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불안보다는 진심이 느껴졌던 ‘선길문x방백’

싱어송라이터 마크 코즐렉이 이끄는 밴드 선길문의 내한 공연 중 ©Jongkyu Kim
싱어송라이터 마크 코즐렉이 이끄는 밴드 선길문의 내한 공연 중 ©Jongkyu Kim

3월 5일 홍대 예스24 무브홀에서 ‘선길문x방백 – 불안한 밤’의 공연이 있었다. 이제 막 겨울에서 벗어난 날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공연 제목 그대로 ‘불안한 밤’이었다. 관객들은 비에 젖어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무브홀에 도착했다. 무브홀의 객석은 원래 스탠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접이식 의자가 쫙 깔려 있었다. 작년에 선길문의 공연을 스탠딩으로 보고 난 뒤 체력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마크 코즐렉(Mark Kozelek)이 주도하는 인디 밴드인 선길문(Sun Kil Moon)은 한국의 권투선수 문성길의 이름에서 팀명을 따서 지었다. 마크 코즐렉은 90년대에 활동했던 팀인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 부터 현재의 선길문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많은 음악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최근 새 앨범을 내고 주목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백현진과 방준석의 프로젝트 그룹 방백의 조인트 공연이라니… 공연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무조건 가야한다는 글이 SNS상에서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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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과 방준석의 방백, 그리고 김오키 ©Jongkyu Kim

이날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방백이었다. 백현진과 방준석에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함께 했다.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즉흥적인 상황에 걸맞게 부르는 백현진, 그 옆을 묵묵히 받춰주는 방준석의 기타와 두 사람을 잔잔하게 따라가는 김오키의 색소폰… 종잡을 수 없는 이 셋의 조화는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하는 매력을 선사했다. 방백의 공연은 40여분 동안 이어졌는데 공연이 끝나자 관객 모두 아쉬워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잠시 세팅 시간을 거친 후 드디어 본 공연인 마크 코즐렉의 선길문이 무대에 올랐다. 마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팬 소리 좀 끄고 조명을 최대한 낮춰 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조명 감독은 오늘 하루 쉬어도 괜찮다고 했다. 투정(?)을 부리는 마크의 모습에 관객들은 공연 시작부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첫 곡으로는 평단으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2014년작 [Benji]의 수록곡인 ‘Micheline’를 불렀다.

두 번째 곡으로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라며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불렀던 ‘Moon River’를 부른 뒤, 최근 앨범 작업을 같이 한 익스페리멘탈 팀 제수(Jesu)와의 곡 ‘The possum’, ‘Fragile’ 등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공연 중간중간에 마크는 쉴 틈 없이 미국 희극인을 연상케 하는 제스추어와 조크를 선사하면서 즉흥적으로 곡을 선별하기도 했는데, 이런 의외에 모습에도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기다 마크는 사전 예고 없이 객석에 있는 관객을 갑자기 무대 위로 불러서 노래를 시켰다. 가수 못지 않게 열광적으로 노래한 관객에게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와 호응을 보냈다. 마크는 거친 입담과는 다르게 구슬픈 사연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음악들로 공연 후반부를 꽉 채웠다. 두 번째 앵콜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Win’를 부르며 감동적으로 무대를 마쳤다. 관객들은 앵콜을 포함해 2시간 반 동안 마크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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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길문 ©Jongkyu Kim

이렇게 볼거리와 이야기거리가 많은 공연임에도 관객석 분위기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앞쪽 일반석과 뒤쪽 초대석과의 사이에 수많은 관객들이 계속해서 떠들거나 들락날락 해 몰입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전 공지에는 스탠딩석이라고 했지만 갑자기 좌석이 배치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다. 좋은 공연임에도 이런 사소한 점들이 눈에 밟혀서 아쉽다.

이번 선길문의 내한에는 바로 전 일본 투어에 함께했던 제수의 기타리스트 저스틴 브로드릭(Justin Broadrick)이 함께 하지 않아서 안타까워 한 팬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길문의 드러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스티브 셀리(Steve Shelley)는 그대로 내한했다. 전체적으로 선길문과 방백, 두 팀 모두 거칠고 투박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번 서울 공연으로 선길문과 제수의 프로젝트 앨범 [Jesu/Sun Kil Moon]의 투어는 종료 되었다. 선길문 못지 않게 훌륭한 공연을 선보여준 방백의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본다.

2월 22일에 있었던 Jesu / Sun Kil Moon의 파리 공연 중 by “a music lover in Paris”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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