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부르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 – ‘같은 곳에서’, 그리고 ‘한발짝 두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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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의 일원이 곡을 쓰는 것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지드래곤, 지코부터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까지 작사,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종종 올려 놓곤 했다. 나아가 작곡가로서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샤이니의 종현이나 아주 짧은 간격으로 프로듀스 101이라는 엠넷의 프로그램과 같은 소속사 후배 걸그룹 ‘오마이걸’에게 곡을 써준 B1A4의 진영이 그렇다. B1A4라는 아이돌 그룹은 데뷔 때부터 쓴 곡을 꾸준히 싣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그 역할을 맡아서 하던 멤버가 언급한 진영이라는 멤버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곡을 쓰는 경우에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다소 상투적인 듯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진영은 그와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본인 나름의 색깔이 담긴 준수한 곡들 (“이게 무슨 일이야”, “solo day”)을 만들어 왔다.

불과 3일안에 발매된 프로듀스 101 (팀명 소녀온탑)의 “같은 곳에서”와 오마이걸의 새앨범 선공개곡 “한 발짝 두 발짝”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같은 곳에서”는 공간을 통해서 기억을 정리하며 이별을 알리는 내용이고, “한 발짝 두 발짝”은 조금씩 다가가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정 반대의 내용이다. 하지만 두 곡은 마치 유사한 분위기의 곡을 한자리에서 여러 개 만들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닮아있다. 귀에 쉽게 감기는 멜로디, 적당한 템포감과 목소리를 여러 번 덧 댄 화성 구성이 주는 아련한 느낌, 2절 이후 곡의 종반부로 다가가며 상승하는 진행 등 비슷한 요소가 여럿 있다. 구성이 매우 정교하거나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와 멜로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보컬,스트링,리듬 프로그래밍 등을 잘 배치하여 깔끔한 곡을 만들어냈다.

공기도 옷차림도 조금씩 가벼워지는 이 때, 편하게 듣기 좋은 음악이 나온 것 같다. 또한 앞으로 기대가 되는 가요 작곡가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윤주환

소리와 영상을 사랑하는, 말보다 글이 더 익숙한, 작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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