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M] 5월, 라디오헤드 외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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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A Moon Shaped Pool>

라디오헤드가 5년 만에 아홉 번째 정규앨범 <A Moon Shaped Pool>을 발매했다. 5월 초 웹사이트와 SNS가 백지화되는, 이른바 ‘라디오헤드 온라인 실종사건’과 함께 싱글 “Burn the Witch”를 발표하더니 이변 없이 새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라디오헤드는 시대를 상징하고 정의하는 밴드”라는 피치포크의 정의처럼 밴드 라디오헤드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록음악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심지어 영국 록 밴드의 상당수가 ‘라디오헤드의 아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니까.

라디오헤드는 사운드적 측면뿐만 아니라 음원 분배 구조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팬들은 늘 음악의 경계를 초월해 실험적인 사운드로 변신을 거듭하는 이들의 행보에 열광하면서도 다수가 초기 라디오헤드의 색깔을 그리워해온 것이 사실이다. 근원으로의 회귀마냥 가장 ‘라디오헤드틱’한 사운드로 돌아온 이번 앨범은 그런 측면에서 팬들에게 새로운 황홀경을 선사한다. 별처럼 쏟아지는 기타, 파도처럼 부서지는 피아노, 폐부를 찌르는 아찔한 바이올린, 톰 요크의 나른한 음성은 익숙하지만 그리웠던 멜랑콜리한 정서를 완성하며 하나의 ‘위로’가 된다. 라디오헤드의 전작이 낯설었던 이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앨범이 될 것이다. 20년이 넘도록 정식으로 녹음되지 않았던 “True Love Waits”의 재해석은 앨범의 또 다른 묘미다. (희진킴)

너무나 파격적이었던 전작 <The King of Limbs>의 여파일까. 라디오헤드의 이번 신보는 대중적인 사운드와 새로운 시도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생각이 든다. 11곡 중 7곡이 공연이나 개인 활동 등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지만, 모두 새롭게 편곡되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후라이드반 양념반 같이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개인적으로는 지산에서 선보일 때만 해도 흥겨움이 넘실대던 Identikit의 변신이 논랍다). 혹시 이 앨범이 라디오헤드의 마지막 앨범일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풍문이 그저 풍문이길 바란다.(새롬)

라디오 헤드의 전작이나 톰요크의 프로젝트 ‘Atoms For Peace’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발매될 라디오헤드의 신작이 더욱 범접할 수 없는 어느 곳으로 가버릴 것이라는 추측을 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Kid A> 이전의 기타 중심의 록도 아니고,  IDM에 가까운 <The King of Limbs> 이상의 실험도 아니었다. 영화음악 작업을 많이 하였던 조니 그린우드의 영향인지 오케스트라가 앨범을 전체적으로 감싸고, 피아노와 기타 사운드가 빈 곳에 놓여지며 앨범을 완성시켰다. 이번 결과물을 통해서 라디오헤드는 ‘톰요크’ 혼자만의 밴드가 아니고 조니 그린우드, 필 셀웨이 등의 역량이 함께 숨쉬는 창작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주환)

나에게 라디오헤드(Radiohead) 하면 떠오르는 곡은 ‘Creep’이다. 라디오헤드에게 관심이 없던 날들 사이에 그들은 이미 점점 더 넓고 깊은 음악에 빠져가고 있었다. 장르적 구분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음악적 내공과 고민이 철저하게 투영된 것만 같은 트랙들로 수놓였다. 톰 요크의 보컬도 돋보이지만 사운드를 꾸리는 그 내공과 재능은 그들이 준비한 트랙에서 여실히 빛을 내고 있다. 시류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만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김승일)

<A Moon Shaped Pool>은 이전처럼 톰 요크 혼자에게 비중이 쏠렸기 보다는 멤버들의 음악성과 영향이 골고루 반영돼, 모두가 기다려온 ‘대중친화’ 앨범이라는 느낌이다. 라디오헤드만의 홍보와 유통 방식은 이번에도 ‘특이했다’. 음악 하나부터 열까지 팬과 매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그들의 창조성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라디오헤드는 우리 모두의 머리 꼭대기 위에 서있는 것이 틀림 없다. (김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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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Odell <Wrong Crowd>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톰 오델(Tom Odell)이 3년 만에 정규앨범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지난 2013년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Long Way Down>으로 호평을 받으며 영국 차트 1위를 갈아치운 이후 오래간만의 소식이다. 전작과 비교해 한층 밝아진 분위기와 여러 사운드를 도입한 시도가 돋보인다. 이번 앨범은 작년부터 작업하기 시작해서 “Wrong Crowd”, “Magnetised” 등 몇 곡을 선공개한 후 6월에 정규 발매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는 15개의 트랙 중 5개의 트랙만 공개되고 나머지 10개의 트랙은 공개되지 않았다. 호소력짙은 수준을 넘어서서 호소력으로 점철된 트랙들은 듣는 사람들의 귀를 잡아끈다. 톰 오델의 나긋나긋한 보컬과 울부짖는 듯한 고음처리는 차분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보컬뿐만 아니라 드럼, 전자음 등을 이용한 밝고 빠른 전개의 곡들도 섞여있어 톰 오델의 또다른 면모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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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hni <Hopelessness>

‘Anohni’. Antony and the Johnsons로 활동했던 Antony Hegarty의 새로운 이름이다. Antony and the Johnsons에서 들려주었던 음악과 다르기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트랜스 젠더로 알려진 그는 남/여 성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처연한 목소리의 절창으로 많은 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주로 피아노와 현악기 등이 중심이었던 기존 구성과 달리,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중심으로 그의 음악세계를 다시 펼쳤다. 많은 작업물과 내한 공연으로 한국에서도 알려진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와 원 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OPN)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다채롭고 완성도 높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이전 앨범에서는 주로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끌어 올려 서정적인 구성 위에 토해내는 느낌이었다면, <Hopelessness> 에서는 주위를 둘러싼 많은 사회 문제에 관해 날이 선 비판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은 여전한데, 특유의 떨림과 음색이 날카로우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주어서 그가 던지는 메시지가  조금 더 깊은 곳에 와서 울림을 준다. 웅장하고 둔탁한 사운드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4 Degrees’, 오바마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OPN의 불길하고 미니멀한 사운드 위에 얹은 ‘Obama’ (이토록 직설적인 제목이라니..), 사회적인 감시에 관해 노래한 ‘Watch Me’, 곡의 도입부 부터 반복되는 하이 피치의 프레이즈가 인상적인 사형에 관한 곡 ‘Execution’,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이전 앨범에서의 그의 음악에 조금은 맞닿아 있는 ‘Hopelessness’,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을 비판하는 곡 ‘Marrow’로 앨범의 마침표를 찍는다.  앨범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지금 현재 세계의 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가 새롭게 보여주려고 하는 음악적 형식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절반이 지난 2016년에 방점을 찍는 수작이 탄생했다. (윤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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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cé <Lemonade>

누가 그녀의 정체를 예상했던가. 진부한 표현이지만 ’21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팝 아이콘’을 뽑으라면 압도적으로 언급될 비욘세가 정성들여 만든 멋진 레모네이드 같은 앨범을 들고 나왔다. ‘비주얼 앨범(앨범에 수록된 14곡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영상 17개를 공개했다)’ 컨셉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작 <Beyoncé>에 이어 이번에는 ‘앨범 무비(수록곡 뮤직비디오를 영화 안에 모두 담았다)’ 컨셉인 신보 <Lemonade>는 비욘세가 처음으로 ‘흑인 아티스트’에 정체성을 두고 내놓은 앨범이다. 자신을 레몬(영어권에서 ‘쓸모없는 것’을 이르는 속어로 사용된다)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특히 흑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걸까. 그동안 주로 여성인권에 치중했던 비욘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셀럽으로 변모하려는건가 싶을만큼 수위높은 가사가 눈에 띈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곡이 하나는 있을걸?’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앨범에 담았고, 그 완성도 또한 높다.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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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Blake – The Colour In Anything

슬로우 일렉트로니카의 중심에 서 있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세 번째 앨범. 그래미어워드와 브릿 어워드를 비롯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최근 비욘세의 앨범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 활동 반경만큼이나 이번 앨범은 관계자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프랭크 오션과 릭 루빈이 공동으로 작사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본 이베어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영국의 그림책 작가 퀸틴 블레이크가 앨범 표지 작업을 지원했다. 총 17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일단 풍성하고 매끄럽다. 감탄사를 유발하는 특유의 비트와 서정적이고도 몽환적인 그루브는 그대로 간직한 채 기존의 세계를 확장한 인상을 남긴다. 전작 <Overgrown>이 한겨울의 고요한 새벽이라면 <The Colour In Anything>는 초여름의 백야라 해야 할까. 가슴을 때리는 한 방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젊은 뮤지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방증하기에 충분한 앨범이다.(희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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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청춘들이 만드는 음악 웹진입니다. 국내외 불문, 장르 불문 가슴이 이끌리는 사운드라면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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