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고, 종이나 주세요

됐고, 종이나 주세요

스팀 여름 폭탄세일기간에 정신못차리고 잔뜩 지른 게임을 하나씩 클리어 하고 있다. 대책없는 지름을 막기 위해 이런저런 루트로 엄선한 리스트이기 때문에 ‘생각만큼 재미있다’와 ‘생각보다 더 재미있다’로 나뉜다. 후자에 속하는 게임 중에서도 최고는 바로 ‘Papers, Please’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의 검문소 심사관이 되어 이웃 국가 국민들의 입국심사를 하는 게임이다. 루카스 포프라는 제작자가 홀로 만든(여담이지만 한국인 친구에게 ‘흔한 이름 몇 개만 추천해달라’고 해서 희수, 수호 같은 한국이름이 등장한다) 인디 게임이다.

검문소 심사관, 즉 ‘공무원’의 하루는 대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여서 등장인물은 각양각색이지만, ‘괜찮으면 통과시키고 이상하면 돌려보낸다’는 룰만 숙지하면 참으로 무료하게 흘러간다.

이 공무원스러운 분위기를 부채질 하는게 몇 안되는 배경음악이다. 90년대 게임에서나 나왔던 미디(MIDI)이 강하고, 때로는 영화 <괴물>의 메인테마 ‘한강찬가’가 생각나기도 하는 음악 덕분에 ‘내가 게임을 하는건지 게임이 나를 조종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좌우간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며칠동안 열심히(라기보다는 기계적으로) “Papers, Please”를 외쳤다.

굉장히 지루한 것처럼 설명을 했는데, 이 게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현실과 정말 흡사하다’는 점이다. 대개 물 흐르듯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도중 툭 튀어나온 돌맹이같은 작은 변곡점이 생기고, 그 작은 뒤틀림 때문에 평범한(혹은 무료한) 일상을 어떻게 바뀌는 지를 볼 수 있다. 그 때 느끼는 감정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현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