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비긴 어게인"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영화 후기] “비긴 어게인”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영화 <비긴 어게인>이 음악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9월 20일 기준 2,312,491명).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영화는 2014년 국내 개봉한 다양성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가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계에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7년 뒤 개봉한 <비긴 어게인>의 관객은 그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 특기할만한 점은 한국에서의 수익이 이미 북미 수익을 능가했다는 것. 각종 온라인 음반 쇼핑몰과 음원 사이트에서도 <비긴 어게인>의 수록곡들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비긴 어게인 열풍’은 잘 만든 영화와 OST 덕분일 테지만 동시에 SNS와 입소문을 통한 관객들의 자발적이고도 꾸준한 홍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열풍의 중심에는 그러한 요인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현재 음반 업계에 종사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최소녀씨와 함께 영화 <비긴 어게인>의 ‘Something Special’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의) 다음 대담에는 영화의 줄거리 및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큐 – <비긴 어게인>을 극장에서 두 번 관람한 M의 필자
최소녀 – 현재 음반 업계에 근무, 싱어송라이터(이하 최)

큐: 먼저 영화는 어떻게 봤나?

최: 너무 좋았다. 전작인 <원스> 이상이었다. 무슨 콘서트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큐: 다행이다. 내가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적에 초반이 진부해서 내가 보여주는 것임에도 최소녀씨가 혹여 지루해하거나 별로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을 살짝 했었다.

최: 영화 내내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이 영화 특유의 세 번의 오프닝 동안 단 한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몰입하면서 봤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큐: 예전이면 언제인가?

최: 처음 음악을 했을 때다. 기타를 치고 있으면 멜로디가 계속 떠올라 곡을 많이 썼었다. 근데 문제는 가사다. 가사를 자연스럽게 넣기가 정말 힘들다. 지금 중간에 멈춰 있는 곡이 산더미다.

큐: 영화에서 보면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정말 쉽게 곡을 쓰지 않나. 밤새 놀고 왔음에도 영감이 떠오르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곡을 쓴다. 거기다 가사도 죽인다.

최: 그러게 말이다. 딴 건 모르겠는데 가사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쓸 수 있는지. 책을 많이 읽나?

큐: 나이틀리는 왠지 책 많이 읽을 것만 같다(웃음). 아무튼 영화 내내 음악이 계속 흘러 나오는데  지금도 머릿 속에 생생하다. 음악이 정말 좋았다.

▲ 영화 <비긴 어게인> 갈무리

최: 전작인 <원스>에서는 주인공들이 너무 음악만을 위해 사는 것 같아서, 관객 입장에서는 살짝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이번 작품에는 그런 부분이 지나치지 않아서 좋았다.

큐: 동감한다. 두 주인공이 밤새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같이 음악을 듣는 장면은 정말 미묘하면서도 로맨틱 했다. 이러다 영화 속 데이트 같은 모습을 서울 밤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지도(웃음).

최: 정말 그럴 것 같다. <원스>는 대놓고 음악을 빙자한 썸만 타는 것 같아서(웃음). <비긴 어게인>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달콤한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주인공들이 선을 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이 헤어지기 직전에 포옹하고 난 뒤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 그리고 헤어지는 모습, 딱 거기까지가 정말 백미였다. 그 둘의 눈빛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큐: 나중에 알게 됐는데 사실 키스씬도 있었다.

최: 정말인가?

큐: 해외 팬들도 키스씬을 뺀 것을 정말 잘 한 일이라고 말하더라(웃음). 그 장면 말고 영화 보는 동안 인상적인 부분은 있었나?

최: 오프닝에서 댄이 그레타를 처음 만났을 때. 세 번의 오프닝을 각각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는데, 특히 댄(마크 러팔로 분)이 그레타의 음악을 처음 들을 적에 자기 환상에 빠져서 그레타의 노래 위에 상상의 악기들을 연주해서 음악을 덧붙이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큐: 맞다. 그때부터 영화는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최: 댄은 항상 취해 있을 때만 그런 마법이 들린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엄청 피곤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감각이 예민해진 건지 귀에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멜로디를 들었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그게 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트로트풍 음악도 있었고 굉장히 강렬한 사운드를 들었던 적도 있었다. 들었을 때 바로 받아 적었어야 했는데 실체가 불분명한 멜로디라서… 어떻게 받아 적어야할지 몰라서 괴로운 밤을 보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때 들었던 음악은 정말로 대단했다.

큐: 지금 검색해보니까 <비긴 어게인>의 음악에는 미국의 록 밴드 ‘뉴 래디칼스’의 멤버였고 그래미 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그렉 알렉산더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거기다 존 카니 감독에, <원스>의 주인공이었던 글렌 한사드까지 참여했다. 전부 쟁쟁한 사람들이 만든 곡들이라 영화 보는 내내 귀가 호강했다.

최: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잘 만들었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녹음한 ‘Tell me if wanna go home’ 같은 경우에 곡 중간에 바이올렛(헤일리 스테인펠드 분)의 기타가 치고 들어가는 장면은 기가 막혔다. 우리나라였으면 디스토션 엄청 키우고 요란한 속주를 자랑하는 기타 사운드가 들어 갔을텐데, 영리하게도 스무스하게 곡과 잘 어울리는 기타 연주가 들어갔다.

Keira Knightley –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Exclusive clip)

작곡가가 음악을 정말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달까. 만들어진 곡의 수준은 높은데 기타 반주는 기타 초중급자 수준으로 낮춰야 했으니 곡 만드느라고 아마 고생 좀 했을 거다(웃음). 결론적으로는 기타를 못 치는 것도 잘 치는 것도 아닌데도 상황과 기가 막히게 어울려서 가장 드라마틱한 곡 중에 하나가 됐다.

큐: 마지막 씬에서 그레타가 쓴 ‘Lost Stars’를 부르는 데이브(애덤 리바인 분)가 그레타에게 무대로 올라오라고 눈빛을 줬다. 그러나 그레타는 끝내 무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 장면에 대한 최소녀 씨의 의견은?

 최: 일단 나도 그레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는 동감한다. 인기에 취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하는 데이브의 모습은 그레타 본인도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거다. 게다가 인기 때문에 자신과 한번 헤어지기도 했고. 그 장면에서 그레타는 정말 굉장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뮤지션으로서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유혹이다. 그러나 굉장한 자제력으로 그레타는 뛰쳐 나갔다. 그녀가 영화 내내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나. ‘진정성’이 있는 음악을 할 거라고.

내가 보기에는 마지막 데이브의 노래는 진정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그레타를 붙잡기에는 이미 늦었다. 둘이 가야할 길이 다르다는 것을 데이브는 그때까지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거다. 그레타는 그게 슬퍼서 눈물을 참고 뛰쳐 나갔고… 이제 그레타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서기를 시작할 거다. 다들 뭔가 새로 시작하지만 슬프게도 언젠가는 끝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다시 뭔가를 시작하지 않나. 그게 우리의 일상이다. 그래서 제목도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 아닐까. 그 장면 끝나고 감독 존 카니가 자신의 형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고 메시지를 띄워 보냈는데, 나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의 형이 어떤 뮤지션인지 알 것만 같다.

▲ 영화 <비긴 어게인> 갈무리

큐: 그러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노래를 잘 불러서 놀랐다.

최: ‘마룬 5’의 애덤 리바인보다 더 뮤지션 같다(웃음). 나이틀리의 음색이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정도면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괜찮게 불렀더라. 곡은 거의 코드를 네개만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원래 히트곡에는 어려운 코드가 잘 안 들어간다. 일단 쉽고 듣기에 편해야 하니까(웃음).

큐: 찾아 보니까 영화 촬영 전에 나이틀리는 남편이자 록 밴드 ‘클락손스’의 멤버인 제임스 라이튼에게 기타연주를 배웠다더라. 남편의 강습이 너무 끔찍해서 만약 끝까지 배웠으면 이혼 하거나 살인날 거라고 했다지만(웃음).

최: 음악 영화니까 배우들도 기본적으로 연주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안되면 핸드싱크나 립싱크라도 제대로 연기해야 하는데, 그 싱크조차 맞추지 못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다. 약간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10개월 동안 매일 8시간씩의 강도 높은 훈련과 9kg의 체중 감량의 가혹한 트레이닝을 거쳤다고 한다. 결국 발레리나 특유의 날렵한 몸을 만들고 극중 발레 씬의 대부분을 직접 연기해내지 않았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도 발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그 정도의 열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배우나 제작진은 진정성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큐: 예전에 봤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진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한국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 음악 영화를 보고 싶다. 대개 한국 작품에서는 하라는 음악은 안 하고 결국 연애만 하더라(웃음). 기왕 다루기 어려운 음악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면 음악에 더 몰두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오늘 신문 기사 보니까 “우리는 왜 비긴 어게인 같은 작품을 못 만드냐”라는 기사를 읽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 <비긴 어게인>의 곡들이 새로운 곡들이긴 하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곡도 아니다. 영화도 새롭다기보다는 클리셰 범벅이고(웃음). 영화 시작부터 실패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어떻게든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야 하는데, 이때 적절한 양념으로 음악이 들어간 거다. 일부러 주인공들을 드라마틱한 상황으로 끌고 가면서 어느 정도 감정선에 도달했을 때, 끝내주는 사운드를 제때 터뜨려 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관객은 그저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영상을 감상하기만 해도 쉽게 주인공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친절한 영화인가.

큐: 한국에도 나름 괜찮은 음악 영화가 있긴 했다. <고고 70>, <라디오 스타> 정도가 기억이 난다.

최: 그 두 영화도 괜찮긴 했는데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음악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대부분 현재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하거나 과거의 히트곡을 다시 부르고 있지 않나. <비긴 어게인>을 관람하거나 OST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연령대가 10대부터 40대 이상으로 생각 외로 폭 넓다. 우리나라 음악도 아닌 해외 음악이 이정도로 주목 받는 것은 단순히 음악이 좋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과거 포크, 락을 밑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잘 해석해서 나온 음악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가장 로맨틱한 뉴욕 밤길 데이트 씬에서 스티비 원더의 ‘For Once In My Life’, 영화 <카사블랑카>의 ‘As Time Goes By’ 등의 명곡들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 주고 있다. 이렇듯 <비긴 어게인>의 댄이란 과거와 그레타라는 현재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삭막한 도시는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으로 재탄생하고, <비긴 어게인> 속 캐릭터들은 마치 우리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나는 이것이 북미를 넘어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관적 의견이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음악을 비롯한 예술 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상업적인 부분은 적당히만 가지고 진정성을 담아야 음악이든 영화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은 말 중에 “돈은 알아서 따라온다” 처럼(웃음). 음악은 어려운 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음악이란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 우선은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겠지만.

▲ 영화 <비긴 어게인> 갈무리

 

큐: 영화에서 보여지는 뉴욕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어딜 가도 음악이 있고 연주자가 있다. 자신의 음악을 남들에게 들려줄 창구가 한국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최: 그레타의 음반 녹음이 끝나고 좁은 아파트에서 축하 파티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잘 모르는 음악이더라도 가볍게 몸을 흔들고 즐기는 문화가 한국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소소한 것에서부터 기본 바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큐: 그 장면은 참 재미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같이 춤추고, 나도 같이 그들과 어울리고 싶더라(웃음).

최: 계속 얘기하는데 한국에서는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멜론’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조금만 깊숙히 파고들면 못 찾는 음악이 너무 많다. 때문에 다들 음악을 직접 찾아 듣기 보다는 누가 설명해주거나 남이 쓴 글로 음악을 배운달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한국에는 음악 전문가들이 넘친다(웃음). 그런데 현실의 사람들은 본인이 알던 음악이 아니면 대부분 갸우뚱해 한다. 그 많던 전문가들은 다 어디로 갔나(웃음). 음악을 머리로는 알고 있을지언정, 가슴으로 느끼는 것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익숙함과 명성에 더 기대하는 경향이 있고.

큐: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그런 자세는 발전을 막고 고인 물이 되버리니까 결과적으로는 좋지가 않다. 근데 한국은 이런 상태가 너무 오래되었다.

최: 그런 면에서 <비긴 어게인>의 음반 판매는 이례적이다. OST 음반 판매 순위를 비롯하여 전체 음반과 음원 순위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더불어 <원스> OST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어쩌면 그레타가 말한 진정성이 통한 것일지도. 근데 음반은 1달러가 아니다(웃음).

큐: 확실히 댄의 말처럼 진정성은 유지하되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영화가 음악을 고급스럽게 잘 포장한 게 아니겠나(웃음).

최: 얼마 전에 흥행했던 <어바웃 러브>와 <겨울왕국>, 이번에 <비긴 어게인>까지 OST 판매가 쭉 이어진 것을 보면서 한국의 음악계와 영화계는 고민 좀 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한다.

큐: 같은 생각이다. 음반 업계 사람들도 그렇고, 아티스트들도 제발 이 영화를 봐달라. 아, 관객이 200만명이 넘었다니 지금쯤이면 다 봤을지도(웃음).

최: 현직에 있다보니 비긴 어게인에서 보여진 A&R(Artist & Repertoire – 음반과 공연, 기획,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도 힘들지만, 한국의 흔한 음반사에서는 아티스트를 전문적으로 케어하고 홍보할 수 있는 인원이 대형 기획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거의 직원 1명 혼자서 SNS, 마케팅, 영업 같은 대부분의 일을 한다. 아니면 대표가 직접하거나. 양쪽 다 제대로 일을 진행하기 너무 힘들다.

큐: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니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를 키우기도 힘들다는 말인가.

▲ 영화 <비긴 어게인> 갈무리

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상업성에 목매는 거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아무리 좋은 음악을 해도 음반 기획사들은 아티스트의 정체성 보다는 자신들의 상품으로 포장하기 바쁘다. 그럴 수록 대중 자체에 관심이 멀어진다. 그러니 진정성과도 멀어지게 되지 않겠나. 큰 음반사들도 초심을 잊은지가 오래고, 음악의 내실보다는 아티스트의 화보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큐: 영화에서도 보여주지만, 음반 한장이 10달러라고 할 때 음반사는 9달러의 수익을 얻고 아티스트는 1달러만 갖게 되는 풍토는 어찌 할 수 없는 걸까. 음반사를 배불리기만 하는 것 같다. 이는 아티스트의 삶의 질을 바꾸기 어렵게 한다. 이건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출판사와 작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최: 요즘은 그래도 옛날보단 상황이 좋아져서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 사운드클라우드, 밴드캠프 등으로 자기 음악을 알리기 더 수월해지긴 했다. 좀 귀찮긴 해도 아티스트 본인이 음원 유통과 홍보를 모두 할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처럼 우리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지.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큐: 엔딩 때 그레타가 음반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통째로 1달러에 팔아서 솔직히 통쾌했다. 음악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 수익은 정당하게 배분되어 아티스트에게로 가야한다. 그래야 좋은 음악은 더 널리 퍼지고 계속해서 우리도 새로운 음악이 나올 것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최: 동감이다(웃음). 나도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큐: 나는 두 번 봤지만 두 번 다 즐겁게 잘 봤고 두 번 다 짙은 여운이 남았다. 존 카니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음악을 다룬 진정성 있는 작품을 곧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