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M83, 우주의 중심에서 ‘씨울’을 외치다

M83_내한공연_이미지_포스터

지난 2월 M83의 내한 소식은 오래도록 그들의 무대를 기다려온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꽤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페스티벌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가깝고도 먼 존재였으리라. 공연 당일까지도 밴드의 이름처럼 저 먼 우주의 은하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공연은 5월 24일 저녁 8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렸다. 7시 즈음부터 스탠딩 좌석 입장이 시작됐고 비온 뒤 축축함과 5월의 예기치 못한 더위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팬들은 바지런히 밴드를 기다렸다. “이제 힘들어서 스탠딩은 못하겠다.”는 탄식이 절로 돌았지만 무대를 겪고 보니 M83 공연에서 스탠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라 말해야겠다.

공연사측의 예고대로 저녁 8시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일렉트로닉 밴드 윔(WYM)이 오프닝을 장식했다. 국내 밴드로서는 흔치 않은 신스팝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장비의 문제인지, 준비의 부족인지 보컬 사운드가 제대로 들리지 않고 기타 사운드가 너무 울리는 바람에 신선함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작을 넘나드는 완벽했던 구성

오프닝 공연 후 세트를 새로이 하는 데에만 30여 분이 걸렸고 8시 50분, 고대하던 밴드가 등장했다. 실제로 본 안토니 곤잘레스는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눈짓과 몸짓 하나하나에서 노련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한국 관객들을 조금 낯설어하는 눈치였지만 공연이 끝날 무렵 그의 눈에서 떨어지던 다정함과 친밀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날 M83은 <Hurry Up, We’re Dreaming>의 “Reunion”을 시작으로 새 앨범 <Junk>을 비롯해 <Saturdays = Youth> 등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라도 1시간이 넘는 공연의 경우 전개의 과정에서 지루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M83의 공연은 지루하거나 밋밋했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놀라웠다.

특히나 신작 <Junk>는 팬들 사이에서도 앨범평이 제법 갈렸고, 개인적으로 전작에 비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으나 라이브가 주는 묘미 때문인지 앨범 자체가 새로이 들리기도 했다. 라이브로 먼저 <Junk>를 만났더라면 평가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1.Reunion

2.Do It, Try It

3.Steve McQueen

4.We Own the Sky

5.Intro

6.Walkway Blues

7.OK Pal

8.Bibi the Dog

9.Road Blaster

10.Wait

11.Oblivion

12.Go!

13.Midnight City

14.Echoes of Mine

15.Outro

Encore:

16.For the Kids

17.Couleurs

18.Lower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

<5월 24일 서울 콘서트 셋리스트>

멤버 각자의 실력과 무대 매너도 대단했다. 기타와 건반, 베이스를 오가며 폭발적이지만 절제된 모습으로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곤잘레스. 폭발적 에너지로 무대를 누비고 다니던 92년생의 기타리스트 조단 로울러(Jordan Lawlor)는 스티브 바이의 화려한 기타 솔로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번에 새로 영입된 키보디스트 겸 보컬 카에라 싱클레어(Kaela Sinclair)는 깊은 브이넥의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여신의 자태로 멋진 키보드 연주와 호소력 있는 보컬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보다 상쾌할 수 없는 로익 마리(Loic Maurin)의 드럼은 흠잡을 데가 없었으며 색소폰을 비롯해 난생 처음 보는 다양한 관악기를 연주하던 조 베리(Joe Berry)는 실상 공연의 주인공이었다. 꽤나 점잖은 모습으로 제자리에서 비트를 즐기던 관객들은 “Midnight city”의 색소폰 리프에서 이성을 잃고 무대쪽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열은 무너지고 혼돈과 환희가 뒤섞였지만 화요일 밤의 열기는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몰입하는 순간들

이번 공연은 공연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지만 뮤지션과 관객들이 소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하게 몰입한 무대라는 점에서 보다 특별했다. 곤잘레스는 공연 중간중간마다 손을 높게 뻗으며 “씨울(Seoul의 불어 발음)”을 외치며 마치 공연장에 있는 모두가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환상을 갖게 했는데, 그의 외침은 음악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 그날의 공연에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날의 관객들은 M83이라는 은하와 함께 “씨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한국 관객들은 최선을 다하는 뮤지션들만큼이나 최선을 다해서 호응하고 흥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한데 M83의 공연에서도 그 아성은 유효했다. 특히 앵콜 가운데 하나였던 “For the Kids”에서 싱클레어의 따뜻한 노래와 조 베리의 색소폰 연주가 매우 묘하고도 노스탤직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는데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객석에서 저마다 플래시를 켜고 손을 흔들며 하나의 우주가 되어 응답했다. 그때 객석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얼굴이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향수와 감동에 젖은 듯 관객들을 응시하던 곤잘레스의 눈빛은 내게도 잊지 못할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다.

공연이 끝나고도 곤잘레스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눈과 손을 맞추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고 멤버 모두 팬들과 사진을 찍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팬서비스라기보다는 공연이 주는 진정한 감동과 여흥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소통의 방식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날 흥에 겨워 늦게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은 이들은 M83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특별한 경험을 했을 테다.

“씨울, You are the best!”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한국 팬들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던 곤잘레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우주가 되어 함께 춤추고 땀흘리던 이날의 공연은 그밤 시공간을 공유했던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여정이 되었으리라. 나아가 M83의 무대를 곧 다시 한국에서 만나볼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You may also lik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