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도 잘하면 원작이 된다

연일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류와 수법도 다양하다. 유명인사들의 학위논문 표절은 기본이요, 가수와 작가도 표절 논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자신의 저작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시 사용해 중복 출판하는 자기표절도 자주 일어난다. 한 대학교수는 제자의 시를 도용해 책을 펴내기도 했다. 취업용 자기소개서까지 표절하는 게 요즘 세태다.

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명한 문인들조차 표절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의 시(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를 자신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김부식이 묘청의 난 때 정지상을 맨 먼저 죽였다는 일화는 잘 알려졌다. 조선시대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난설헌집>에 실린 한시 중 상당수가 남의 시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표절의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논리로 모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한다. 어떤 이는 표절을 우연이나 무의식적인 행위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1976년 전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My Sweet Lord>가 그룹 쉬퐁스(Chiffons)의 <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자 그 멜로디를 잠재의식 속에서 사용했다고 항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표절 시비가 일었던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

그룹 쉬퐁스의 <He’s So Fine>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생산적 모방은 곧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 소설가 신경숙은 선배 작가 오정희의 작품을 필사함으로써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 역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며 마네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의 작품 모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회화법을 창조했다.

문제는 모방이 모방으로만 그치는 데 있다. 단순한 베끼기는 그 분야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공정경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계나 예술계에 널리 퍼져 있는 표절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다. 표절을 담론화하기보다 비논리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문화계의 경우 표절 판단기준이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원작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만 표절이 성립되는 저작권법상 한계가 있다.

표절(plagiarism)이란 말은 ‘유괴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plagiar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표절이 곧 아기를 훔치는 범죄행위와 다름없다는 말이다. 남의 창작물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하거나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폐단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표절을 좀 더 엄중하게 다루는 제도적‧의식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 시즌 방영 중인 <슈퍼스타 K>는 미국쇼 <American Idol> 표절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동일한 포맷을 한국적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냄으로써 케이블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디션 열풍을 일으켰다.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잇단 프로그램들의 등장으로 이제 <슈퍼스타 K>는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작이 되었다.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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