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

일주일 내내 목감기로 갤갤 거리더니 급기야 열이 심하게 올랐다. 하필이면 가장 바쁜 화요일이다. 이렇게 있다가 일 다 망칠 것 같아서, 팀장님 허락을 받고 약먹고 잠깐 집에 왔다. 약기운으로 한시간 정도 자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나 잤을까. 창 밖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맞은편 건물 같은 층에 피아노 교습소가 있다. 에이스급인 몇몇을 제외하면 듣기 편하지만은 않은, 흔한 동네 피아노 교습소다. 오늘도 괴로운 체르니 30번의 어느 곡이 들려오겠거니 해서 잠결에 미간을 찌뿌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한궤도’가 나왔던 대학가요제는 내가 5살 때 열렸다. ‘넥스트’ 데뷔앨범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출시됐다. <영혼기병 라젠카>를 정말 좋아했지만, 신해철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알았지 열심히 찾아 듣지는 않았다.

우리 집에 있는 신해철 음반은 단 하나다. 1998년에 발매된 솔로 앨범 <CROM’S TECHNO WORKS>. 어떤 계기로 이 앨범을 샀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도 많이 들어서 늘어난 테이프 두 개를 버린 뒤에야 CD를 샀던건 확실하다. 머리맡에 있는 오디오CD플레이어는 매일 아침 모닝콜로 ‘일상으로의 초대’를 틀었다. 가만히 누워서 노래를 다 들은 다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꽤 오래 반복했었다.

아마도 교습소 원장이나 선생님이 쳤을법한 ‘일상으로의 초대’를 다 듣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아마 약효가 돌았기 때문이겠지만, 열이 많이 떨어졌고 피곤함도 가셨다. “배고프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신해철이 진짜 갔구나. 백분토론에 나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고스를 듣기 위해 가장 피곤했던 3번초 근무를 은근히 기다리게 했고, ‘안녕 프란체스카’나 ‘나의 PS파트너’를 보며 포복절도하게 했던 그 사람이 갔구나.

신해철 세대에 살짝 비껴나있는 내가, 그와 함께 성장했던 사람들만큼 뭉클한 글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잠시나마 그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내 일상으로 초대하는 정도가, 내 나름대로 그를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