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는 음악의 항해자들 '단편선과 선원들'

갈 데까지 가보는 음악의 항해자들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과 선원들 – 동물 (2014)

단편선이란 사람의 이름은 참 많이 들었다. 진보신당에 있었던 적이 있으며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음악 외에 글을 좀 쓰고 있고 별명이 ‘홍대 아이유’라고 불리는(정작 홍대 아이유 결정전에서 우승한 것은 곽푸른하늘이지만), 괴짜 같은 사람이라고. 단편선의 음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호불호는 갈리긴 하지만 어쨌든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의견들이었다. 정작 나는 제대로 들어본 적도, 공연도 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 10월에 운이 좋게 뮤콘에 갔었다. 이때 봤었던 ‘단편선과 선원들’의 공연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말로만 듣던 단편선의 공연이 궁금하던 참에 잘 됐구나 싶었고 단편선과 선원들은 그저 단편선의 프로젝트성 그룹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4명의 멤버가 정말로 다 굉장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연을, 음악을, 진짜 잘했다. 이날 뮤콘에는 나처럼 단편선의 음악에 생소하고 젊은 관객층들이 많았는데 모두들 숨을 죽인 채 단편선의 음악에 깊이 몰입했다. 실로 대단한 에너지와 호흡이었다. 순전히 공연만으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팀을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이날 공연은 3팀 밖에 못 봤는데 단편선과 선원들은 그 중에 단연 돋보였다. 아마 그날 뮤콘에 참가한 팀 전체를 따져봐도 그럴 것이리라.

지난 8월에 첫 정규앨범 <동물>을 발표한 ‘단편선과 선원들’은 기타와 보컬에 단편선, 바이올린에 권지영, 퍼커션에 장도혁, 베이스에 최우영으로 구성된 사이키델릭 포크밴드이다. 포크 음악이라고 일단 규정 짓고 있지만 사실 특정 장르에 머물러 있지는 않고 집시, 인스트루멘탈, 아방가르드 등이 섞인 더 광범위한 음악을 하고 있다. 혼합 장르라고 하는 것이 잘하면 절반의 성공, 못하면 실패로 치부되기에 별반 주목 받기 힘든게 현실인데, 이들은 그런 단순한 허세부림이 아니라 꽤나 심도 있게 이 분야를 연구했고 파고 들었다. 그 결과물인 <동물>은 이름 그대로 날 것 같지만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에너지로 넘친다. 정겨운 한국음악을 바탕으로 영미 음악, 제 3세계의 음악의 기운까지 골고루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음악처럼 음반 역시 독립제작인데 생각보다 무척 잘 만들어졌다. 음반으로 듣는 재미까지 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던 4명이 팀을 결성하게 된 스토리를 찾아보면 흥미로운데, 멤버들은 한결(?) 같이 단편선이 쓰는 곡이 구렸으면 절대 같이 안 했을 거라는 소리를 했다. 우스갯 소리겠지만 단편선이란 사람의 존재감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아무튼 <동물>은 이 개성 강한 4인 4색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인 것은 분명하다.

단편선과 선원들 – 공

 

단편선과 선원들 – 노란방 (온스테이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