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M] 6월, 잠비나이 외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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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A Hermitage(은서; 隱棲)>

SXSW, 글래스톤 베리, 프리마베라 같은 각종 해외 페스티벌부터 월드 투어로 시작되서 세계적인 레이블 Bella Union과의 계약까지, 다름 아닌 국악기를 베이스로 하는 밴드 잠비나이의 이야기이다. ‘나부락’이 실린 첫번째 EP부터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이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놀라우면서 생생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작부터 남달랐다. 기존의 록음악이나 프리재즈 등의 형식에 국악기를 얹은 것이 아니라 잠비나이 고유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포스트록, 헤비니스, 메탈의 형식을 빌린 국악, 온갖 장르의 이름을 빌려오려고 해봐도 그들의 음악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그들을 만든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Differance (차연, 差延)> 에서는 거문고/해금/피리/태평소 등 국악기와 일렉트릭 기타를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여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주하고 재조합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2016년 6월 Bella Union이라는 새로운 시작점에서 <A HERMITAGE (은서;隱棲)>를 발매하였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국악기의 소리가 더욱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신경써서 듣지 않으면 놓칠 수 있을 정도로 마치 하나의 유기체 처럼 다른 악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첫 곡 ‘Wardrobe (벽장)’과 두번째 곡 ‘Echo Of Creation’ <차연> 앨범에서 ‘소멸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메탈을 연상 시킬정도의 격정적인 구성으로 청자를 잡아끈다. 그리고 ‘For Everything That You Lost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 , ‘The Mountain (억겁의 인내)’는 국악기가 가지는 서정성을 극대화 시키며, 흡사 포스트록에서 들을 수 있는 점층적으로 분위기가 고조 되는 구성을 들려준다. 힙합 뮤지션 Ignito (이그니토)의 둔탁한 랩핑이 더해지며 앨범에서 가장 독특하고 의외의 느낌을 주는 ‘Abyss (무저갱)’은 앞으로 잠비나이가 더욱 새로운 음악을 할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전에 발표한 곡들을 편곡한 ‘Naburak’과 ‘They Keep Silence (그들은 말이 없다)’을 통해서 기존에 잠비나이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과 처음 접했을 국내외 리스너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며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잠비나이의 <A HERMITAGE (은서;隱棲)> 앨범은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전통악기를 가미하여 음악을 하는 것을 넘어, 자국의 음악적인 유산과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던 다양한 음악들을 세밀하게 엮어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윤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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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진 <나아진게 없네>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하헌진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오피스(The Office)>와 같은 미국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게 뭔가’ 싶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색하고 익숙치 않은 그 유머코드에 빠져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본 앨범은 카세트테이프로만 한정 발매됐던 하헌진의 따끈따끈한 EP다. ‘델타 블루스’라는 장르가 따라붙는 그의 음악적 커리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날것의 어쿠스틱한 사운드, 정체를 알 수 없는 뿅뿅거리는 효과음, 군데군데 배치된 신시사이저는 어쩌면 “나아진 게 없는”것만 같은 그의 블루스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약 15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그의 보이스와 기타 리프를 따라 신명나게 흘러간다. 얼음을 띄운 버번 한 잔이 간절해진다. 하헌진의 음악을 좋아하던 이라면 또 하나의 훌륭한 ‘시즌’으로 다가올 것이며, 그를 처음 만나는 이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헌진표 블루스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희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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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신곡의 방 컴필레이션>

뮤지션 이랑은 <신곡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매 회 다른 게스트와 함께 즉석에서 신곡을 만드는 공연을 했다. 이 앨범은 그때 만들어진 12곡의 신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다운로드 코드와 이랑의 일러스트, 사진, 기록들이 담긴 엽서 모음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피처링 아티스트로는 김목인, 김일두, 요한 일렉트릭 바흐, 야마가타 트윅스터, 쿠로오카 마사히로(신곡의 방 원작자), 홍샤인(아나킨 프로젝트), 김오키, 단편선, 김원준(코가손), 키라라, 김사월, 마지막은 아이폰으로 녹음한 이랑 자신의 목소리다. 이렇게 적고 보니 참여 아티스트 이름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앨범이다.

아무튼 이 앨범을 처음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이랑과 아티스트들이 함께 음악 작업하는 광경이 상상되었고 한 트랙이 끝나면 다음에는 또 어떤 음악이 나오나 궁금해 하면서 더 귀기울이며 들었다. 마치 친한 친구네 놀러 갔더니 친구가 “있잖아. 나 신곡 만들었거든. 한번 들어봐.” 하면서 직접 노래하며 들려주는 음악 같달까. 오랜만에 새로운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낀 것 같다. 들으면 들을 수록 자꾸 듣고 싶고 즐겁고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함께 곡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가사와 주제, 또 라이브 음원이 가질 수 있는 현장에서의 여유, 유머, 공기…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비록 세련되고 정돈된 음악은 아닐지라도 음악이 존재하게 하는 이유를 ‘음악답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앨범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엽서를 같이 보면 더 재미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말 마음에 쏙 든다. (김종규)


장기하와 얼굴들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그간 ‘장기하와 얼굴들’이 냈던 앨범 3장을 처음 들었을 때 ‘장기하가 이런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는 ‘아 장기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차가 쌓인 뮤지션들에게 볼 수 있는 ‘신선함과 세련됨의 등가교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디씬 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계를 뒤집었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장.얼이 선보인 ‘신선함’이 이번에는 덜하다. 대신 일상에서 뽑아낸 재기발랄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단순함과 화려함 중간 어디쯤에 적절히 자리잡은 사운드는 한층 원숙함을 드러냈다. 그동안 성큼성큼 앞으로 전진했던 장.얼이 잠시 숨을 고르고 반 보만 앞으로 내딛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음악에서만큼은 노련함이 돋보인 <내.나.노.사>다.(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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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청춘들이 만드는 음악 웹진입니다. 국내외 불문, 장르 불문 가슴이 이끌리는 사운드라면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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