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인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 가더라도 음악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인간은 왜 음악을 하는 것일까?

음악을 한다고 밥이 나오는가? 돈이 나오는가? 효용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음악이란 우리의 일상에서 아무 이득도 없는, 속된 말로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생존과 진화의 관점에서 인류의 삶을 들여다보는 진화생물학자들에게 있어 음악은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려운 인간 활동이다. 지난 9일 이화여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하고 이화여대 음악대학이 후원하는 <휴먼 컬러링> 공개 음악 강좌에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음악이란 수수께끼를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풀어냈다.

찰스 다윈(1809~1882)

찰스 다윈은 서구에서는 매우 존경받는 지식인이나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다윈 후진국”인 셈이다. 1998년 미국에서는 지난 1000년간 인류 역사에 공헌한 1000명의 인물에 대해 순위를 매긴 책 <1,000 Years, 1,000 People: Ranking the Men and Women Who Shaped the Millennium>을 발간했다. 순위 결과 인쇄술의 발전을 이끈 구텐베르크가 1위, 찰스 다윈이 7위를 기록했다. 최근 영국의 네티즌이 참여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은 책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2012년작)에서도 인터넷(1위), 문자(2위) 등에 이어 다윈은 7위에 오른 바 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다윈은 생물이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통해 종의 진화를 설명한다. 예컨대, 최근에는 상아가 긴 코끼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인간이 코끼리의 상아를 얻기 위해 상아가 긴 코끼리를 사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아가 짧은 코끼리들의 개체수가 늘어난 탓이다. 최 교수는 “다윈의 설명처럼 세상의 변화 핵심에는 자연 선택이 있다”며 청중을 향해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우디 앨런 중 후세에 누구의 유전자가 더 많이 남게 될까요?”

영원한 터미네이터이자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로 대변되는 아놀드 슈왈제너거와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의 우디 앨런을 비교해보자. 과연 누가 더 여성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을까? 다윈의 자연선택으로 따져본다면 생존에 유리한, 강하고 멋진 몸을 지닌 슈왈제너거의 압승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아놀드 슈왈제너거의 ‘근육’은 여자들에게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평생 동안 잠자리를 함께 한 여성이라곤 그의 부인과 스캔들을 빚었던 가정부 단 두 명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라고. 반면 독특하고 독자적인 영화를 찍었던 우디 앨런의 주변에는 여배우들을 비롯해 아름다운 여성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디 앨런의 승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동물의 경우에도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쪽으로 진화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 엘크(elk)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과 같이 수많은 동물이 생존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에는 대치되는 결과다. 그렇다면 왜 자연형질에 불리한 유전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다윈은 자신의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특성들을 ‘성 선택’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유전자를 남기느냐, 즉 누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진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자신의 진화 이론을 보완한 셈이다.

“음악은 번식을 위한 성선택의 도구”

최 교수는 다윈의 ‘성 선택’의 관점에서 ‘음악의 진화’를 설명했다. 인간이 예로부터 음악 활동을 해 온 까닭은 “음악에 탁월한 인간이 성 선택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인 사례만 생각해봐도 보통의 여자들은 목소리가 좋은 남자에 끌리기 마련이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는데 전화 목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를 결정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다가 노래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 사랑이 샘솟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미 헨드릭스 (1942~1970)

최 교수는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야말로 성 선택의 수혜자”라고 말했다. 지미 헨드릭스는 잘생긴 것도 근육질의 몸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활동 당시 여성팬들로부터 폭발적 사랑을 받았다. 최 교수는 “당시 그는 전 세계 수백 명의 팬들과 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27살이란 이른 나이에 사망해 생존에는 실패했으나 후세에 유전자를 남기는 성 선택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윈의 성 선택설을 뒤집는 가설도 있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음악이 사라진다고 세계가 멸망하느냐” 반박하며 “음악은 단지 인간의 다른 부분이 진화하다가 함께 생겨난 치즈 케이크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태반이 진화하면서 생겨난 배꼽처럼 어쩌면 “음악은 배꼽과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음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윈의 설명처럼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 혹은 핑커의 주장대로 배꼽과 같은 존재인가? 가설은 가설일 뿐, 누구의 설명이 더욱 설득력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음악이 인류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정경영 한양대 음악학 교수의 “기분좋은 해설, 감동적인 해설”은 다음 회에 이어서 연재됩니다.

희진킴

편집장. 음악과 사람, 공연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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