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This is Not a Miracle : 재즈로 차려진 화려한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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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남짓한 티저 음악에 귀를 홀리는 것은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다. 조금씩 날이 추워지던 지난해 말 ECM 페이지에서 들었던 ‘푸드(Food)’의 음악이 바로 그러했다. 처음 그 짧은 음악을 접했을 때 일렉트로닉 재즈와 앰비언트가 세련되게 공존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Food는 영국의 색소폰 연주자 Iain Ballamy와 노르웨이의 재즈 드러머이자 작곡가 Thomas Strønen이 주축이 되어 만든 아방가르드 재즈 팀이다. 1998년 결성한 이후 초창기에는 베이시스트 Mats Eilertsen, 트럼펫 연주자 Arve Henriksen과 함께 Quartet의 형태로 활동하다가 이후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2010년 ECM에서 발매하기 시작한 앨범부터 이번 작품까지는 노이즈/앰비언트 계열의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타리스트 Christian Fennesz가 주축으로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ECM으로 옮긴 후 발매한 앨범들이 이전 앨범들보다 실험적이고 앰비언트적인 성향이 더 강한 편이다.

(앰비언트나 노이즈가 가미된 실험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Fennesz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 앨범들과 Jim O’Rourke, Ryuichi Sakamoto, Sparklehorse 등 유명 뮤지션들과 협업을 한 앨범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Food – Chickpea  ( ‘Veggie’ album, 2002) ]

[ Food의 새 앨범 This is Not a Miracle의 Teaser ]

첫 곡 “First Sorrow”부터 인상적인 부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 IDM을 연상시키는 드럼의 자유분방한 리듬이었다. 프로그래밍된 사운드와 Thomas Strønen의 변화무쌍하면서도 정교한 드럼 리듬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견고하게 틀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티저에서 귀를 끌었던 Thomas Strønen의 무그 사운드가 등장하는 두번째 곡 “Where Dry Desert Ends” 역시 매우 아름답다. 마지막 두 곡 “The Grain Mill”과 “Without the Laws”는 Fennesz의 피드백이 잔뜩 걸린 기타 사운드가 더해져서 노이즈를 가미한 앰비언트나 슈게이징을 연상시킨다. Iain Ballamy의 색소폰 연주는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의 구성 속에서 곡의 풍경과 정서를 핵심적으로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굵은 선으로 그림을 그리면 다른 소리들이 색을 채우고 세부적인 부분을 완성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ECM Records에서 이전에도 전자음악 사운드나 다양한 현대적인 요소들을 결합한 앨범들을 많이 선보였지만, 이처럼 각 요소들이 잘 맞아 떨어져 세련되게 들리는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특유의 두터운 공간감을 비롯해 ECM에서 발매되는 음악들이 가지는 강한 색채가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시도 위에 덧칠해지는 인상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테다. 물론 이 앨범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색소폰, 기타, 드럼, 프로그래밍 사운드들이 서로 파묻히지 않고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ECM에서 이전에 발매되었던 Food의 앨범들보다 Fennesz의 기타 사운드가 더 풍부하고 강렬하게 들어가 있어 기존 일렉트로닉 재즈에서 듣기 어려운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하나의 앨범을 통해 찾아 듣게 될 음악이 꽤 여럿 파생되었다. 다시 한번 앨범을 감상하며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찾아 들을 음악을 발견하게 된 이 기막힌 우연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윤주환

소리와 영상을 사랑하는, 말보다 글이 더 익숙한, 작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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