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미술관 옆 인디공연?!

[공연 후기] 미술관 옆 인디공연?!

미술관과 인디 공연. 얼핏 전혀 관계 없는 상이한 세계처럼 들린다. 1989년 패티김과 이미자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두고 클래식음악계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그로부터 10년 뒤 여러 논란 끝에 조용필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지만 ‘예술’과 ‘공간’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듯하다. 인디공연보다는 되레 미술관 옆 ‘동물원’이 더 익숙하게 들리는 것처럼.

지난 8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특별한 인디밴드 콘서트가 열렸다. 여름 특별 프로그램 ‘한 여름, 미술관에서의 신선놀음’의 일환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MMCA Seoul 인디밴드 콘서트’가 마련됐다. 전시, 교육, 영화, 강연,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은 관람객에게 시원한 예술 피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전시동 지하1층 로비에서 저녁 6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는 ‘잠비나이’, ‘3호선 버터플라이’, ‘EE’ 등 다양한 인디밴드 그룹이 참여했다.

M의 두 필자는 EE, 잠비나이, Bebop city가 출연한 8일 공연을 관람했다. 공간적 특수함이 주는 인디 콘서트의 색다른 즐거움을 나누고자 대담 형식의 짧은 후기를 마련했다.

희진킴 : 일단 미술관이라는 다소 ‘낯선 장소’에서의 인디 음악은 보다 특별하게 들렸다. 미술관은 클래식한 현대 미술이 걸리는 장소, 인디 공연은 홍대의 소규모 클럽이나 거리가 주무대라는 보통의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친숙하지 않음의 매력이랄까? 장소와 장르의 퓨전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큐 : 솔직히 공연의 수준으로 따져본다면 이날 공연이 특출나게 뛰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미술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인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또 가격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시간 짜리 공연을 4천원에 볼 수 있다니, 게다가 동반 1인 무료입장은 파격적이었다.

희진킴 : 동감한다. 특히 동반 1인 무료입장은 앞으로 공연씬에서 자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웃음) 다만 아쉬운 점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술관이긴 한데 미술관에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따로 무대를 마련할 수도 있었을텐데 연출에는 너무 신경쓰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명도 부실했고 배경으로 띄운 영상도 없느니 못했다.

큐 : 정기적인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일시적인 이벤트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공연장이라고 하는 곳이 미술관 복도 한 구석에 불과하지 않은가? 미술관의 공간적 요소를 좀 더 잘 활용했다면 보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됐을 것 같다.

희진킴 : 그래도 공연 자체는 흥미로웠다. 사실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EE의 공연은 충격적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EE가 삐삐밴드 출신의 이윤정이 이끄는 밴드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관객들을 뚫어져라 응시하기도 하고 관객 사이에 몸을 던지기도 하는 모습에 “아, 이 여자 보통이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윤정이더라. 관객인 것처럼 하다가 무대에 이끌려 와 춤을 추던 무용수도 연출이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고 깜짝스러웠다.

8일 콘서트의 오프닝을 연 EE ⓒ김종규

큐 :  말 그대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잠비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EE의 발견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다음에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희진킴 : 잠비나이 라이브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역시 앨범을 듣는 것보다 훨씬 훌륭했다. 해금 연주는 서늘하기까지 했다. 샘플러를 너무 많이 써서 정작 현장에서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묻힌다는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전에도 잠비나이 공연을 종종 봤다고 했는데 이번 공연은 어떻게 평가하나?

큐 : 마지막으로 잠비나이의 공연을 본 것이 작년이니까 1년 만이었다. 요즘 잠비나이가 엄청 바쁘고 이렇게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여서 기대가 더 컸다. 이번 공연은 잠비나이의 공연 중에 평이한 편이었다. 잠비나이의 공연은 다루는 악기의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사운드의 편차가 큰 것 같다. 아직도 잠비나이를 처음 만났던 정규 1집 <차연> 발매 공연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땐 풀밴드였고 사운드도 엄청 고생해서 잡았다고 했다. 잠비나비 공연은 대체로 샘플러와 루프 스테이션의 사용이 잦은데, 이런 단촐한 공연에 어울리게 공연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김종규

희진킴 : 잠비나이는 최고은 등과 함께 올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도 초청된 것으로 안다. 영국 현지 반응도 좋았다고 하더라.

큐 : 이미 4월의 코첼라 벨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도 다녀왔고, 5~7월에는 글래스톤베리를 비롯하여 미국과 유럽 투어를 진행했다. 코첼라에서는 숀 레논이 먼저 찾아와서 서로의 씨디를 교환했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글래스톤베리와 유럽투어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잠비나이의 페이스북을 관음(웃음) 하고 있었는데 늘어난 ‘좋아요’ 수만 봐도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차후 새로운 해외 투어와 음반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보이니 기대가 된다. 한국에서도 글래스톤베리에 최초로 초청된 3팀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많이 이름을 알린 것 같고.

희진킴 :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비밥시티는 공연 시간이 짧은 점도 작용했겠지만 적잖이 싱거웠다. 밴드 유닛에 비밥 댄서가 합류한 컨셉은 흥미로웠지만 전반적으로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타리스트의 실력은 출중했다.

▲ 프로젝트 재즈 그룹 비밥시티 ⓒ김종규

큐: 기타의 이태훈은 세컨세션과 헬리비전 때 공연에서 수차례 봤지만, 동년배 기타리스트 중에서 탁월한 리듬 감각과 필링을 아는 기타리스트가 아닌가 싶다. 그의 쫄깃한 기타 연주를 들을 때마다 내 심장도 쫄깃해지는 느낌이다. 비밥시티는 P`Skool의 드러머 Killah Song과 서울 재즈 태퍼스 소속 댄서 Flextap, 기타에 세컨세션과 헬리비전의 이태훈, 키보드의 윤석철트리오의 윤석철이 결성한 프로젝트성 그룹이라고 들었다. 정작 공연 때는 윤석철을 못 봐서 아쉬웠다.

희진킴 : 이태훈씨는 대체 프로젝트 팀을 몇 개나 하는 건가? (웃음) 차라리 흥겨운 느낌의 비밥시티가 오프닝을 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EE가 피날레를 했다면 더 좋은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큐: 비밥시티는 공공장소인 미술관에서 하는 대중친화적인 공연이라는 본 콘서트 컨셉과 가장 잘 어울렸다. 관객 중에 가족 단위가 많았는데, 최초에 공연을 했다면 분위기도 띄우고 관객 호응도 좋았을 것이다. 아마 공연 순서가 제일 마지막이고 평일 저녁이라서 조촐하게 마무리 지은 것 같다.

희진킴 : 8월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MMCA Seoul, 음악을 만나다: 프롬 컨템포러리 투 클래식(from Contemporary to Classic)’이라는 주제로 재즈와 클래식 공연도 진행 중이다. 오는 13일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과 첼리스트 김해은의 듀오 음악회가, 20일에는 영화 음악에서부터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기타로 들려주는 ‘서울 기타 콰르텟’의 특별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더 많은 미술관, 혹은 낯선 장소에서 음악을 통해 보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