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There?

 

 Myriam Alter – Where Is There (2007)

 

얼마 전 직장을 관두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으나 결심까지 가는 데는 참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일을 하다가 문득 내 옷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2~3년 동안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또 몇 개월 전 이사한 집의 내 방은 지금까지도 물건들이 그대로 정리 되지 않은 채 어질러져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최근 건강도 안 좋아져서 병원에 한번 가야할 것 같았다. 일을 하면서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걸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벨기에의 작곡가인 미리엄 얼터(Myriam Alter)의 <Where Is There>은 내가 한창 고민할 시기에 들었던 음악이다. 음반매장에서 어떤 음악인지도 모른 채 단순하게 타이틀과 앨범 커버만으로 집어 들었다. 한달 전 영화 ‘그녀에게’ OST를 사서 즐겨 들었는데 극 중 출연했던 첼리스트 자케스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이 <Where Is There>에 메인으로 참여했다는 것이 이 음반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미리엄은 스페인-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한 뒤로 십년 넘게 음악과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하지만 36살이 되어서야 그녀는 피아노에 몰두하기로 마음 먹고 결국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데뷔를 거둔다. 지금 미리엄은 온전히 작곡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Where Is There>은 미리엄의 네 번째 음반이자 전문 작곡가로는 두 번째 음반이다.

<Where Is There>은 자케스 모렐렌바움의 풍부한 톤의 즉흥 첼로연주, 따스한 클라리넷의 존 루오코(John Ruocco), 유려한 선율을 들려주는 피아노의 살바토레 보나페데(Salvatore Bonafede)가 만나 독보적이면서 기품 있는 챔버뮤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유러피언 재즈만의 클래시컬함과 안달루시아 민요, 라틴뮤직, 프렌치 팝, 발칸반도 민요, 탱고, 브라질리언 팝, 그리고 원래 피아니스트였던 미리엄의 장기인 즉흥연주 주법까지 담겼다.

해가 바뀐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늘 그렇지만 올 한해도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맞이한 겨울의 한복판… 춥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시기라 그런지 미리엄의 음악이 잔잔한 위로를 주는 듯했다. 결국 나는 퇴사했다. 길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어디로든 가게 될 것이다.

Myriam Alter – Was It There

Myriam Alter – Still in Love

Myriam Alter – Come With Me

Myriam Alter – September 11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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