곤 한다. 10년 뒤에는 제발 그런 모습을 안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보다 직업 간에 불균형이 해결되고 사회적으로 처우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상훈: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물질적이기보다 사회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음악에 대한 인식과 저변도 확대되고 대중들의 시야가 넓어졌으면 한다.

용준: 10년 전에는 이때까지 비둘기우유를 안 하고 있을 줄 알았다. (다들 웃음) 그냥 지금처럼 계속 밴드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종석: 나는 계획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내 바람을 말하자면 버텨 갔으면 좋겠다. 아마 한국을 포함해 모든 밴드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열심히 하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다들 버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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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비둘기우유 by Official Vidulgi Ooyoo Facebook

Q: 밴드로서는 지금이 터닝포인트인 것 같다. 앞으로 무슨 음악을 하고 싶나?

종석: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맑거나 흐리지만 본래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 있는 것처럼. 그렇게 본연의 것을 놓치지 않고, 계속 갈망하고, 변화해가면서 음악을 했으면 한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싶다. 그러다보면 나 자신을 알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강단이 있는 음악이 하고 싶다.

상훈: 현재나 과거보다는 내 안의 생각과 마음이 구현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용준: 어떤 음악이 하고 싶다기보다는 많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맨날 부족했음을 느끼니까.

예솔: 변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굳게 유지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

Q: 그러면 새 앨범은 언제 나올 예정인가?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

종석: 고민 끝에 디지털 싱글 작업을 계획 중인데 한 달에 한 곡씩 내려고 한다. 10월 말에 한번, 11월에 한번, 1월에 한번 내기로 했다. 12월은 쉬고. (웃음) 그렇게 곡을 내다보면 어느정도 모일텐데 이게 EP 앨범이 될지 풀랭스(full-length) 앨범이 될지는 아직 명확하진 않다. 어떤 음악이 될지도 아직 모르겠다. 아까 신곡 작업을 하다 예솔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해서 일찌감치 접은 게 있는데 나는 꽤 좋았다. 예솔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좀 끄집어내고 싶다. 그게 급선무다. 일단 잘 하니까 믿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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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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