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집합 –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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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용산구 해방촌에서 열린 독립 출판 마켓인 <언더그라운드 마켓>을 방문하였다가 하나의 음반을 구매하게 되었다. 직접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고 제작까지 해서 출판물들을 판매하는 가운데 음반을 판매하는 분을 보게 되었고, 미리 조금 들려준 음악과 음반에 참여한 윤석철과 하헌진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진 돈을 털어 구매하게 되었다. 곡을 쓰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창작자의 이름은 공집합, 세곡이 실린 앨범 (테이프로 판매하고 있다)의 제목은 <계약직>이다. 사온 음반을 들으며 찾아보니 이전에도 공집합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앨범을 제작하여서 몇차례 발매 한적이 있었다. 삶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담백하게 정리하여서 꾸준하게 결과물들을 직접 만들어 온 것으로 보였다. <계약직> 앨범은 ‘무명’, ‘안녕에 앞서’, ‘퇴사’ 이렇게 세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녀가 건설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이름도 없이 머물렀다가 떠나가는 사람들, 많은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세 곡이 모두 인상깊었다.

‘무명’이라는 곡의

“난 도시를 만드는 사람 / 그대가 지낼 곳을 만드는 사람 /….. /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이 도시에 / 내 이름은 없지만”

이 가사를 들으면서 지금 지내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쳐간 것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해진 기간을 마치고 퇴사하는 경험을 담은 ‘퇴사’ 라는 곡에서는

“등을 돌려 떠나가네/ 남겨둘 것도 없는 채로/ 아쉬워할 틈도 없이/ 예정대로 지워지네”

라고 말하며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일상적이지만 씁쓸한 감정을 표현한 것 같았다.

앨범을 발매하고 난 후 한 인터뷰에서 본인은 뮤지션이 아니고 작업물을 기획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는데,  이 정도의 창작물을 만들고 앨범 구성을 할 수 있다면 뮤지션이라는 직함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가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리고 덧붙여서 음악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창작물을 남기고 싶어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 음반을 우연히 마주치고 감상하면서 이렇게 삶에서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직접 작품에 담고 제작한 결과물들이 앞으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주환

소리와 영상을 사랑하는, 말보다 글이 더 익숙한, 작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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