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시대, 소녀의 인권을 생각하다
메르스 공포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요즘, 지난 4일부터 일주일에 걸쳐 제4회 아랍영화제가 열렸다.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개최된 이번 영화제에는 칸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 상영작과 아랍권 내 신인 감독 작품이 초대됐다. 메르스 여파 탓에 세간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8천여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주다스 프리스트에 얽힌 수능의 추억
10년 전 학원가를 강타한 노래가 있다. 한 영어강사가 부른 ‘수능대박’이라는 곡이다. 일명 스타강사로 불리던 그는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취지로 록 콘서트를 열었고, 영국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 ‘브레이킹 더 로우(breaking the law)’를 개사해 불렀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최선을…

이 가을, 마음껏 고독하라
(사진 출처 http://didier-leveille.zevillage.org/) 한 차례 바람이 불어와 나무의 잎새를 흔들 때마다 에미는 나무가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백 번도 넘게 읽었던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프랑스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의 동화 <말하는 떡갈나무>. 돼지 떼에게 쫓기던 고아…

표절도 잘하면 원작이 된다
연일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류와 수법도 다양하다. 유명인사들의 학위논문 표절은 기본이요, 가수와 작가도 표절 논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자신의 저작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시 사용해 중복 출판하는 자기표절도 자주 일어난다. 한 대학교수는 제자의 시를 도용해 책을 펴내기도 했다. 취업용…

슈가 블루스, 그 끝나지 않은 노래
‘슈가 블루스(sugar blues)’란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대중가요의 제목에서 비롯된 말이다. 금주령이 내린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단맛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설탕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무명 트럼펫 연주가였던 클라이드 맥코이(Clyde McCoy)는 이 노래를 통해 일약 스터덤에…

그는 왜 ‘괴물’이 되었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영화 <씨티 오브 갓>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촌에서 벌어지는 총격 사건을 다룬다. 마약을 거래하고 세력을 넓히기 위해 총을 사고판다는 이야기 구조는 일반적 갱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직의 멤버들이 10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신의 도시’에서 배를…

캔디고와 21세기 바리데기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을 부를 때 먼저 떠오르는 심상은 무엇일까? 밝고 따뜻한 기억만은 아닐 것이다. 늦은밤 잠든 나를 끌어안던 아버지의 숨결에 섞여 있던 아릿한 술냄새, 거칠지만 애정이 깃든 손길, 가끔은 외로워 보이던 뒷모습.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느새 작아진 아버지의 어깨.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고양이에 대한 단상
고양이와 관련한 좋지 않은 기억이 하나 있다. 7살 즈음이었을까? 당시 우리 가족은 빨간 대문이 있는 좁은 골목집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 것이 아닌가! 방문을 열어…

마르세이유 항구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만나다
여행의 끝자락이었다. 3주가 넘어가면서 여행이 노동처럼 다가오던 때였다. 곧 잊혀져버리고 마는 새로운 풍경이 좀 지겨워졌는지 모른다. 혹은 매일 이방인이 되어 낯선 도시를 부유하는 불편한 감정을 조금 덜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꿈에 그리던 프랑스 여행은 꿈처럼 달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니스에서 마르세이유로…

장발장은 없다
200년 전에도 미혼모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레 미제라블> 속 판틴은 사랑하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며 가까스로 양육비를 벌 수 있었지만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터에서마저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오갈 데 없는 그녀의 손에 남은 돈이라곤 일주일치 생활비뿐. 결국 판틴은 돈을…