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의 여행 ‘Going Home’

매주 맞이하는 일요일이지만 연휴를 앞둔 일요일 아침은 낯선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마도 휴일의 연장이라는 안도감이 주는 느긋함 때문이리라. 아침부터 오래된 앨범을 뒤적이다가 케니 지의 <Kenny G Live> 앨범을 꺼내들었다. 색소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 중 하나이고 그 뜨거움 안에 내재된 부드러움과 편안함 때문에 색소폰 연주곡을 들을 때마다 추억 속에 잠기곤 한다.

특히 케니 지의 곡 ‘Going Home’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두 살 위 언니는 관악부에서 색소폰을 연주했다. 나는 기대에 부풀어 이 곡을 꼭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정작 언니의 연주는 색소폰에 대한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뜨렸다. 색소폰 연주가 깊이와 감동을 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하구나 생각하면서.. 그래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빨개진 얼굴로 힘겹게 색소폰을 불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 짓게 된다.

이 곡이 처음 나왔을 때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데, 마트고 백화점이고 문을 닫을 무렵 웬만한 가게에서는 클로징 송으로 Going Home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멜로디가 워낙 좋기도 하지만 곡의 제목처럼 문 닫을 시간 되었으니 집에 가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유행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색소폰 연주곡이 꽤 인기를 누리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어딜 가도 듣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재즈바에 가면 종종 귀동냥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케니 지 스타일의 정통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찾기 어렵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연주는 김오키씨의 무대였는데 기존의 틀을 깬 자유분방한 연주가 무척 인상 깊었다. 어떤 식으로라도 좋으니 일상에서 색소폰 소리를 좀 더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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