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하(Frances Ha)가 그린, 아무튼 사랑스런 우리의 시대

프란시스 하(Frances Ha)가 그린, 아무튼 사랑스런 우리의 시대

얼마 전, 비 오는 날 심야에 나를 포함한 관객 3명은 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를 극장에서 보았다. 소수의 관객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 본 적이 얼마만이던가. <프란시스 하>는 흑백톤으로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영화는 미국 뉴욕의 풍경과 사람들을 담았지만, 간혹 프랑스처럼 보인다.

줄거리는 뉴욕 브루클린에 살면서 성공한 무용수가 되길 꿈꾸는 27살의 여자인 ‘프란시스’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절친이자 룸메이트인 ‘소피’와 헤어지면서 시작된다. 철도 없고 타인에게 의존적인 프란시스는 “나는 꼭 성공한 무용수가 될 거에요.” 라면서 남들 앞에서 있는 척 없는 척을 다 하고 다닌다. 그렇게 영화는 프란시스의 뒤를 쫓으며 그녀의 행적, 만나는 사람,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

▲ 영화 <프란시스 하> 갈무리

<프란시스 하>는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진 않고 적절하게 지금 시대에 맞게 재구성했다. 프란시스를 포함해 주변 인물들은 현재 20-30대들이 겪는 일과 사랑, 돈, 진로를 각자의 상황에 맞춰 겪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상당히 공감했는데, 나 역시도 프란시스처럼 부족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서 뭔가 쟁취하려고 하고자 함은 적었고 꿈만 더 컸던 것 같다. 나름 이것저것 해보고 깨지고 터지고 하면서 먼길을 돌아오기도 하고 삽질도 했지만, 되돌아 보면 혼자 고민만 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돈이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데이트 하자는 말도 못 꺼냈고, 나도 혼자 준비하는 게 있으니 너네는 신경 끄라는 태도로 남을 대하기도 했고, 예술을 좋아하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은 깡도 능력도 키울 생각은 못하고 동경만 했고… 지나간 일이지만. 뭐, 아무튼 운이 좋아서 지금은 내 나름대로 길을 찾은 것 같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영화 <프란시스 하> 갈무리

사실 이 영화 보기 전에 엄청난 찬사들을 기억하고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보고 있으니 내 생각보다 훨씬 소소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프란시스의 모습들을 비추어보며 예전의 나를 떠올렸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이 영화가 이 시대를 사는 나와 닮은 젊은이들의 모습들을 과장없이 담아냈고, 너무 해피하지도 너무 비극적이지도 않은 면도 좋았다. 이 영화에는 아주 딱 필요한 감정과 딱 필요한 장면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감독이 이 부족하고 예쁘지도 않은 프란시스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담아냈기 때문에, 관객인 나도 프란시스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프랑스 누벨바그 시대가 그랬듯이, 지금 우리의 시대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어차피 다 지나갈 것이리라. 그렇게 시대는 또 다시 반복된다. 그러니 지금을 즐기자. 지금을 사랑하자.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니까. 사랑하지 않고서는 달리 할 것도 없으니까.

▲ 영화 <프란시스 하> 갈무리

그리고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 또 하나. 프란시스가 거리를 뛰는 장면에서 한번 나오고 엔딩에 삽입되었던 이 곡.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의 모던 러브(Modern Love). 80년대의 이 히트송은 지금 들어도 하나도 촌스럽지가 않다. 지금 적용해도 참 적절하게 들어맞는 가사란. 아, 명곡은 명곡인가 보다. 요새 한창 들었다.

David Bowie – Moder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