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뮤직 권기찬 대표] 레코드는 살아있다

지난해 4월 ‘국제 음반 산업 협회(IFPI)’는 “음반 산업 통계(Recording Industry in Numbe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2013년 한국 음반 시장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9.7% 증가한 2억 1천 1백만 달러로 이는 세계 시장의 1.4% 수준이라고 한다. 전년도 10위였던 네널란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음반 시장 상위 10위권 내에 오른 것이다. IFPI 보고서는 “한국 음반 시장의 성장은 디지털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 증가 등 디지털 음원 시장의 약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봐도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MP3 음원을 다운 받아 듣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듣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다. 이처럼 디지털 음원 시장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음반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그 여파로 음반 판매량이 급속하게 줄어들다 보니 음반을 팔던 오프라인 매장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 레드오션에 새로이 둥지를 틀거나 혹은 디지털의 폭풍 속에서 살아 남아 한결같은 모습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음반매장들이 남아있다. 대구의 ‘팍스뮤직’은 후자에 속하는 음반매장이다. ‘팍스뮤직’은 처음에 ‘그래미레코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90년대 중반 대구에서 문을 열었으며, 이후 ‘팍스뮤직’으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 대구 동성로 롯데 영플라자 뒤편 건물에 정착해 다양한 장르의 새 음반과 중고 음반을 소개하고 있다. 음반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과거 음반매장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팍스뮤직’의 권기찬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20여년 간 대구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중고음반매장을 운영하면서 굴곡진 한국 음반시장의 변혁을 견뎌낸 산증인이다. 인터뷰는 지난 1월 5일 마감 시간이 임박한 오후 9시에 진행되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날 밤, 팍스뮤직에서는 과거의 시간을 추억하기에 알맞은 서정적인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Jongkyu Kim

 

큐: 대구에서 레코드 일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다.

권기찬 대표(이하 권): 그렇다. 음반매장을 시작하게 된 것은 평소 친분이 있어 자주 놀러가던 선배가 하던 음반매장을 넘겨 받으면서부터다. 그때가 90년대 중반이었으니 그렇게 지금까지 20년 정도 된 것 같다. 그간 많이 힘들기도 했고 지금도 많이 힘들지만 견뎌 가고 있다. 앞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하고 싶다.

큐: 처음부터 중고음반매장으로 시작하신 건가.

권: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얘기하겠다. 90년대 중반에 선배한테 물려받고 음반매장을 했던 당시 대형 매장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나라’도 들어오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구 TCR’, ‘타워레코드’, 그외 크고 작은 매장들이 대구에 많이 있었다. 당시 변두리에서 소규모로 매장 영업을 하기에는 경쟁이 힘든 상황이었고 이 상태로 하면 선배님의 뜻을 못 이룰 것 같아서 90년대 말경에 아예 중고음반 쪽으로 다루자는 생각을 했다.

중고음반점을 하게 되면 일단 물량이 필요하다. 당시 주거래처가 ‘신나라’였는데 찾아 가서 반품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음반들을 싸게 많이 확보했다. 또 일찍이 폐업한 소매상들의 물건들을 수거한 도매상과 ‘신나라’가 놓고 간 물건들, 그러니까 반품이 안되는 물건들을 챙겼다. 90년대 말경으로 해서 소매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지방이든 어디든 찾아가서 모두 인수했다. 당시 대구 시내에는 도매상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큐: 당시에는 중고음반매장이라는 것이 흔하지 않았던 때였다.

권: 당시 대구 시내에는 엘피(LP)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고음반점이 몇 군데 있었다. 지금도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러니 우리는 엘피는 하지말고 시디(CD)만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중고시디만 다루기로 했다. 당시 상호가 ‘그래미레코드’였다. 99년도에 동성로 지하상가에 맨처음 중고음반 매장으로 들어갔다. 신보만 취급하던 소규모 매장은 두 군데 있긴 했지만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앞서 말한대로 중고음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여러 군데에서 모은 물건들을 한데 모아 드디어 오픈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근데 결과가 너무 좋다보니까 중고 물량이 금방 빠졌다. 새롭게 물량 확보를 해야 하는데 마침 ‘교보 핫트랙스’가 오픈한다. 그게 99년도인데 우리가 오픈하고 나서 3, 4개월 뒤다. ‘교보 핫트랙스’하고 우리는 색깔이 다르다. ‘교보 핫트랙스’는 새것, 우리는 중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교보 핫트랙스’가 있어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웃음).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성로 지하상가 개발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매장들이 다 문을 닫아야 할지 몰랐는데 다행히도 대구 백화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 대구 백화점 별관에 음반매장이 있었다가 철수를 하는 바람에 공간이 비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였다. 이때 만 70평 정도 규모의 매장으로 임대를 받았다. 그때가 2000년 경인데 이미 관리해야 할 매장이 많았다. 음반시장은 계속 안 좋아지고 또 경기까지 안 좋아지는 시기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작거나 변두리에 있는 매장들을 대부분 정리를 했다. 그 쯤해서 대형 음반점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대구의 ‘타워레코드’, ‘대구음향’, ‘킹레코드’, ‘대음’, ‘대구 TCR’, 그 외 많은 매장들… 이렇게 하나하나 문을 닫았다.

우리도 많이 힘들어졌다. 여전히 중고를 밀고 있었는데 이제 중고로만 해서는 안될 것 같더라. 그래서 대구 백화점에 있게 된 이후부터 새 음반을 취급했다. 중고만 취급하다 보면 음반계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새 음반을 팔면 이게 나중에 다시 중고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고, 운이 좋으면 다른 음반과도 교환이 될 수도 있으니까. 동시에 그게 우리한테는 정보가 될 수도 있고. 근데 회사 내에서는 그 의견이 반반 갈렸다. 나는 해야한다는 쪽을 밀었다. 지금은 결국 그렇게 되버렸지만(웃음).

그렇게 해서 5년간 유지를 했었다. 그러나 임대료가 자꾸 상승하는 바람에 대구 백화점 옆 매장건물로 이동해서 거기서도 5년쯤 있다가, 현재 위치인 동성로 롯데 영플라자 뒷 건물로 옮긴 것이다. 여기 온 지도 5년 정도 되었다. 그 기간 동안 ‘교보 핫트랙스’만 남고 대구 시내의 음반매장들은 거의 문을 닫았다. 그 10년 동안 말이다. 이것 밖에 할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유지해서 여기까지 왔다.

ⓒJongkyu Kim

 

큐: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그간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 음반 일을 하면서 가장 괜찮았을 때가 한창 중고음반을 판매했을 때 같다. 듣기로는 그때 매장 분위기가 가장 활발해서 4호점까지 있었다고 하던데.

권: 2000년대 초반, 그때까지가 가장 재미있었다. 딱 2000년도의 일인데 한 번은 일을 마치고 회식을 한 적이 있었다. 전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모두 불러서 회식을 했다. 그때 11명이나 모였다. 정말 밤새 마시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좋은 추억 중 하나다. 그러고선 매년 한명씩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다(웃음).

한국음악의 황금기는 80년대와 90년대라고들 하는데,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기존 시장이 바뀌기 시작했고 음반 시장을 눈여겨보면 대기업들도 다 눈을 돌리던 시기였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음반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할 때 이 일을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견뎌낸 걸 보면 신기하다. 무엇보다도 ‘팍스뮤직’을 믿고 찾아 온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 지금도 “제발 문 닫지 말고 늘 찾아올 수 있는 곳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장을 옮기더라도 간판은 그대로 걸려 있는 ‘팍스뮤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일주일에 한두 번 꼭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하는 데까지는 하려고 한다.

큐: 인터넷에서 ‘대구 음반’을 검색하면 좀처럼 음반매장을 찾기 어려웠는데 마침 팍스뮤직이 나오더라. 나의 경우에는 인터넷 음악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이곳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 음악의 폭이 엄청 넓으신 것 같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가요, 팝, 락, 재즈와 클래식은 물론이고 국악, 아트락, 인디, 뉴에이지, 명상음악까지 방대하게 포괄하시는데, 취향이신가?

권: 원래 취향은 록이다. 아직도 즐겨 듣는다. 근래 들어서 재즈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서 재즈를 제일 많이 찾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고객들이 원하니까 자연스레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장르가 다양해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큐: 대구가 타 지역에 비해서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라는 얘기를 예전부터 들었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그대로 정착을 많이 했다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그때 가지고 온 오래된 음반, 악기, 장비들을 현재까지 보존해 3대째 이어온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heimat)‘,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감상실 ‘녹향‘이 아직까지 남아 역사적으로도 증명해주고 있지 않나. 뿐만 아니라 대구는 뮤지컬과 오페라로 유명하고, 김광석 거리가 있듯이 김광석이 태어난 곳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대구의 지형적 요소 때문에 그런건지 찾으면 찾을수록 대구의 독특한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대구문화예술의 영향을 받고 자라셨는지 궁금하다.

권: 어떤 영향이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있었다. 일단 부친께서 음악을 좋아했다. 부친이 어릴 때 오디오를 선물했는데 그게 계기가 되었겠지. 그때부터 어깨 너머로 어른들이 듣는 음악을 들었고 그렇게 팝과 록을 알게되었다. 내가 젊었을 적에는 이미 음악감상실의 전성시대는 막바지였는데 선배 중에서 디제이나 음악쪽 일을 하던 분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 선배들에게 음반을 빌려 들었고 용돈이 생기면 바로 음반을 사러 다니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많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적에 사회생활이 나와는 잘 맞질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마침 음반 가게를 하던 선배에게 권유를 받아 결국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거다.

큐: 그 당시에 즐겨 들으셨던 음악은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이었는지.

권: 바로 위 선배 세대들이 좋아했던 밴드이지 않나 싶은데 딥퍼플, 레드제플린, 레인보우, 이글스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특히 딥퍼플을 되게 많이 좋아했다. 록밴드의 음악은 대개 다 좋아했다.

큐: 아직까지도 그런 음악 찾으시는 분들 많이 있는 것 같다.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음악들이니까.

권: 우선 중장년들이 찾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 요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같은 젊은 친구들이 와서 꾸준히 찾는다. 레드제플린과 딥퍼플은 꾸준히 장수하는 밴드가 아닐까. 지금 젊은 친구들이 음반을 사서 들으려고 하는 걸 보면 참 대견스럽다. 요즘은 다 MP3나 음원사이트에서 다운 받는 게 당연한데. 다른 음반매장이 없어서 여기까지 와서 음반을 사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물어 물어 매장까지 직접 와서 음반을 사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큐: 최근 재즈를 많이 들으신다고 하는데 새로운 음악은 어떻게 찾아 듣고 계시나. 지난 번에 추천해주셨던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의 <Last Dance>는 지금도 잘 듣고 있다.

권: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인라이브‘를 통해 많이 듣고 배우고 있다. 예전 유행하던 세이클럽 음악방송과 유사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들어가 보면 다양한 장르와 테마의 음악들을 들어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디제이들의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큐: 대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나 음악 동호회, 혹은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이 찾아오곤 하는지?

권: 일단 밴드 하는 친구들이 우리 매장을 모르면 안되고(웃음), 예전부터 인사하러 오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알게 모르게 찾아 오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대구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이 주로 가는 곳이 ‘클럽헤비‘와 ‘쟁이‘인데 그 곳에서 공연하는 친구들이 자주 찾아 오고 있다.

큐: 매장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일이 있었는지?

권: 오래 전 일인데 예전에 대구에서 음반이 많기로 유명하신 분이 있었다. 가게 단골 중 하나였는데 그분이 여러 음반 매장을 전전하면서 모은 음반만 그때 돈으로 총 1억원 이상이었다고 알고 있다. 원래 연세가 있는 분이었는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정신이 오락가락해져서 정신병원에 입원하셨다더라. 그뒤 사모님께서 매장에 찾아 오셔서 제발 음반을 처분해달라고 하셨다. 처음엔 거절했으나 하도 사정을 하면서 그냥 드리겠으니 제발 가져가달라고 해서 약간의 음반을 받았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너무 음악에만 빠져 사는 것도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Jongkyu Kim

 

큐: 그러고 보니 왜 이름이 ‘팍스뮤직(Pax Music)’인가?

권: ‘그래미레코드’ 시절 때는 그래미가 워낙 위세를 떨치던 때이기도 했고 발음이 예뻤다. 근데 2000년대 들어서 웹사이트를 만드려는데 그럴 듯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이제는 새 음반을 취급하기도 하니 ‘그래미레코드’에서 한발 더 나아간 느낌으로 말이다. 직원들과 여러 사람들이 며칠을 고민해도 나오질 않아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웹사이트 오픈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웃음). 그러다 학교에 근무하는 동생이 동료들과 상의해서 지어준 이름이 ‘팍스뮤직’이다.

“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뜻의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중국에 의한 평화”라는 뜻인 팍스시니카(Pax Sinica)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원래 ‘Pax’는 라틴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로마 제국이 피정복 민족들을 통치하던 것을 가리켜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했던 게 기원이라더라. 팍스가 평화의 뜻도 있지만 모든 것을 통합, 포괄한다는 의미도 있다. 결국 ‘팍스뮤직’이란 의미는 대성하라는 소리다. 의미가 너무 좋아서 바로 ‘팍스뮤직’이란 이름으로 웹사이트를 등록했다.

처음 확보한 주소가 씨오닷케이알(.co.kr)인데 원래는 닷컴(.com)까지 쓰려고 했지만 이미 도메인을 누가 등록한 상태라서… 한국사람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가격을 불러달라니까 그때 돈으로 3000만원을 제시하더라. 그래서 그냥 지금 주소 하나만 쓰기로 했다(웃음).

온라인 회원은 한때 1만명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줄어서 대략 7000명 정도 된다. 알겠지만 온라인이라는게 꾸준히 구입하다가도 새 상품이 없으면 나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번 나갔다가 다시 재가입하시는 분도 있고. 온라인 회원은 철새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따지면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지만.

큐: 요즘 온라인에서는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판매비율은 어떤가.

권: 현재 비중이 오프라인이 90%고 온라인이 10%다. 온라인은 10%가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온라인의 10% 중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이고 그 외 나머지가 부산, 대구 등 기타 도시들에서 온 주문이다.

큐: 그만큼 오프라인이 잘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오래 하셨으니 단골들이 많이 찾아오겠다.

권: 거의 단골이다. 새로운 친구들이 소개를 받고 왔다든가. 지금도 인근에 계신 손님들에게 전화 문의가 오곤 한다. 직접 매장 와서 사는 금액과 온라인하고의 금액이 똑같느냐고. 그러면 당연히 오프라인하고 온라인의 가격 차이에 대해 설명을 한다. 웬만하면 오프라인으로 오지 말고 빠르면 2, 3일 안에 도착하고 약간이나마 저렴한 온라인 쪽으로 주문해 달라고. 근데도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매장으로 온다(웃음).

근데 오프라인은 한번 타격을 받으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니까 만약 지금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매장을 닫는다고 했을 때, 온라인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온라인을 활성화 시키려고 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음반매장이 많이 줄어 들어서 직접 와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하면 온라인 쪽도 이용해주셨으면 한다.

ⓒJongkyu Kim

 

큐: 아무래도 음악이란 것이 원래부터 형체가 없다보니 음악의 물질적인 형태로는 음반일 수밖에 없으니까. 음반을 보고 있으면 음악을 듣지 않아도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 자켓과 형태가 제각각인 것 같고. 음반을 직접 고르고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음반매장에 오는 것이 각별한 즐거움일 것이다(웃음). 그러면 지금은 혼자서 운영하시는지?

권: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다. 혼자서 거래처로부터 온 메일 확인하고 홈페이지 정보 업데이트 하고, 새로 나온 음악도 일일이 들어봐야 하고, 그외 일들을 하루 안에 처리해야한다. 굉장히 바쁘다. 일주일에 두세번 인터넷 주문과 택배 업무 관련해서 지인이 도와주는 정도다.

큐: 근데 레코드 가게라고 막연히 떠올렸을 때 정말 이상적인 규모에, 딱 맞는 음반 물량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이제는 희귀 아이템인 테이프도 잔뜩 가지고 계시고.

권: 매장은 지금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잡다하게 있다(웃음). 테이프들은 90년대 중반에 첫 오픈했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다. 다른 소매점들로부터 인수한 물품들이고. 가장 최근인 3년 전에는 다른 샵이 문을 닫으면서 테이프만 남아서 무상으로 준다길래 받았다. 그것도 리어카로 전달 받았다(웃음)
큐: 디브이디(DVD)와 블루레이(Blu-ray)는 취급을 안 하는 것 같다.
권: 디브이디의 경우에는 초기에 행사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가격 조절에 실패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어제까지 정가였다가 오늘은 가격을 확 낮춰서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보니 감당하기 힘들어서 나중에 전부 빼버렸다. 그 후로 디브이디는 계속 취급을 안 하는 편이고. 블루레이도 취급은 하지 않는다. 음반만 파는 매장에 영화까지 다루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 나온 블루레이 오디오 시리즈는 과거 타이틀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일단은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엘피만 해도 바쁘고. 보면 알겠지만 매장 크기가 좀 아쉽지 않은가. 지금 신경 쓰는 재즈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이후에 클래식을 중점적으로 다룰려고 한다. 투자할게 너무 많다. 매출이 올라가면 이런 신경을 덜 써도 되는데(웃음)

큐: 지금도 중고음반을 많이 취급하시는지?

권: 지금은 그때처럼 많이 다루지는 않는다. 매출이 완전히 다른데 10년 전만 해도 중고음반이 80%면 새 음반은 20%였다. 시간이 갈수록 자꾸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지금은 새 음반의 매출이 90%대이고 10% 정도가 중고음반이다. 그렇게 바뀌었다. 안 그래도 중고음반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알라딘’이 근방에 생겼는데 아마 ‘알라딘’이 생기고부터 고착화된 것 같다.

큐: 정말 요즘에 ‘알라딘’은 시내마다 다 있는 것 같다. 매입이 다른 음반매장보다 손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가 한몫 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에게서 음반 사러 ‘알라딘’에 간다는 소리를 은근히 듣곤 했다. 갑자기 ‘알라딘’이 중고음반계에 절대 강자가 되버렸다(웃음). 하지만 ‘알라딘’은 중고음반을 취급하면서 음반 상태 관리에는 너무 허술하더라.

권: 우리 ‘팍스뮤직’에서는 원래 시작이 중고음반매장이었기 때문에 중고음반은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쥬얼 케이스의 상태나, 디지팩 케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시디 뒷면에 있는 극히 미세한 스크래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기스라도 있으면 안된다. 알맹이인 시디는 당연히 깨끗해야 한다. ‘팍스뮤직’은 무조건 깔끔한 중고음반만을 다룬다.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있는 제품을 판매할수록 반품율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지킨다. 이것은 초창기 때부터 고수했던 방침이다.

지금도 가끔씩 중고음반 매입한다고 손님들이 시디를 잔뜩 가져온다. 음반 상태가 좋은 것만 받고 나머지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은 처음부터 안되겠다고 말하고 돌려 보낸다. 만약 상태가 안 좋은데도 계속 매입을 원하면 길 건너에 있는 ‘알라딘’으로 가시라고 보낸다. ‘알라딘’ 얘기는 하도 손님들이 얘기들을 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소문으로는 물건이 다양하진 않은 것 같더라. 아직 한 번도 가보진 않았다.

ⓒJongkyu Kim

 

 

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엘피(LP)는 언제부터 취급하셨는지 궁금하다.

권: 엘피는 2000년대 중반부터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시디가 주류이긴 했지만 대구백화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새 음반과 함께 엘피를 신경 썼고 그렇게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2011년경 쯤인가 엘피를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는 어떤 예감이 들었다. 중고 엘피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큐: 요즘에는 해외 뮤지션들이 시디는 안 내고 엘피만 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앞서 말했지만 음악의 물질적인 형태로 음반이 있는 건데, 엘피는 일단 보기에도 크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아날로그적 취향을 자극하는 가장 완벽한 음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나도 엘피 시작하고 싶은데 갖춰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웃음).

권: 형편되면 해보길 바란다. 돈 많이 들 것이다(웃음)

큐: 서울에서 하는 ‘레코드페어‘가 벌써 4회나 되었다. 국내에서도 엘피를 듣고 모으는 층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요즘은 음악을 패션처럼 소비하거나 남에게 자기 취향을 과시하려는 힙스터들에게 더 그런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보시기에 엘피 시장이 커진다는데 어떤가.

권: 매장에서는 특히 20대 친구들이 많이 찾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 전부터 대구 시내에서도 엘피를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2년쯤 리이슈 엘피들이 쏟아졌고 엘피를 다루는 신생 레이블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물건들이 늘기 시작한 때는 2013년인 것 같다. 그 전에 음반회사 관계자들을 통해서 “앞으로 시디보다도 새로운 타이틀이 엘피로 많이 생산될 것 같다” 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과 별개로 특별히 원했던 음반들이 리이슈로 나오는 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계속 신경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엘피 시장은 아날로그적 향수나 복고풍 바람 때문에 활성화되어 보이는 것이지, 엘피 시장이 커져서 다른 매체와 비등해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딱 이 정도. 앞으로 더 이상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Jongkyu Kim

 

큐: 세계의 음악 시장,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이라 예상하나. 한국은 이미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사람들도 그런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음반 업계는 항상 힘들다고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권: 아무래도 그렇다. 음악이야 영원하겠지만 현존 음반 시장은 여기까지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 시장이 완전히 죽느냐 이대로 가느냐인데, 그것은 아직 알 수 없고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2, 3년 전보다야 지금이 약간 좋아진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건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야기고. 일종의 변수 같은 것으로 엘피가 등장한 것일 뿐 시장 전체로 보자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지금 붐이라는 엘피시장이 나중에는 한때의 반짝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현재의 시디가 나중에 들어 지금의 엘피 같은 현상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쨌거나 물질로서의 음반 시장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당분간 이대로 갈 것이라 예상한다.

큐: 서울의 ‘퍼플레코드’나 ‘향뮤직’, 경기도의 ‘뮤직랜드’ 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대가 흐른만큼 운영에는 다들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팍스뮤직’이 아직 현존하는 것은 ‘팍스뮤직’만의 운영방식과 개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권: 그럴 것이다. ‘팍스뮤직’은 중고음반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닌가. 새 음반만 취급했다면 진작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중고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힘을 낼 수 있었다.

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권: 이제 나이가 좀 먹기도 했고 이 일을 너무 오래했다. 걱정인 것은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겠지. 그래도 하는 데까지 계속 할 것이다. 6, 7년 뒤에는 음악감상실이나 카페 같은 곳 같은, 사람들과 같이 음악을 듣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그 전에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바톤을 넘겨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큐: 마치 대표님의 선배님처럼 후배에게 물려주시려는 건가. 여하튼 그렇게라도 ‘팍스뮤직’이 앞으로도 계속 지금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굉장히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귀중한 자리를 내주셔서 감사하다.

팍스뮤직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32 1층 팍스뮤직

웹사이트: http://www.paxmusic.co.kr/

김종규

음악과 글쓰기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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