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블루스, 그 끝나지 않은 노래

슈가 블루스, 그 끝나지 않은 노래

‘슈가 블루스(sugar blues)’란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대중가요의 제목에서 비롯된 말이다. 금주령이 내린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단맛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설탕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무명 트럼펫 연주가였던 클라이드 맥코이(Clyde McCoy)는 이 노래를 통해 일약 스터덤에 오르기도 했다.

“…. 너도 나도 노래하네, 슈가 블루스/ 나는 불행 속에 고통스러워 하네/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네/ …… 슈가, 또 슈가/ 달콤한 슈가블루스에 자꾸 빠져드네”

1920년대 Clarence Williams이 작곡한 슈가 블루스는 Clyde McCoy의 연주로 유명해졌다.

1975년 미국 언론인 윌리엄 더프티가 동명의 책을 저술하면서 이 용어는 ‘설탕을 과다 섭취할 때 발생하는 육체 및 정신의 복합적 질환’을 뜻하게 됐다. 더프티는 설탕을 니코틴이나 헤로인 이상의 중독성을 가진 물질로 보고, 설탕의 섭취를 중단하면 금단현상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섭취하는 설탕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우울증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본능적으로 단 음식을 찾는다. 당분이 든 음식을 먹으면 혈중 포도당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일시적으로 피로가 풀리고 뇌도 안정감을 되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설탕을 과다 섭취할 경우 호르몬 불균형 현상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혈당을 원상회복하는 과정에서 무력감과 더 큰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www.grantustheluxury.com/)

이같은 슈가 블루스의 위험은 2014년 우리 사회에도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습관적으로 단 음식을 찾곤 한다. 국내 한해 평균 1인당 설탕소비량은 21kg.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필요량(하루 50g)을 한참 넘어서는 수치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 중독’을 걱정하지만, 실상 우리가 중독되어 있는 것은 카페인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 들어 있는 설탕일지도 모른다.

설탕 소비가 방증하듯 최근 우울증 발병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27.6%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2년 기준 58만여 명으로 이는 전 국민의 1%남짓 수준이다. 공식적 통계 뒤에 `숨은 환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에는 우울증이 심장병 다음으로 많이 앓는 2위 질병이 되고 2030년에는 고소득 국가에서 부담 1위 질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은 누구나 앓을 수 있고 평소 약물 치료와 관리만 잘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정신질환자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그래서 정신질환자 대다수가 혼자 앓거나 쉬쉬하며 진료를 받는다. 마음의 상처를 외면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설탕이라는 임시방편을 통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우울증은 개인의 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노트르담 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처럼 우울증은 ‘시대의 전염병’으로서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우리에겐 달달한 한 잔의 커피보다 마음의 병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정하고 치료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 흘러넘치는 ‘슈가 블루스’도 멈출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