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데나스트에 인수된 피치포크 … 독립성 지켜질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생긴 무수한 음악웹진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웹진을 꼽으라면  ‘피치포크(Pitchfork)‘를 빼놓을 수 없다. 1995년에 설립된 피치포크는 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자체 페스티벌(Pitchfork Festival) 뿐만 아니라 인터넷 라디오와 방송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음악비평의 질을 떠나 인지도와 호응이라는 측면만 볼 때, ‘롤링 스톤스’가 음악 저널리즘의 선구자라면 ‘피치포크’는 음악 저널리즘의 현재라고 할 수 있다. 월 방문자는 여전히 ‘롤링 스톤스’가 더 많지만, 피치포크는 꾸준히 두 자리수 PV(페이지뷰)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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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13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콩데 나스트(Condé Nast)가 피치포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콩데 나스트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문지식과 자원을 결합시켜서, 모든 플랫폼에 걸쳐 아트스트들과 스토리를 다루는 우리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라이언 슈라이버 피치포크 설립자

콩데 나스트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잡지를 다수 보유한 잡지 전문 출판사다. 유명 패션지(<보그>, <W>, <GQ> 등)가 간판 스타지만, 최근에는 <와이어드>, <아르스 테크니카> 같은 IT 관련지로 영역을 넓혀나가더니, 소셜뉴스사이트인 레딧(reddit)도 인수(레딧은 2011년 콩데 나스트에서 나와 모회사인 Advance Publication 직속 관할로 들어갔다가 다시 독립)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버즈피드(Buzzfeed)에 다소 가려있지만, 전통적인 인쇄미디어가 디지털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앞장 서서 보여주는 업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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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콩데 나스트는 피치포크를 인수했나

Pitchfork is a distinguished digital property that brings a strong editorial voice, an enthusiastic and young audience, a growing video platform and a thriving events business.
– Conde Nast President-CEO Bob Sauerberg

피치포크는 (음악업계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진, 번창하는 디지털미디어입니다. 열광적이고 젊은 독자를 보유했으며, 성장중인 비디오 플랫폼인 동시에 잘 나가는 이벤트 비지니스 업체이기도 합니다.
–  밥 소버그 콩데 나스트 사장(※공식 취임은 2016년 1월 예정)

이처럼 콩데 나스트는 몇 년 전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출판미디어로 전환하고 있다. 밥 소버그 콩데 나스트 사장은 온라인에서 콩데 나스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디지털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그는 “‘독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만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콩데 나스트가 제작”함과 함께 “디지털미디어의 양방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커뮤니케이션 통로’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도 포함할 수 있다. 레딧과 피치포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음악’이 많은 디지털미디어의 킬러콘텐츠로 자리잡은 것 또한 콩데 나스트가 피치포크를 인수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레코드 시대든 스트리밍 시대든, 공신력있는 음악(음원)순위와 신선한 음악(혹은 가수)을 소개하는 미디어에 대한 수요는 늘 존재한다. 아니, 검색만 하면 거의 모든 곡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수요는 오히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선보인 바이스(Vice) 버즈피드가 일찌감치 음악 섹션을 시작한 데 반해, 콩데 나스트는 상대적으로 이 분야를 간과했는지 GQ가 올해 초에야 음악 섹션을 신설했다(그 전에는 엔터테인먼트 섹션의 일부였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피치포크를 인수하는 쪽이 음악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보다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피치포크의 미래 – 제2의 고메 혹은 텐아시아?

유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피치포크 주 이용층인 젊은 힙스터들에게 콩데 나스트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보는 지루한 잡지를 출판하는 낡은 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 간 ‘소수자들의 대변자’라고 자칭했던 피치포크가 주류사회를 대변하는 콩데 나스트에 들어간 사실에 반발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그 동안 ‘돈 안되는 업체’는 가차없이 정리했던 콩데 나스트의 행적 때문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미 콩데 나스트에 인수된 뒤, 주력분야는 다른 핵심 미디어(GQ나 보그 혹은 새로 런칭한)에 내주고 사라진 미디어가 20개 가까이 된다. 그 중에는 전통있는 음식전문지 고메(Gourmet) 같은 사례도 있다. 1941년 창간해서 미국 음식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고메는 1981년 콩데 나스트에 인수되었다가 2009년 폐간했다. 고메가 다루었던 음식 관련 콘텐츠는 에피큐리어스(Epicurious)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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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피치포크가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콩데 나스트의 영향력이 커지면 기존 필진들이 이탈해 새로운 웹진을 만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개성있는 포멧과 비평으로 많은 인지도를 얻었다가, 한국경제에 인수되었던 텐아시아처럼 말이다. 텐아시아 기자 6명은, 강명석 당시 텐아시아 편집장은 우회적 권고사직(편집장에서 일반 기자로 강등)을 당하자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이들은 3개월 뒤, 머니투데이의 지원으로 웹진 IZE를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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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데 나스트의 피치포크 인수는 음악비평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음악비평이 비지니스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실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피치포크와 콩데 나스트가 입을 모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 때문에 실제로 피치포크의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득력있는 비평이나 공론장의 기능보다 비지니스가 중요한 현실에서, 피치포크가 자신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 기사

Why Condé Nast buying Pitchfork matters(Poynter)

Conde Nast buys Pitchfork(Chicago business)

새롬

날 때는 절대음감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노래 좋아하는 직장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지금은 피아노처럼 키보드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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