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두고 싸우지 말아요

보름달 두고 싸우지 말아요

몇 시간씩 기를 쓰고 할머니댁에 모인 이유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여기서 싸우면서 풀기 위해서일까? 몇 년 전까지 그런 생각을 했다. 싸울만한 사건이 있긴 했다만, 나 같으면 뒤에서 욕할지언정 앞에서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피해가려 할텐데, 기껏 모여 그 이야기하면서 언성 높일 필요가 있을까. 어른들끼리 싸우는거야 그렇다 치고, 열받은 사촌형이 바로 나와버려서 조카들이랑 더 놀지도 못했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갈까말까 망설이는데 조카에게 카톡이 왔다. 가족이랑 여행간다는 말에 나도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 슬쩍 사촌들에게 물어보니까 다들 오진 않을 모양이다. 어른들은 명절에 얼굴도 안비춘다고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가끔 만날 때마다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밥 먹는 사촌들과의 사이가 더 좋다고 난 생각한다. 이제는 싸우면서 정 들 나이도 아니니까.

아버지와 저녁먹고 달구경 나왔다가 올해 세번째로 크다는 슈퍼문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추석, 우리 사촌들과 조카들이 모일 그 때라면 예전처럼 모두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힘들게 모였다가 헤어질 때 ‘괜히 왔다’라는 생각은 안드는 그런 추석이 언젠가는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