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밴드 – 시간

time

음악이 가지는 가장 위대한 기능 중 하나는 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기만 하는 시간을 몇 분짜리 작품에 고정시킬 수 있으니 매우 대단한 일이다. 때로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나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시간을 노래한다는 것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개념 그 자체라면 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늘 새로움을 탐구하는 뮤지션 김창완이 이번에는 그러한 ‘시간’을 주제로 하는 신곡으로 돌아왔다.

이 곡은 김창완 솔로 1집 “꿈”, 김창완 밴드 3집 “E메이져를 치면”에서 시도했던 연주에 나레이션을 얹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꿈”이 기타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면, “E메이저를 치면”은 연주 위에 즉흥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에 반해 “시간”은 기타와 반도네온 (고상지의 연주. 이 곡을 구성하는 가장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다) 과 한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어우러져 묵혀왔던 생각들을 털어 놓는 것 같다.

게다가 다른 곡들과 다르게 3분 30초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멜로디를 가진 노래로 곡이 전환된다. 해당부분의 가사를 전하기 위해서는 음을 붙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부분이 이 곡을 통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산울림을 존경하고 김창완이 매우 훌륭한 음악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김창완 밴드의 이름을 걸고 나온 결과물들은 다소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박제되지 않고 계속 살아있는 ‘김창완’의 음악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산울림의 잔향 혹은 변형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지난 김창완밴드의 앨범에서 “E메이져를 치면”이나 이번 싱글 “시간”을 들으면서 60대에 진입한 그가 마치 어떤 고개를 넘은 것처럼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 보였다.

그가 이 곡에 대해 “”청춘”이 27살에 쓴 ‘시간’이라면 “시간”은 내 나이 62살에 쓴 ‘청춘’입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첫 아이의 돌잔치를 마치고 썼던 “청춘”처럼 지난 시간을 밀어 넣은 “시간”이라는 곡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그의 음악이 항상 현재진행형이기를 바라면서 이 곡을 계속 돌려 들을 것이다.

윤주환

소리와 영상을 사랑하는, 말보다 글이 더 익숙한, 작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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