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kia Traoré, 희망을 노래하고픈 말리 디바

Rokia Traoré, 희망을 노래하고픈 말리 디바

말리는 아프리카에서 손 꼽힐만큼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아니 하나 ‘였다’. 작년 3월 22일, 아마두 사노고 대위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키 전까지는 말이다.

명망 높은 육군 장교였던 사노고가 일으킨 쿠데타로 말리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그 1주일 뒤, 투아레그족이 결성한 ‘전국 아자와드 해방운동(MNLA)’이 말리 북동부 군사요충지 ‘키달’을 시작으로 북부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헬 지역에 분포한 알카에다 세력이 MNLA가 점령한 지역을 재점령했다. 보다못한 프랑스가 전투병력을 파견하고, 아프리카 다국적군이 참전을 결의했다.

군사 쿠데타가 국제전으로 번지는 모습을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과 함께 어떤 뮤지션이 떠올랐다. grooveshark를 돌아다니다가 만난 로키아 트라오레(Rokia Traoré).  말리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서유럽과 아랍,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말리 전통 음악에 블루스를 접목시켜 많은 사랑을 받은 알리 파르카 투레(Ali Farka Touré)를 통해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97년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라디오채널 RFI에서 주관하는 음악프로그램 ‘아프리카의 발견’에서 상을 받은 그녀는 연말에 발매한 첫 번째 앨범 <Mouneïssa>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로키아 트라오레 앨범 리스트

1998 : Mouneïssa
2000 : Wanita
2003 : Bowmboï
2008 : Tchamantché(2009년 프랑스 Victoires de la musique(음악의 승리상) ‘올해의 국제음악 앨범상’ 수상)

아프리카에서 손 꼽히는 음악대국인 말리는 알리 파르카 투레를 비롯해 아마두와 마리암(Amadou and Mariam), 살리프 케이타(Salif Keita), 투마니 디아바테(Toumani Diabaté) 같이 훌륭한 뮤지션이 많다. 그 사이에서 비교적 젊은 로키아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프리카 주류 음악에 중동, 유럽 등지의 음악을 접목시킨 그녀만의 크로스오버 사운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그녀는 북아프리카 토속악기 은고니, 발라폰, 코라 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 보컬 또한 기존 아프리칸 스타일에 유럽 스타일이 접목되어 독특한 맛이 있다.


로키아는 말리 제국을 세운 만딩고족의 일파인 밤바라족의 후예다. 밤바라족은 그리오(Griot)라고 하는 음유시인이 있다. 신화와 전설, 역사를 노래로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들이다. 사막, 사바나, 정글 등 다양한 자연환경 덕분인지 음악스타일 또한 다양하다.

그녀는 선조들의 전통을 그대로 흡수한 듯 하다. ‘아프리칸 음악’하면 떠오르는 으다다 으다다 타악기가 인상적인 신나는 곡이 있는가 하면,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읊조리는 듯한 노래도 있다. ‘내가 사랑한 그 남자(The man who I love)’에서는 원곡 가수 빌리 홀리데이(Billy Holiday)와는 다른 쓸쓸함이 배어 있다. IMN에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도전적인 싱어송라이터’로 평가할 만큼 음악 스펙트럼이 넓은 그녀다.

내가 말리의 우울한 현실을 듣고 그녀를 떠올린 이유는 2008년 발매한 4집 앨범 <Tchamantché> 1번 트랙 ‘Dounia'(the world)때문이다. 로키아는 쓸쓸함과 처연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영광과 좌절, 기쁨과 슬픔은 모두 돌고 돌아서 순환한다’고 외친 그리오를 노래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혼란에 빠진 지금의 말리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다.

로키아가 앨범을 통틀어 “말리의 찬란했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고 그에 버금가는 미래를 만들자”고 이야기 한다. 지금의 혼란이 수습되어 말리 사람들과 로키아가 하루빨리 ‘Dounia’ 대신 ‘Tounka’나 ‘Zen’같이 밝은 노래를 부를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