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제4회 암페어: EDM보다 생생한 일렉트로닉 뮤직을 느끼고 싶다면

제 4회 암페어 ©Jongkyu Kim
제 4회 암페어 ©Jongkyu Kim

지난 6월 4일 국내 유일의 전자 음악 페어인 ‘암페어(Amfair)’가 서울 창전동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암페어에서는 매회 다양한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티스트나 레이블이 직접 운영하는 부스를 접할 수 있다. M에서는 4명의 필진들(김승일, 김희진, 윤주환, 김종규)이 참여해 암페어의 이모저모를 함께 나눴다.

암페어는 탈영역 우정국 내부 2곳을 나눠서 1층의 쇼케이스 공간과 2층의 부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쇼케이스는 입장료 1만원을 내고 들어갈 수 있지만 부스는 무료다. 일렉트로닉 뮤직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일단 부스에 들렀다가, 자연스레 쇼케이스까지 찾아 가게 되는 구조였다. 전체적으로 케주얼하면서도 동선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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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쇼케이스장에서 공연을 펼치는 나이트템포 ©Jongkyu Kim

다채롭고 재미있게 전자음악을 느끼다

1층 쇼케이스 공간에서는 골드문트, 새벽, 키라라, 라즈모드, 아슬 등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국내 전자음악가들의 라이브를 볼 수 있었다. 대낮부터 저녁까지 전자음악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네에서 하루종일 전자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J.Fitz는 다량의 LP를 가져와서 마치 DJ Box에서 노는 것과 같은 무대를 보여줬다. 라즈모드는 시작하자마자 퍼지는 신디사이저의 발랄함과 몽환적인 사운드는 듣는 이들의 고개를 들썩이게 했으며, 펑크, 가요, 나아가 생활에서 듣는 소리들을 이용해서 장난스럽지만 밀도 있는 음악을 들려준 나이트템포는 앞으로의 음악이 기대되는 뮤지션 중 하나였다. 풋풋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자신의 음악 세계에선 확실하고 노련한 주관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키라라는 이번 공연에도 몸을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게 해주었다. 음원보다 좀 더 힘 있고 풍성한 라이브는 그만의 내공을 확인시켜 주었다. 새벽의 공연은 음악과 영상의 조화가 압도적이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물흐르듯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또, 과거 비디오 게임 시절의 음악을 라이브로 재현한 뮤지션 타카 스시를 알게 된 것은 이번 암페어에서 얻은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제법 진지하게 공연에 임했다. 공연과 공연이 이어지는 과정은 기다림을 별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했다. 모든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러닝 타임을 30분으로 맞춘 점도 깔끔했고 중간 휴식도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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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페어 부스 현장 ©Jongkyu Kim

부스 통해 뮤지션과 직접 소통해

2층 옥상에서는 판매 부스들이 모여 있었다. 주최사인 레이블 영기획을 비롯해 쇼케이스 참여 아티스트들과 기타 부스들이 들어섰다. 평론가 이대화가 쓴 전자 음악을 다룬 책 <Back To The House>의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와 창작자가 대면하면서 음악에 대해 물어보거나 설명하는 식의 직접적인 소통의 모습은 평소 접하기 힘들었기에 매우 인상 깊었다. 부스의 판매자들은 대부분 타블렛 기기를 이용해서 미리듣기를 하게 해놓았다. CD가 아닌 예쁘게 만들어진 USB 형태로 음반을 판매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허니배저 레코즈 등의 USB 음반은 컨텐츠의 변화에 반응하면서도 참신하게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또 기억에 남는 아이템 중에는 영기획 부스에 있던 한정 포스터와 에코백이었다. ‘Rest In Peace EDM’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암페어’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에코백, 시퀀싱 프로그램 화면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포스터는 이 뮤직 페어가 어떤 곳인지 시각적으로도 잘 알려줄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암페어라는 ‘공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관객들은 1층 쇼케이스장과 옥상 부스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옥상 입구에서는 음료와 가벼운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마치 동네주민들과 벼룩시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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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쇼케이스 공연 ©Jongkyu Kim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 씬의 거점으로 거듭나길 

쇼케이스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대체 어떻게 해서 암페어를 알고 온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어쩌면 암페어는 ‘나와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문득 획일화된 현실 사회를 기괴하게 풀어낸 영화 <더 랍스터>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짝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귀에 이어폰으로 꽂은 채 홀로 전자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희극적 상황이 나온다.  이처럼 때로 일렉트로닉 뮤직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혼자 듣는 음악이 되곤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암페어에 가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렉트로닉 뮤직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창작자와 레이블과 직접 만나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암페어는 하루 동안 전자 음악이 우리 생활에 완전히 녹아든 장소였다.

주최사인 영기획은 기획의 변에서 “암페어는 특정 시기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신의 타임라인을 모아 한 공간과 시간으로 압축해 순간적인 에너지를 만든 후 이를 박제하는 행사입니다. (…) 우리는 그들에게 그동안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물을 수도 있을 테고, 그들 역시 같은 무대에 서는 사이 자신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음을 느끼며 여기서 다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테죠.” 라고 했다.

그 말처럼 우리는 암페어에서 국내 일렉트로닉 뮤직 씬에 대해 조명하고 지원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미디어 요소를 이용해 공간을 더 다채롭게 하고 판매나 휴식 공간도 특색을 갖춘 암페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암페어가 국내 일렉트로닉 뮤직 씬의 말뚝 같은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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