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니'와 '강북 멋쟁이'

‘귀여니’와 ‘강북 멋쟁이’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 <늑대의 유혹> 갈무리.

‘귀여니’를 필두로 한 인터넷 소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문학계는 술렁였다. 문학적 수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문장, 이모티콘을 이용한 등장인물들의 감정 처리, 게다가 원빈급 외모의 학교 일진이 지극히 평범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대중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으나 문학계는 그들의 존재를 좀처럼 자신의 ‘핏줄’로 인정하지 않았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설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논쟁에 가까웠다.

최근 개그맨 박명수가 작곡, 정형돈이 노래한 “강북 멋쟁이”의 인기를 둘러싸고 가요계가 벌이는 공방은 문학계의 그것과 닮아 있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일개 개그맨이 거대 기획사의 산물인 ‘소녀시대’를 누르고 각종 음원 차트를 점령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까지 나서서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속내야 어찌 됐건 예능 프로그램의 음원시장 진출이 한국 대중음악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말이다.

“방송사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용한 음원시장의 잠식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독과점을 발생시킬 수 있어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케 한다. 또한 이것은 내수시장의 붕괴,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부르고,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북 멋쟁이’를 부르는 정형돈과 박명수

‘강북 멋쟁이’의 인기몰이에 <무한도전>이라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후광효과가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수가 아닌 엔터테이너의 ‘재밌는’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 그들이 실질적인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의 음악 시장은 ‘패스트 뮤직’이라 불릴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음악시장에서 박명수의 ‘어떤 가요’를 비판하는 국내 음반 제작사들은 음악팬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동안 어떤 시도와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아이돌 위주로 획일화된 대중가요 시장에 싫증난 대중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시봉과 같은 7080 복고 음악이 재전성기를 맞이하고,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등의  음악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북 멋쟁이”처럼 예능을 전제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은 음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대중에게는 반가운 도전이었으리라.

박명수의 ‘어떤 가요’를 부른 <무한도전> 출연자들.

스스로에 대한 반성 없이 가요계가 “강북 멋쟁이”의 부상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모양새는 우리 음악 시장을 지배하는 아이돌 그룹 중심의 허약한 구조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디지털 음원이 점령하는 음반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기존 가요계는 굳이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도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한 ‘악동 뮤지션’이나 ‘라쿤 보이즈’와 같은 신예 뮤지션들이 기존 가수들을 제치고 음악 차트를 석권하고 있지 않은가? 가요계는 새롭게 등장하는 장르 음악을 ‘서자’로 외면하며 비난할 것인가, 혹은 인정하고 대중 가요의 지평을 넓혀갈 것인가? 득 없이 끝난 문학계의 공방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