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저편, Beyond Words

언젠가 누군가가 “음… 재즈 중에, 사무치는, 그런 재즈 음악 있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무슨 음악을 추천해줄까 하며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뒤적거렸다. 그 날이 목요일인지 금요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왠지 모르게 가게들은 일찍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집으로 귀가하거나 저녁 약속에 가려는지 빠르게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럴 때일 수록 나는 조금 울적해지는 것이다. 마치 주변의 흐름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앞에 선 누군가에게 울리히 드레슬러(Ulrich Drechsler)를 추천해줬다. 우리는 가끔 자기만의 소리를 가진 음악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울리히 드레슬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다. 그는 9살 때 고향의 악단에서 처음으로 클라리넷을 불었다. 울리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로 가서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면서 테너 색소폰을 독학하고 즉흥 음악 쪽을 배운다. 이후 역사적인 프리/아방가르드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나름의 성취를 얻은 울리히는 그제서야 재즈 음악을 하기로 결정한다. 지금의 그는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현대 유럽 재즈의 현주소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울리히 드레슬러의 <Beyond Words>에 수록된 라이너 노트에는 ‘음악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것을 온전히 표현한다’고 적혀 있다. 이미 음악계에서 너무 많이 쓰여 진부한 표현이 된 말이지만 <Beyond Words>는 울리히 드레슬러만의 음악 세계와 진중함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어서 절로 수긍하게 된다. 전형적인 트리오 구성에 벗어나, 클라리넷 – 피아노 – 드럼이라는 독특한 악기 편성으로 인해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짜임새 있는 인터플레이가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베이스의 빈자리를 클라리넷으로 대체하여 리듬섹션으로써의 클라리넷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자작곡은 신선하다.

올해 9월에 하는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에 내한한다는데, 이번에는 듀오 구성이다. 어떤 공연을 펼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Ulrich Drechsler Trio – You Always Know 

 

 

 

 

Ulrich Drechsler & Tord Gustavsen Duo – You Always Know

 

Beyond Words (2012)

01. You Always Know

02. Song of Sands

03. Beyond Words

04. Hidden Persuasion

05. Little Peace Lullaby No. 2

06. As a Token of Friendship

07. The Human Glow

08. Little Peace Lullaby No. 1

09. A Glimpse of Honesty

10. Little Peace Lullaby No. 3

11. As Simple As It Could Be

12. A Family Affair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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