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최고은과 함께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포근했던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최고은의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11월 25일 있었던 단독콘서트 ‘감정의 조각들’이 열린 지 딱 한 달 만에 선보이는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만큼 ‘마이 크리스마스 이즈 유(My Christmas Is You)’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함께 활동해온 동료 뮤지션,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자 마련했다”는 그녀의 기획의도처럼 12월 24일 오후 8시 합정 폼텍웍스홀에서 소박하지만 더없이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른바 최고은 밴드의 민상용(드럼), 황현우(베이스), 박상흠(기타)이 지원사격에 나섰고 스페셜게스트 이은철(피아노)도 함께 무대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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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연인들과 혹은 가족들과 단란히 보내야 할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공연장은 그녀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찾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푸른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로 등장한 최고은은 공연의 제목이자 2012년 발표한 그녀의 크리스마스 싱글 “My Christmas Is You”로 오프닝을 알렸다. 고대하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눈이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근사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되레 정적 속에서 기타를 튕기며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그 시간 동안 딱히 어떤 풍경도 필요치 않게 느껴졌다.

너와 내가 서로의 숲이 되는 시간

이어서 “Forest”, “Nostalgia”, “Night of My World”, “No Energy” 를 차례로 연주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베이스와 피아노, 보컬의 호흡이 돋보인 “Night of My World”에서는 완벽하게 노래에 빠져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최고은의 보컬에는 그 특유의 강약조절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오디오적인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폼텍웍스홀은 소리를 담는 매우 좋은 그릇이 되어주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만큼 이번 공연에서는 중간에 캐럴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민속악기 칼림바를 직접 연주하며 “북치는 소년”과 “Amazing Grace”를 부르던 모습은 이번 크리스마스 공연에서만 엿볼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무대임에 틀림 없었다.

게스트로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이은철의 깜짝 무대도 잊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 최고은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며 “외모와는 달리 굉장히 부드럽고 노래도 참 끝내준다”며 이은철을 소개했다. 이날 이은철은 “계산은 선불”, “그럼 니가 나랑”, “만우절” 등 자신(?)의 웃픈 연애 스토리를 담은 발랄하고 위트 넘치는 곡을 부르며 반전 매력을 어필했다. 덕분에 객석마다 웃음이 쏟아져 나오며 공연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I was, I am, I will”, “너에게”를 비롯해 새로운 앨범에 수록될 “모래가 된 말(가제)”를 들려주기도 했다.

“눈 마주치며 연말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장난처럼 시작된 소소한 팬클럽이 있는데 그 분들과 보낼까 생각하다가 2015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러분과 눈 인사 한 번 정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욕심내서 만든 공연입니다. 가기 전에 서로 눈 인사 나누시길 바랄게요. 2016년에도 좋은일, 힘든 일 많을텐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은은 인사말과 함께 “봄”을 노래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노래의 가사처럼 정말 우리 모두가 서로의 ‘숲’이 된 것만 같았다.

선물 교환 이벤트 등 소소한 재미가 넘치는 공연

무대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이번 공연은 깨알같은 소소한 재미가 맛을 더했다.  먼저 이번 콘서트에는 최고은 밴드 멤버들과 관객들이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특별 이벤트가 마련됐다.  선물 교환은 이벤트 참여자가 미리 5,000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 익명으로 제출한 뒤 공연이 끝나고 무작위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공연이 끝날 무렵 인상 깊은 선물을 준비한 관객 3인을 선정해 무대에서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팬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관객들에게 손수 제작한 미니앨범 ‘Gonne’s Christmas gift’를 교환선물과 증정하며 마음의 선물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미니앨범에는 “My Christmas Is You”가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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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교환 이벤트에서 인상 깊은 선물을 준비한 관객 3인은 최고은 밴드와 함께 무대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출처:최고은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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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를 위해 최고은 밴드가 손수 준비한 미니앨범.

앵콜 역시 ‘재밍(jamming)’과 ‘페인팅(painting)’이라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최고은을 제외한 세션들이 앞서 선보인 “북치는 소년”을 재밍하는 사이 최고은은 직접 들고 나온 캔버스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약 8분에 달하는 연주가 끝나고 최고은은 부끄러운 듯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을 선보였는데, 캔버스 안에는 익숙하고도 어딘지 어설픈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림은 최고은의 첫 번째 EP 앨범 자켓에 수록된 캐릭터의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이번 콘서트에서 밴드가 마련한 미니앨범의 자켓사진이기도 하다. 해당 그림은 가위바위보게임을 통해 관객 중 한명에게 돌아갔다.

한편, LP판을 준비해 사진 촬영의 주인공이 된 이서연(20)씨는 M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LP판을 선물하곤 하는데 오늘 주변의 소중한 분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준비했다.”면서 이벤트 참여 소감을 밝혔다.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경기도 오산에서 찾아왔다는 그녀는 “최근 수능을 봤는데 고3 생활하면서 최고은의 음악이 힘들 때마다 정말 큰 위로가 됐다.”며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마음에게 말을 걸다

“Eric’s Song”을 끝으로 공연은 마무리됐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도록 무대의 여운은 깊어갔다. 완성도 높은 훌륭한 무대로 만족감을 주는 공연은 많다. 그러나 뮤지션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연은 드물다. 이날의 공연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까닭은 크리스마스의 특별함도 한몫 했겠지만은,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담긴 뮤지션의 애정과 마음이 만들어 낸 따뜻함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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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고은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2010년 10월 첫 번째 EP <36.5°C> 발매 이래 최고은은 어느덧 활동 5주년을 맞았다. 한국 뮤지션 사상 최초 영국 글라스톤베리 연속 2회 초청,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 최종 우승’,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 그녀를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만 최고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은 ‘공연 그 자체’일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만 폭발력과 조화로움을 두루 갖춘 최고은의 무대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매번 풍경을 달리하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말이다.

새해에도 최고은의 공연은 지속될 예정이다. 올해 초 새 앨범도 발매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2016년에는 또 어떤 색채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무척 기대가 된다.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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