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Webzine M 2014 올해의 노래 10

 

1. Alvvays “Archie, Marry Me”

2014년도에 이렇게 옛스러우면서도 상큼한 프로포즈를 들을 줄이야. 올웨이즈(Alvvays)는 캐나다 출신의 동네친구들이 결성한 밴드로 80년대가 생각나는 로파이(Lo-Fi) 사운드를 추구하는 인디팝 밴드다. 인터넷 검색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철자를 변형한 밴드명은 마치 처치스(Chvrches)처럼 쿨해보이면서도 음악적으로 훨씬 락 밴드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몰리 랜킨(Molly Rankin)의 과거에서 넘어온 듯한 보컬을 기점으로 조화를 이루는 밴드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향수감에 젖게 만든다.

2. La Roux “Let Me Down Gently”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신스팝 여제 라 루(La Roux). 데뷔 앨범으로 각종 수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한 지 5년 만에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벤 랭메이드(Ben Langmaid)와 결별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엘리 잭슨(Elly Jackson)이 발표한 두번째 정규 앨범 <Trouble In Paradise>은 기대 이상이었다. 중독성 높은 “Let Me Down Gently”를 필두로 앨범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가디언, 롤링 스톤지 등에서도 올해 최고의 앨범 리스트에 올랐다. 한층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사운드로 중무장한 라 루는 이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3. Aphex Twin “minipops 67 [120.2] (source field mix)”

에이팩스 트윈이 13년만에 낸 정규 음반 <Syro>는 올해 2014년 음악계에서 화제였다. 그 중에서 선공개된 “minipops 67 [120.2] (source field mix)”는 나오자마자 일렉트로니카 팬들과 비평지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에이팩스 트윈의 귀환을 알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처럼 “minipops 67 [120.2] (source field mix)”는 외계에서 온 듯한 소리 입자 하나 하나가 터져나와 무방비 상태인 청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공격하는 듯한 음악적 체험을 준다. 마치 새로운 문화 충격과도 같은. 경험이란 범주에서 표현하자면 이 곡을 듣기 전의 사람과 후의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봐도 좋다. 아무튼 지독하게 강렬한 비트에 이토록 몽환적인 사운드의 집합체를 만들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4. Sia “Chandelier”

대중성과 음악성이 결코 동전의 앞뒤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최신 사례. “Chandelier”의 광풍에 충격적인 뮤직비디오나 영미권에서 유행한 노랑가발(앨범 <1000 Forms of Fear> 커버사진을 보면 노랑가발만 덩그러니 있다)이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파티를 좇아다니는 파티걸의 공허한 내면을 절규하듯 토해내는 시아의 보컬과 지금 이 시대 많은 젊은이들이 공유할 불안함, 슬픔 등을 반영한 가사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순 없었다고 본다.

5. 단편선과 선원들 “노란방”

단편선과 선원들은 2014년 올해 꼭 기억해야만 하는 한국 밴드다. 전작까지 한국적인 포크음악을 시도했던 단편선이 이번에는 자유분방하게 리듬을 이끄는 퍼커션(장도혁), 묵직하면서 탄탄히 받쳐주는 베이스(최우영), 눈과 귀를 말 그대로 사로 잡아채는 바이올린(권지영)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중에서 “노란방”은 짧은 5분여 시간 동안 느린 속도로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막판에 밴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폭풍처럼 몰아쳐내는 진기명기를 보여주는 곡이다. 시디로 들었을 때도 좋았지만 처음 라이브로 들었을 때의 그 짜릿한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6. 아이유 “너의 의미 (feat. 김창완)”

올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 받았던 노래 중 하나. 스페셜 미니앨범 <꽃갈피>로 소소하고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보인 아이유는 대중적 인기는 물론 음악적 역량을 한층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산울림의 원곡을 김창완과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시대를 뛰어넘는 어떤 특별한 ‘교감’을 선보여 단순히 좋은 노래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노래로 거듭났다. 아이유의 천진함과 김창완의 자유로움, 산울림의 전혀 퇴색하지 않은 노래가 만나 올해 가장 따뜻한 사운드가 탄생했다.

7. 태양 “눈, 코, 입”

업계와 평단으로부터 언제나 호평을 받아왔던 태양이 대중적인 성과까지 가져갔다. R&B 발라드로 볼 수 있는 “눈, 코, 입”은 무더운 여름과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대중이 태양에게 기대했던 댄서블한 곡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태양이 가진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온 노래방 차트에서 11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멜론 어워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는 등 이 멋진 결과물에 열렬한 호응이 뒤따랐다. 클래시컬한 R&B였던 1집보다 다양한 장르를 성공적으로 융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8. Sam Smith “I’m Not The Only One”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는 올 한해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가장 많이 거론된 팝 아티스트일 것이다. 일찍이 BBC와 이번 그래미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된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어릴 적 수많은 여성 보컬리스트의 노래들로부터 배운 그만의 소울풍 보컬은 전세계 음악팬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I’m Not The Only One”은 사랑하는 연인의 바람을 증오하면서도 다시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모순적이면서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샘 스미스 본인이 직접 쓴 가사를 담아 애원하듯 부른다. 92년생이란 어린 나이에 이런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9. 예은(핫펠트) “Truth” 

원더걸스 예은의 완벽한 변신. 노래 “Truth”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먼저 국내에서, 특히 아이돌 출신 여가수가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를 아주 멋지게 소화했다는 것. 올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뱅크스(Banks)나 로지 로우(Rosie Lowe)가 떠오르기도 한다. 둘째로 이 노래를 통해 뮤지션 예은의 진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예은이 노래를 이렇게 잘했나 싶을 정도로 풍부한 감성 표현으로 ‘핫펠트’로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다만 낯선 장르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그리 화제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원더걸스라는 편견을 벗고 예은 그 자체로서 다시 귀기울여보길.

10. OneRepublic “Love Runs Out”

2014년 여름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노래를 꼽으라면 단연 이 노래가 아닐까 싶다. 중독성있는 피아노를 필두로 적절한 세션들에 라이언 테더의 힘있는 보컬에 결합된 “Love Runs Out”은 원리퍼블릭 특유의 ‘뽕끼’가 잘 드러난 싱글이다. 딱히 어떤 분석을 할 여지가 많지 않은, 단순하고 어찌보면 평범한 곡이지만, 각국 차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랭크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새 노래의 인기를 대변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인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커버횟수’도 상당히 많았다.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분명히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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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청춘들이 만드는 음악 웹진입니다. 국내외 불문, 장르 불문 가슴이 이끌리는 사운드라면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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