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까지 시린 날에 울려퍼지는 'Siren'

심장까지 시린 날에 울려퍼지는 ‘Siren’

회사일 때문에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왔다. 별 생각없이 적당히 싸매고 나왔는데, 출입문을 열자마자 쏜살처럼 내 몸을 휘감는 칼바람에 순간 움찔했다. 뒤늦게 날씨어플을 보니 영하 13도다. 영하 10도에 접어들면, 숨쉬는 공기가 다르다. 오늘은 몸상태가 괜찮았나 보다. 정신차리고 다시 나와서 깊게 심호흡하자 난방 때문에 조금은 뜨뜨미지근했던 몸을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이 한 바퀴 돌아 나왔다. ‘아, 진짜 겨울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정신차리게 하는 기분좋은 냉기다.

겨울이 와서 좋은 게 하나 더 있다. 온기를 찾아가는 봄 – 뜨거운 여름 – 선선한 겨울에 듣기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포스트록 분위기의 노래들을 듣기 좋다는 것이다. 가장 처음 포스트록(혹은 슈게이징혹은 싸이키델릭…이든뭐든 아무튼 이런 비슷한 성향의 뮤지션들)을 알려준 밴드는 시규어 로스지만, 몇 년 전부터 겨울이 왔을 때 처음 듣는 노래는 시규어 로스의 노래가 아니다.

어느 한 곡 버릴 수 없는 비둘기우유 1집이지만,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1번 트랙 ‘Siren’을 들었을 때 받았던 상쾌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듣는 ‘사이렌’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이렌’처럼 차가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경고음 같았다.

2014년 늦은 겨울도, 이렇게 찬바람과 비둘기우유의 노래와 함께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