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커버린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방백 ‘너의 손’


이승열과 함께 했던 ‘유앤미 블루’의 멤버이자  <라디오스타>, <사도>, <베테랑> 등 다수의 영화음악들을 만들어낸 방준석. 독보적인 실험성과 독창성을 가진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로 솔로 앨범, 미술 등 다방면의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백현진.

두 사람은 한국 대중 음악사를 이야기 할 때 빼놓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같이 작업하고 공연하며 다니는 모습이 익숙해졌고, 같은 팀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하나의 팀이 된 그들은 각자의 성을 무심한 듯 이어 붙인 ‘방백’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Bahngbek

방백 ‘너의 손’ 자켓

두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는 담담한 흑백 표지 사진과 보편적인 두 글자의 단어들로 정갈하게 나열되어 있는 곡 제목들은 이 앨범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즉석에서 합주만 해도 진귀한 광경일 수 있는 서영도(베이스), 신석철(드럼), 고상지(반도네온), 손성제/김오키(색소폰), 윤석철/림지훈(건반), 최선배(트럼펫) 등의 현역 세션 ‘드림팀’ 라인업은 `방백`의 결과물에 더 큰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들은 첫 곡 “방향”에서부터 이 앨범이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익숙하고 보편적인 장소(‘편의점 파라솔’)와 누군가 겪어 보았을 법 하지만 몇 개의 단어를 겹쳐 놓아야만 표현이 가능한 감정들(“거의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곤 있으나 그래서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네“)이 곡의 전반을 채우고 있다.

생각을 하며 한강을 걷고 한강을 바라보며 밤을 보내거나 (“다짐”, “한강”), 거리를 지나 집에 가고 그 거리에서 ‘그때’를 돌이켜 보기도 한다. (“귀가”, “동네”) 또한 ‘사람은 변하는가?‘와 같은 어려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변신”), 이 노래가 너에게 다가가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곡들은 충분히 긴 시간을 살아낸 `성인`들에게 어울리는 `성인가요`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시간과 기억을 새겨놓은, 짧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을 많이 느껴 보았던, 다 커버린 이들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백현진의 전작 <반성의 시간>과 비교된다. 이전 작품이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풀어놓는 느낌이 강하다면, 이번 작품은 ‘너의 손’이라는 타이틀답게 그가 관찰한 바깥 세계를 이야기 한다. 리듬 파트마저도 거의 없는 미니멀한 구성이었던 전작과 달리 건반, 색소폰, 스트링, 드럼 등 구성 가능한 모든 악기를 매우 꽉 채워 사용하면서 가요에 가까운 (좀 더 적절한 표현을 찾자면 ‘유행가‘) 형식을 지니고 있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방준석의 기타연주가 곡 전체를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묵묵히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번 앨범을 유심히 듣는다면 화려하거나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물 흐르듯이 곡의 일부가 되어있는 그의 기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방백 – 한강 

백현진 – 학수고대했던날  (fram ‘반성의 시간’)

다만 방준석의 새로운 창작물을 오랫동안 기대하고 있었기에 전곡이 백현진의 작사/작곡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마치 백현진의 첫 솔로 앨범의 연장-확장 선상에 있는 작품 같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방준석의 이름이 전면으로 나온 만큼 방준석의 선율에 백현진의 가사가 있는 곡 하나쯤은 있었어도 좋을 법 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두 뮤지션이 이야기와 소리로 꽉 찬 묵직한 앨범을 만든 것임에는 틀림없다.

윤주환

소리와 영상을 사랑하는, 말보다 글이 더 익숙한, 작은 사람.

You may also lik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