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팝의 계보를 잇는 Bat for Lashes의 세 번째 앨범

드림팝의 여제 뱃 포 래쉬스(Bat For Lashes)가 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나왔다. 제2의 ‘케이트 부쉬(Kate Bush)’로 불리는 그녀의 음악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원시적, 실험적, 몽환적 사운드의 새로운 표본이라 정의하고 싶다.

뱃 포 래쉬스 3집 앨범 자켓

그녀의 세 번째 정규앨범 <더 헌티드 맨 (The Haunted Man)>에는 지난 7월 디지털 싱글로 이미 선보인 곡 로라(Laura)를 비롯해 총 11곡의 수록돼 있다. 지난 두 앨범과 비교하자면 이번 앨범은 오히려 좀 더 힘을 빼고 멜로디라인과 보이스에 충실한 듯하다. 내지르는 음성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스티브 라일히(Steve Reich) 등 ‘미니멀 뮤직(minimal music, 사용하는 악기와 음의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하는 음악의 한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음악적으로 꽤 안정기에 접어든 그녀가 근원으로 귀향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새 앨범 타이틀곡 ‘로라(Laura)’ 뮤직 비디오

뱃 포 래쉬스(1979년 생)는 영국 런던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다. 본명은 나타샤 칸(Natasha Khan). 파키스탄 출신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그녀는 인터뷰에서 유년시절 또래들로부터 ‘빌어먹을 파키스탄인(fucking Paki)’라 불리며 끊임없이 인종 차별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집단적 따돌림 아래 칸은 비행을 저지르고 정학을 당하기도 하며 순탄치 않은 청소년기를 겪었다. 음악적 스타일뿐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한’은 유년에서부터 시작된 존재에 대한 연민과 아픔이 발현한 것이리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칸이 선택한 첫 번째 직업은 카드를 포장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카드를 포장하고 밤에는 음악 활동을 했던 그녀는 당시 “하루 종일 듣고 꿈꾸기만 했다(All day long just listening and dreaming)”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창작 활동은 첫 번째 싱글이자 데뷔 앨범인 <더 위저드 (The Wizard)>로 첫 선을 보인다. 2006년 발매한 정규앨범 <퍼 앤 골드 (Fur and Gold)>는 평론가들은 물론 음악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그녀는 뷰욕(Bjork), 케이트 부쉬(Kate Bush), 캣 파워(Cat Power), 토리 아모스(Tori Amos)등을 잇는 새 얼굴로 떠오른다.

    뱃 포 래쉬스 데뷔곡 ‘더 위저드(The Wizard)’

2009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 <투 썬스(Two Suns)>에 실린 곡 ‘다니엘(Daniel)’이 UK 싱글 차트 탑 36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이끌어내며 뱃 포 래쉬스는 이름을 알리게 됐다. 나 역시 두 번째 앨범을 베스트로 선정하고 싶다. 그 중 최고는 단연 ‘다니엘’과 ‘펄스 드림(Pearl’s Dream)‘. 영화 <트와일라잇, 이클립스>수록곡이자 벡(Beck)과 함께 작업한 ’렛츠 겟 로스트(Let’s get lost)’도 드림팝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 번째 앨범은 워낙 그녀의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지라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럽진 않지만 할로윈에 썩 어울릴 법한, 음산하고 몽환적인 그녀만의 색깔을 구축하길 기대해 본다.

뱃 포 래쉬스 대표곡 다니엘(Daniel) 라이브 영상

   영화 <이클립스> 사운드 트랙 ‘렛츠 겟 로스트(Let’s Get Lost)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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