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와 래너드 코헨

외할아버지와 래너드 코헨

 

엄마. 할아버지, 원래 가수였어?

4살이었나 5살이었나. 어머니는 청소를 준비하면서, 습관처럼 음악을 틀었다. 식탁에 앉아 책을 보던 내가 잠시 후 저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는 박장대소했고, 그 해 명절 외가에 가자마자 이 이야기를 꺼내 식구들이 모두 뒤집어졌다. 몇 되지 않은 정말 어린 시절의 추억 중 하나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게 된 건 한참 지난 고등학생 시절이다. 창고정리하다가 찾은 노란색 라벨이 붙은 테이프를 플레이하는 순간, 아주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들었던 전주와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이 사람이구나!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그 사람 이름 레오나르도 코엔이지?”라고 말해서 한 번 더 웃기게 만든건 비교적 근래의 추억이다.

처음 듣는 사람이 데뷔앨범인 <Songs of Leonard Cohen>(1967)의 창창한 33살 레너드와 지난 해 나온 <Popular Problems>의 80살 레너드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하지만 내겐 어렵지 않다. 코헨옹과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외할아버지의 목소리 변화와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헨옹의 초창기 앨범을 들으며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목소리도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틈틈히 들었던 젊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와 닿는 것 같기도 하다.

코헨옹은 오리지날 트랙으로 꽉 채운 새 앨범을 냈다. 노래를 ‘부른다’보다는 ‘읊조린다’가 어울리고, 목소리의 걸걸함은 한층 짙어졌다. 직설적인 가사가 아니라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잘 모른다. 삶의 끝자락에 선 노신사의 회한과 성찰이 담겼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내용이야 상관없다. 하루 대부분을 주무시거나 누워계셔서 통화하기도 힘든 할아버지 목소리를 대신 듣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코헨옹, 두 노신사가 되도록 건강하게 2015년을 온전히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